🗞️ 3월 2주, 의대 정원 놓고 충돌한 목사들

2024. 3. 10.

최근 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소식을 간추려 독자님들께 전달해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의대 정원 확대 놓고 충돌한 목사들

"우리는 개신교단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전공의 96명이 사직서를 냈고 3명만 복귀했다. 보건복지부가 의대를 상대로 공갈·협박·회유를 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김홍석 총회장)

"역대 대통령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안 하고 물러서 왔다. 지금이라도 후대의 건강을 위해 정원을 늘려야 한다. 정부가 공갈·협박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려 한다고 여겨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장종현 대표총회장)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던 한국교회교단장회의(교단장회의) 모임이 '의대 정원' 이야기가 나오면서 얼어붙었다. 3월 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단장회의에서 예장백석 대표총회장 장종현 목사가 교단장회의 이름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예장고신 총회장 김홍석 목사가 발끈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목사는 "교단장회의는 진보·보수가 모여서 부활절 연합 예배 같은 행사를 논의하는 곳이지 정책 성명을 발표하는 곳이 아니다. 이미 한국교회총연합(장종현 대표회장)에서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앞서 한교총은 두 차례 성명을 통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또다시 정부가 개혁을 포기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퇴보하고 국민들의 생명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를 지지했다.

장종현 목사는 "의사들이 생명을 저버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 (자중해) 달라는 문구 정도는 교단장회의가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자신의 말에 따라 달라고 했다. 두 목사가 팽팽하게 맞서자 사회를 본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이철 목사가 중재에 나섰다. 이 목사는 "성명 발표는 각 교단이 알아서 하는 걸로 하자. 결의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며 수습했다.

그렇게 탓한다고 달라지랴

생각은 하고 성명을 낸 것일까. 한교총이 '강력한 결혼·출산 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성명을 3월 7일 발표했다. 한교총은 유례없는 저출생 현상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교회와 목회자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 명령에 따라 목회의 초점을 결혼과 출산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한교총은 "지금 젊은이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결정이 본인들의 노후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도 어둡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젊은 날의 이기적인 판단이 나이 들어 노년이 되었을 때 고독과 가난과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가뜩이나 생육하고 번성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노후에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결혼하고 출산하라니… 이렇게 무지성으로 '잘못된 결정'이니, '이기적인 판단'이니 해 가며 젊은이들 탓해 봐야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이런 유의 성명이 한국교회의 수준을 깎아 먹고 교회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명성교회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 예배

부자 세습으로 수년간 교계를 어지럽혀 온 명성교회(김하나 목사)에서 부활절 연합 예배가 열린다. 교계 보수와 진보를 각각 대표하는 연합 기구 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는 그동안 부활절 연합 예배를 따로 해 왔으나, 올해는 함께 드리기로 했다. 군소 교단으로 이뤄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정서영 대표회장)도 연합 예배에 참여한다.

올해 부활절 연합 예배를 주도한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모처럼 보수와 진보가 손을 맞잡게 됐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감리회 감독회장 이철 목사는 3월 7일 교단장회의에서 "명실공히 한국교회가 연합으로 예배를 드리게 됐다.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교회협 실무 담당자는 "2014년부터 별도로 부활절 예배를 드려 왔는데 함께하게 돼 감사하다. 특별히 올해는 교회협 100주년이기도 한데, 교회 일치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명성교회에서 열리는 부활절 연합 예배를 놓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친명성인) 김종생 목사가 교회협 총무가 되더니 명성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 아니냐", "명성교회가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있다"와 같은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혐오·차별·증오 행위 절대 동참 말아야"

"정치 참여를 통해 '공적 거룩'을 성취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은 우리 정치권에서 판을 치는 혐오와 차별과 증오와 미움의 행위에 절대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 성석환 교수(장신대)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와 관련한 글을 문화선교연구원에 게재했다. 이념과 명분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민생이 어려운 때에는 삶을 변화시킬 바른 정책과 제도를 제시하는 이들에게 표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당과 정치인은 멀리해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교회 안에서 금기하는 정치 이야기를 오픈해 경청해 보자고 제안했다. "교회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모두를 위한 이야기'로 나눌 방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자신만의 주장과 자신이 지지하는 이들의 주장을 쏟아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좋은 정책과 제도가 어떤 것인지 의견을 모으는 일이 교회에서도 가능해지기를 기대한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가장 좋으시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정책과 제도를 선택하는 일에는 우리의 기도와 경청의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기성세대를 향해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기성세대가 그동안 한국의 발전과 선진화·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수고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젊은 청년 세대가 살아갈 세상은 이전과 너무도 다르다. 가능하다면 교회가 청년들을 위한 투표, 청년들이 행복해지는 정치, 청년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정치제도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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