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전광훈당'

2024. 4. 12.

🐕진화하는 '전광훈당'

웹에서 보기 ㅣ 185호 ㅣ 처치독 페이지

안녕하세요 독자 님, 구권효 기자입니다.

편집국은 (거의) 매달 책을 한 권 선정해 읽는데요. 4월에는 홍은전 작가의 ＜나는 동물＞(봄날의책)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은 장애 인권 운동가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했던 홍은전 작가가 '동물권'에도 눈을 뜨면서 썼던 칼럼들을 모은 것입니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것이 제 식습관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공장식 축산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면 제가 좋아하는 '고기'를 못 먹게 될까 봐 애써 외면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이 책을 보면 참 마음이 어렵습니다. 장애 인권 운동이나 동물권 운동이나 우리 사회에서 잘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운동의 논리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제는 저에게 있는 것이겠죠.

"그냥 우린 나약하고 겁 많은 인간이잖아요."

2022년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의 대사 중 하나인데요. 요새 이 대사가 자꾸 머리를 맴돕니다. 나름 의식 있게 살려고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 또한 나약하고 겁 많은 인간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제가 채식을 결심 못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나이 듦의 증상인지(…) 요새는 인간 군상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끔은 '정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저 자신에게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써야 한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써야 할지 고민합니다. "나는 쫄보라서 소리를 지르진 못하고 조용히 전단지를 돌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101쪽)는 홍은전 작가의 말이 조금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편집국 권효

진화하는 '전광훈당', 원내 진출 실패했지만

역대 최다 득표

극우 기독 정당이 이번에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습니다.
태극기 부대가 본격적으로 '광장의 정치'를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2016년 이래 세 번째 실패입니다.
22대 총선에서 자유통일당(장경동 대표)이 기록한 비례대표 득표율은 2.26%.
의석 1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요건인 3%에 미달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 2965만 4450명이 투표했습니다. 무효표 130만 9931표를 뺀 후, 각 정당이 얻은 득표 수로 나누면 득표율이 나옵니다. 자유통일당은 64만 2433표를 얻어,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25만 표 정도가 모자랐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이 3.4%(2월 2주) → 4.2%(3월 2주) → 5%(3월 4주) → 5.9%(4월 1주)까지 치솟으면서, 자유통일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반대로 극우 기독교 정당의 출현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컸는데요.
걱정하신 분들 입장에서는 안도할 만한 결과이지만, 결과를 보면 마냥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자유통일당이 득표한 64만 2433표는 국민의미래(1039만 표), 더불어민주연합(756만 표), 조국혁신당(687만 표), 개혁신당(102만 표)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자유통일당은 처음으로 정의당을 앞질렀습니다. 정의당은 20대 총선에서 171만 표, 21대 총선에서 270만 표를 얻었지만, 이번 총선(녹색정의당)에서는 60만 표에 그쳤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창당한 새로운미래(48만 표)보다도 15만 표나 많습니다.

22대 총선에서 자유통일당이 얻은 64만 2433표는 역대 극우 기독 정당의 최다 득표이기도 합니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은 62만 6853표, 21대 총선에서 기독자유통일당은 51만 3159표를 얻었습니다.
진보 정당들이 급격히 위축되거나 흡수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통일당이 60만 표대를 유지하면서 '기초 체력'을 과시한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번 총선 개표 결과를 시·군·구별로 보니, 자유통일당이 3% 이상 득표한 기초 자치단체는 총 26곳이었습니다. 대부분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전광훈 목사의 고향이기도 한 경북 의성군에서는 4.7%로 전국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의성군은 21대 총선에서도 기독자유통일당 득표율 3.27%로 전국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양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고령층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는 자유통일당은 앞으로도 세를 떨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자유통일당이 '외연 확장'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유통일당은 올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이름에서 '기독'이라는 말을 뺐습니다(20대 기독자유당 → 21대 기독자유통일당 → 22대 자유통일당).
당헌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다한다"는 문구가 있고, 각종 집회와 인터뷰에서 기독 정당을 표방한다고 언급하지만, 정당 명칭을 바꾼 것은 비개신교인까지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전국에 배포된 선거 공보에도 교회와 관련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장경동 대표와 후보 몇몇의 약력에 '목사·전도사' 이름이 들어가긴 했으나, 의도적으로 교회와 관련한 언급을 피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비례 2번)이 내놓은 진단도 '외연 확장', '청년 세대 양성'에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영영 선거 못 이긴다. 냉정하게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광화문 집회 세력뿐만 아니라 보수 전체 세력이 좌파들과 대결할 때, 그들의 집요하고 치밀한, 계산적이고 전략적인 카르텔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이제 젊은 세대에 집중해서 청년들을 별도로 양성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자유통일당·자유마을·광화문 애국 시민 세력의 미션을 선거에서 꽃피우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자유통일당은 다음 선거에서도 도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다 언젠가 정말로 '극우 기독 원내 정당'이 생길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형 교회와 극우 집회 등을 연구해 온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의 관점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극우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극우 정당' 출현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전광훈 목사와 교회의 역할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극우의 자리가 교회 내부에서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교회 내 극우 세력은 일정 부분의 역할만 감당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광훈은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교회가 극우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양극화를 줄이는 데 있다고 김 목사는 진단합니다. "극우가 강화되는 배경에는 양극화의 심화가 있다. 교단을 중심으로 개별 교회들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목회자들이 극우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편집국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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