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주 - '꼰대'들의 교회

2024. 9. 15.

🗞️9월 3주 - '꼰대'들의 교회

쓴소리가 무색하게…

"우리는 그동안 장자 교단을 자처하면서 책임감 있게 한국교회를 이끌지 못하였고 한국교회와 세계 교회가 뒤따를 모본을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문제로 붕괴를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략) 만약 교회 공동체인 총회가 정치적으로 야합하고 힘 있는 자들의 전횡에 굴복하고 세속의 논리에 편승한다면 이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고 맛 잃은 소금처럼 될 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기관지 ＜한국기독공보＞가 모처럼 교단 내부를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한국기독공보＞는 9월 9일 '제109회 총회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교단을 강하게 비판하며 갱신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총회는 갱신과 회개의 진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작금의 모든 현실은 우리의 잘못에서 기인되었다. (중략) 현실에 대한 변명이나 현실 호도를 멈추고 모든 면에서의 갱신을 추구해야 한다. 총회를 앞에 두고 야기된 여러 문제의 뒷말들과 급격한 교세 감소에 대한 무대책, 리더십 사태 등 말하기 어려운 일들이 우리의 민낯으로 제기된 일들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의 회개와 더 한층 강화된 갱신 의지가 절실히 필요한 사안임을 간곡히 지적하고자 한다."
＜한국기독공보＞는 총회가 품격을 회복하기 위한 진일보한 조치가 있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야합하고 힘 있는 자들의 논리에 편승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누구보다 교단 권력의 눈치를 살펴 온 교단지가 오죽했으면 충정 어린 메시지까지 냈을까. 그러나 교단 지도자들은 쓴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갱신과는 거리가 먼 길을 가는 모양새다.
예장통합 헌법위원회(남택률 위원장)는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헌법 28조 6항을 아예 삭제해 달라고 109회 총회에 청원했다. 헌법위는 "(세습금지법이 있음에도) 교회 간 합병 및 교단 탈퇴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법 적용이 유명무실하게 됐다"고 했다. 오히려 세습금지법이 교단의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개교회의 독립성과 교인들의 대표자 선정에 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뿐만 아니라 앞서 헌법위원장을 지낸 목사 7명도 세습금지법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삭제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하는 법이다. 예장통합은 세습금지법 때문이 아니라 명성교회의 불법 부자 세습과 이를 비호하는 협잡꾼들 때문에 수년간 내홍을 겪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소위 교단법을 다룬다는 이들이 나서 교단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총회 임원회는 한술 더 떠 109회 총회 취재 제한 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예장통합 소식을 주로 다루는 매체들과 일부 방송사만 총회 현장 취재를 허락했다. 지난해 명성교회에서 총회가 열렸을 때에도 현장 취재 제한은 없었다. 교단 관계자는 "(과열된) 취재가 총회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지만,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쯤 되다 보니 교계 기자들 사이에서는 취재를 제한하고 자중지란에 휩싸였던 10년 전 예장합동의 길을 예장통합이 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또 '정년 연장' 요구 나온 예장합동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109회 총회에는 목사·장로 정년을 연장해 달라는 헌의가 올라왔다. 예장합동 기관지 ＜기독신문＞에 따르면, 정년 관련 헌의안은 7개이며 이 중 6개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목사 장로의 정년을 73세로 연장의 건 △목사의 정년을 73세로 연장하되 총회의 공직은 중지의 건 △목사 장로 정년을 75세로 연장의 건 △목사, 장로, 집사의 정년을 75세로 연장하되 만 70세 이후로는 목회 및 교회 봉사 외에 외부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건 △위임목사의 정년은 75세로 하고 미조직 교회(미자립 교회, 개척교회) 시무목사의 정년 폐지의 건 △정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 선행의 건. 이와 달리 목사 장로 집사의 정년을 65세로 하향하고, 만 70세에 완전 은퇴하자는 헌의안도 있다.
정년 연장 헌의안은 예장합동 총회 때마다 올라오는 단골 안건이다. 매번 부결되고 있지만, 교단 일부 목사는 목회자 수급 문제와 교단 이탈 등의 이유로 정년 연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장을 지낸 목사들은 정년을 연장할 만한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고 봤지만, 당장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예장백석 같은 경우 정년이 75세니까 작은 교회 목사들이 백석으로 옮겨 가는 경우도 있다. 듣기로는 300개 교회가 백석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지방에서는 목회자 수급이 안 되니까 차라리 정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정년 연장이 필요해 보이긴 한데, (총대) 장로들이 반대하니까 (통과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목사는 "사회적 기준이나 인식에 비하면 이미 정년(70세)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정년 연장은) 쉽게 통과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다만 소도시나 농어촌 교회는 목회자 수급이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면서 일괄적으로 정년을 올리는 것보다 수급이 어려운 교회에 한해 정년 연장을 차등 적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사는 "앞으로 10년 안에 목사 8000명이 은퇴한다. (정년 연장) 연구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정년을 연장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장로들이 반대하고 있고, 목사들은 의견이 반반이어서 통과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꼰대'들의 교회

9월은 교단 총회 시즌이다. 교단의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주로 50~60대 남성 목사·장로들이 참여한다. 젊은 세대나 여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이 많은 남성들이 논의를 하다 보니 때로는 시대를 읽지 못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2017년 요가와 마술을 금지한 예장통합 102회 총회를 들 수 있다.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야 한다. 교단도 마찬가지인데, 이미 기득권을 쥔 남성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예장통합 소속 김주용 목사(연동교회)는 "죽은 '꼰대'의 사회"라는 제목의 ＜국민일보＞ 칼럼에서, 교회 내 '나이 많은 남성들'이 꼰대가 되어 꼰대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기득권이 돼 과거 영광에 취한 채 시대를 읽지 못하는 한국교회는 내부에서는 젊은 세대로부터, 외부에서는 이웃과 세상으로부터 종교적 꼰대가 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중략) 이달 장로교단 총회가 시작되는데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은 주로 '나이 많은 남성들'이다. 극소수 여성 총대를 앉혀 놓고 큰 인심이라도 쓴 것처럼 말하는 것이 바로 꼰대 같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이대로 가면 한국교회에는 꼰대들만 남고 나이 많은 꼰대가 한두 살 아래 꼰대들에게 꼰대질을 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김 목사는 꼰대질의 예로 세습금지법 폐지 시도와 여성 안수 거부, 박영식 교수 해임 사건 등을 들었다. 젊은 세대나 이웃과 소통하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꼰대질이 늘어 갈수록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했다. "세상은 교회가 선교를 위해 어떤 일을 해도 당연히 무관심할 것이고 이런 상황에 한국교회 안에 젊은 세대들도 한탄에 한숨이 함께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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