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북미 교회들이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CRT)과 '워크'(Woke) 운동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RT'는 인종 간 갈등 관계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불의와 제도적 차별을 역사적·구조적 배경과 맥락을 꼼꼼히 따지려는 이론적 틀이다. '워크'는 진보적인 사람을 지칭하다가, 젠더 평등, 성소수자 인권, 환경·정의 등 모든 사회운동 영역에서 개혁하려는 활동가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약자들의 권익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왜 북미 교회는 반대하는 것일까.

박정위 캐나다 통계청 사회통계분석관은 ＜기독교사상＞ 794호 '비판적 인종 이론(CRT)과 워크(Woke) 운동 그리고 북미 교회의 대응'이란 글에서, "교회의 모든 기능은 세상의 지배적인 문화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힘없는 이웃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예언자적 사역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라고 진단했다.

"크나큰 인종 격차라든지 소득과 부, 주거지, 교육, 취업의 불균형이 오랜 세월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면, 이러한 현상이 노예제와 식민주의 같은 역사적 유산은 아닌지 질문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엄밀히 따져 보자는 것이 다름 아닌 '비판적 인종 이론'이다. (중략)

이러한 CRT가 바탕이 되어 펼쳐진 사회운동이 Woke이다. '워크'(Woke)라는 용어는 흑인들 사이에서 구어로 사용되던 말이 오늘날 넓게 통용되는 것이다. 사회정치적 주제에 대해 항상 '깨어 있자'(stay awake)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소수자들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모르는 사이에 편견과 차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위험이 현존하기 때문이다."

남침례교단 소속 신학교 총장들은 2021년 'CRT'가 침례교 신앙과 교리에 배치됨을 선언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가들이 예수를 구세주로 선포하지 않고, 이론 전체가 성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 분석관은 "한마디로 사회 이론이 복음적이지 않아서 (신학교 총장들이) 배척한 것"이라고 했다. 또, 보수 교회가 CRT든 워크든 개인의 회심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제도적 모순 자체에 관심이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박정위 분석관은 사회가 지닌 모순을 정직하게 평가하는 일을 종교를 구실 삼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모순이 갖는 역사적 구조적 맥락을 파헤치는 일은 교회든, 사회의 누구든 해야 한다고 했다.

"북미 사회의 인종 갈등, 집단 간의 불화는 여전하고 그 결과 나타나는 취약 집단들이 존재한다. 백인 교회, 흑인 교회, 다민족 교회 등 교회의 형태에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기독교 공동체이므로, 교회 내에는 자기 인종의 정체성에 충실하면서도 그것을 초월한 사랑과 화해를 이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