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일대를 불태우며 수십 명의 인명 피해를 낸 역대 최악의 산불은 말 그대로 '화마'였습니다.
• 산불 현장 취재를 위해 저는 3월 26일과 27일, 이틀간 산불이 휩쓸고 간 의성과 청송, 안동 일대를 돌며 주민들을 만났는데요.
• 안동에 들어서자, 하늘을 가득 채운 뿌연 연기가 코를 찔러 숨쉬기가 어려웠습니다. 산 중턱에는 시뻘건 불길이 여전히, 끝없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압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습니다.
• 이미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을은 폐허로 변해 있었습니다. 강한 바람을 타고 거대해진 화염에 집은 힘없이 주저앉았고 논밭과 농기계도 검게 변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몇몇 집은 하루가 지났지만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 교회들도 피해가 클 것 같아 각 교단에 연락해 보니 불에 탄 사택과 교회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건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 교회와 사택, 창고, 자동차까지 모두 전소된 목계교회는 피해가 매우 커 보였습니다. 현장을 수습하고 계시는 목사님께 연락해 잔해만 남은 교회로 찾아갔습니다. 녹아 버린 건물들을 직접 눈으로 보자 말문이 막혔습니다. 살림이 있어야 할 집 안에는 타다 남은 재와 무너진 벽돌로 가득했습니다.
• 구계교회는 교육관을 화마에 잃었지만 교회 건물은 다행히 전소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을 전체에 물과 전기가 끊겨 씻거나 밥을 짓는 등 일상생활은 불가능했는데요. 이 교회 강정구 목사님은 가장 필요한 건 물이라고 했습니다. 생수는 있지만 씻거나 화장실에서 사용할 물이 없어 가장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 산불이 여전히 진행 중인 탓에 정부는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식료품이나 생필품 보급도 없었습니다.
• 불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쳐 긴박하게 대피해야 했기 때문에, 교인들은 옷가지도 챙기지 못했는데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해 의류와 물, 음식을 나누며 버티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 대피소 상황도 열악했습니다. 식사와 의료 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습니다.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만난 80대 어르신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 어르신은 몇 년 전 빚을 내 지은 집을 잃었습니다. 그동안 밭일을 하며 모은 소중한 돈을 집을 짓기 위해 썼는데,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 대피소에서의 생활은 어떠신지 여쭤 보자, 척추협착증을 앓고 계신 탓에 텐트에서 자는 게 고역이라고 말했습니다. 3~4명이 함께 쓰는 텐트는 촘촘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감기라도 퍼지면 매우 위험할 것 같았습니다.
• 주민들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묻자 "내 집에서 편히 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피소 생활을 빨리 끝내고, 잠시라도 마음을 추스르며 안전하게 쉴 수 있는 편안한 집이 가장 시급해 보였습니다.
• 재난은 늘 그렇듯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불길이 주로 시골 마을을 휩쓸었기 때문에 대피소에 계신 분들도, 집으로 돌아와 잔해를 치우고 있는 분들도 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이었습니다.
• 산불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덮쳤습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골목 사이로 길 잃은 강아지들과 털이 그을린 고양이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소와 돼지, 염소들도 많이 희생됐습니다.
• 아직 피해 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28일 오후 안동 일대 주불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안동시 관계자는 읍면 단위로 개별적인 조사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집계는 산불이 진화된 다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다행히 밤사이 비가 와 산불 진화율이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하루빨리 불길이 완전히 잡히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들의 일상 회복에 온 힘을 쏟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 산불이 휩쓸고 간 의성 구계교회 "마을 사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
• 산불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추억까지 태웠다
• "뒤도 안 돌아보고 일단 대피, 돌아오니 사택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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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두 번째 스토리 제목 '무차별적 성소수자 출교, 한 번 더 제동'을 '무차별적 성소수자 환대 목사 출교, 한 번 더 제동'으로 정정합니다. 꼼꼼히 더 살피겠습니다.

• 민들레: 전 씨, 손 씨를 목사라고 부르지 맙시다. 저런 사람가 어떻게 목사입니까? 저들이 믿는 것은 하느님이 아닙니다. 저들이 믿는 것이 하느님이라면 나는 믿음을 포기하겠습니다.

• 사과칩: ＜뉴스앤조이＞ 여러 뉴스레터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 보고 있습니다. 교계 소식을 누구보다 깊은 애정으로 취재하고 다뤄 주시며 수고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뉴스레터가 재발송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앞부분에 어떤 이유로 재발송되었는지 기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받아 보는 입장에서는 매번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랍니다.🙃

  • 사역기획국 요셉: 네, 사과칩님. 앞으로 재발송할 경우, 사유를 기재하겠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처치독W의 경우, 기사 링크를 잘못 삽입해서 다시 발송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