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 시장

지난해 이사를 간 뒤로 다니던 교회와 집 사이 거리가 엄청 멀어졌습니다. 덕분에 매주 주일이 되면 실존적 고민을 합니다. 유튜브로 예배에 참여할 것인지, 차로 한 시간을 달려 교회에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건데요.

지난주도 그랬습니다. 금요일부터 몸이 좋지 않아 고생을 해서, 머나먼 길을 나서는 게 부담이었습니다. 당일 아침까지 애매한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가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저를 움직이게 한 이유가 있었으니, 교회학교 '달란트 시장'이 열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만 2세 딸 때문에라도 필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회에 갔더니 영아부 전도사님과 교사들이 애써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5달란트짜리 장난감부터 최대 20달란트짜리 물건까지, 아이들의 성비와 관심사를 고려해 두루두루 물품을 준비했더라고요.

흥미로운 건 달란트 분배였습니다. 보통 달란트는 출석했을 때, 혁혁한 공(?)을 세웠을 때, 봉사를 했을 때 교인별로 차등 지급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요. 영아부 달란트 시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상반기에 교회를 개근했건 절반만 출석했건, 등록된 아이들이라면 모두에게 동일한 달란트를 지급한 거죠. 덕분에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들을 넉넉히 사 줄 수 있었습니다. 전도사님은 늦게 오는 아이들을 위해 물건 몇 개를 따로 빼 두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광경을 보며 포도원 품꾼의 비유가 생각나야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일 텐데, 광장에서 '이건 공산주의다', '달란트 선별 지급하라'라고 외쳐 댈 가상의 극우 반동분자를 상상하고 있다니… 아무래도 상반기 내내 극우 개신교 세력 취재를 하다가 과몰입했나 봅니다.

어른들의 달란트 시장이라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싸움이 나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 봤습니다. "나는 매주 봉사하는데, 한 달에 교회 한 번 오는 저 사람과 똑같은 달란트를 줍니까?" 항의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았을까요. 어른이 마인드로는 그 말이 타당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그러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하나님나라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말씀이 생각났지만, 일단 내가 불이익한 건 참을 수 없는 그 감정이 먼저일 것만 같았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하던 와중에 아이들의 모습이 다시 눈에 들어왔는데요. 신나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간식을 먹었습니다. 개근하건 가끔 오건, 일찍 오건 늦게 오건 모두를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해 주려 하는 전도사님, 그리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먼 길을 달려서 간 보람이 있는 주일이었습니다.

편집국 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