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외출이 꺼려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다만 뙤약볕 아래 장시간 있을 수는 없어 실내 공간으로 외출을 감행했는데요. 오늘은 '한여름 서울 실내 나들이'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목적지는 바로 국립민속박물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옵니다. 바로 옆에 있는 경복궁에 비해 덜 북적이더라고요. 민속박물관 입구로 들어가는 건 처음이었는데요. 고즈넉한 풍경에 살짝 이국적인 느낌까지 들어서 좀 신기했습니다.
민속박물관에서는 올해 5월부터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라는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기념품' 하면 떠오르는 갖가지 물건들 있지요? 그 모든 것들이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쫙 펼쳐졌습니다. 누군가 여행지에서 사 온 작은 기념품부터 학교나 회사 행사에서 받은 상패나 단체 옷 등, 물질화된 추억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일반 기념품으로 시작된 전시는 개인의 일생으로 연결됩니다. 출생, 성장, 결혼, 은퇴, 환갑 등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기념하는 물건들과 빛바랜 사진들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소중한 기억이 오롯이 담긴 타인의 기념품들에 나의 인생을 겹쳐 보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습니다. 삶의 전환점마다 남겨진 기록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달았죠.
독자 님도 삶의 순간순간이 스며 있는 기념품이나 기록물이 있으신가요? 거기엔 분명 '함께했던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전시 끝자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당신의 기념은 누군가의 기억이 됩니다."
기념품에 깃든 기억의 조각들이 더불어 사는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현재의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통감했습니다. 과거를 제대로 매듭지은 사람의 발걸음은 또 얼마나 희망찰까요.
문득 욕실에 걸린 <뉴스앤조이> 창간 25주년 기념 수건이 달리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최근 영상 PD 채용 등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이 시기에, 동료들과 함께 <뉴스앤조이>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모로 긍정적 에너지를 충전해 준 국립민속박물관 전시, 강력 추천 드립니다.
편집국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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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 노동자 130만 명 시대. 한국은 인구 절벽이라는 위기 속에서 더 이상 이주 노동자들 없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종종 주류의 관심사에서 밀려납니다.
-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문제지만, 사회적·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뉴스앤조이>가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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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월은 역대 2위 수준의 기록적인 폭염이었습니다. 평균 최고기온 32도, 33도 이상 폭염일이 14.5일로 역대 3위를 기록하며,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 특히 야외에서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더위는 더욱 가혹했는데요.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포천 농장 일대를 취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오후 2시 54분, 실외 온도는 31.1도였지만 비닐하우스에 들어가자마자 온도계는 37.2도를 찍더니 10분 후 42.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 이곳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이주 노동자 부부는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11시간씩 일하고 있었습니다. 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고, 페트병에 담긴 물은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어 사실상 온수나 다름없었습니다.
- 이주 노동자들의 주거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농장과 기숙사를 구분하는 것은 '까만 천막'의 유무뿐입니다. 비닐하우스에 차양막이 덮여 있고 도로명 주소판이 붙어 있으면 그곳이 기숙사입니다. 한 동에 10명 내외가 살며,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한 대뿐입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기숙사비로 월 20만 원을 거둬 가는 고용주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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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들이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현행 제도하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사업장을 옮길 수 없습니다. 김달성 목사는 "고용허가제는 완벽히 고용주 입장에서만 만든 제도"라며 "고용주와 이주 노동자 사이에 철저한 갑을 관계가 형성되어 이주 노동자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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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5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해 뜨면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해야 한다면,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농장 옆 기숙사에 살아야 한다면, 일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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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성 목사가 포천 농장을 방문한 이들 모두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아직까지 이 질문에 '일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500만 원을 줘도 한국인들이 하지 않을 일을, 이주 노동자들은 2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으며 감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채소와 과일, 우리가 사는 아파트 건설에는 이들의 땀과 눈물, 때로는 목숨이 스며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의 문제를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됩니다.
편집국 태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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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자는 인정 '외국인'이라 지원은 '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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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말, 대한민국은 전세 사기로 들썩였습니다. 수백억 대 규모의 전세 사기로 수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회는 2023년 6월 전세사기피해자법을 제정해 지원에 나섰습니다.
- 똑같은 전세 사기 피해자이지만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 피해자들입니다. 이들은 피해자로 인정받고도 정부 지원에서는 대부분 배제돼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차별받고 있는 외국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뉴스앤조이>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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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거주하는 중국인 남명길 씨는 목사에게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를 했습니다. 목사와 그의 가족 소유 빌라 5~6채에서 사기가 발생했다는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확인 결과 집주인은 목사가 아닌 가톨릭 신자였지만, 남 씨가 전한 외국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 안산은 이주 노동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빌라 피해자는 대부분 외국인이었습니다. 이들은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 가기 때문에 수입이 적고 불안정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외국인은 대출이 거의 되지 않아 전세금은 곧 가족의 전 재산이기도 했습니다.
- 2023년 9월, 경매 안내문이 붙은 이후 두 차례 경매 유예를 통해 남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올해 9월까지는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외국인은 정부로부터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지원에서는 배제되기 때문입니다.
- 내국인은 공공 기금에서 저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경매에서 먼저 입찰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LH에 양도해 LH가 매입한 피해 주택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외국인은 정책적인 이유로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 경매가 시작되면 피해자들은 거리에 나앉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지원이 시급합니다. 한 피해자는 쫓겨나면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도 있다며, 정부가 피해 외국인들이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 때까지만이라도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남명길 씨 또한 외국인도 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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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A는 건물주 정 아무개 씨와 그의 일가족이 가담한 '수원 일가족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중국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교육 선교' 비전이 있었던 그는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약 15년 전 한국으로 와 새로운 터전을 꾸렸습니다.
- 2023년, 전세 사기를 당하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혹시라도 쫓겨날 상황을 대비해 아이 학원을 줄이고 일을 그만뒀습니다. 수입이 줄어 '치킨을 먹고 싶다'는 아이의 응석도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매일 아침 경매가 진행되지 않을까 확인하는 게 일과일 정도로 극심한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 A는 전 재산을 잃은 외국인들은 0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외국인도 내국인과 같은 금융 지원과 주거 지원을 받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법적으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책과 지침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희망을 걸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 지금도 수원에서 신앙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A는 "쫓겨나지만 않게 해 달라"는 기도와,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고 나의 계획과 다를지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도 똑같은 전세 사기 피해자입니다. 피해자를 돌보는 건 국적을 떠나 모든 정부가 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적어도 지원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교회도 연대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편집국 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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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처치독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어떻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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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풀: 자영업자들의 빚을 탕감해준다는 기사를 보면서 형평성에 맞지 않고, 억울한 사람만 생기는 정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희년 정신과 빚 탕감 정신이야말로 하나님나라의 실제적인 모습이라 여기며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뉴스앤조이> 기사를 읽으며 현실과 신앙을 대하는 나의 시선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 아니 어쩜 그리도 애써 분리시키고 있었는지를 발견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야말로 이해가 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거저 받은 것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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