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정성훈 목사(상천교회)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았습니다. 정 목사는 충북 제천의 한 시골에서 목회 중인 30대 목회자인데요. 2020년 첫째 아들을 낳고, 2022년에는 둘째를, 그리고 지난해에는 셋째를 낳은 다둥이 아빠이기도 합니다.

충북 제천은 2020년 아이 셋 낳으면 최대 5150만 원을 준다는 정책을 발표해 화제가 되었던 곳입니다. 초저출산 시대가 이어지면서 인구 소멸 직격탄을 맞는 시골 지역들이 내놓는 정책이죠. 사람 귀한 지방, 그것도 시골에서 아이를 셋이나 낳았으니 얼마나 환영을 받았을까요. 마을에는 축하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정 목사 부부가 처한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정 목사의 아내, 지성경 목사의 목사 자격이 위태위태하기 때문인데요.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아이를 많이 낳아서입니다.

감리회는 2년에 한 번씩 교단 헌법을 개정하는 입법의회를 여는데요. 황당하게도 이와 같은 제도적 구멍을 막으려는 노력은 번번히 무산됐다고 합니다.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와 여교역자연합회 등 여러 기관이 양성평등 총대 워크숍을 열고 10월 13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임신・출산 교역자의 출산・육아휴가 도입을 장정개정위원회가 지속적으로 부결하여 가로막는 상황"입니다. 개정안을 올렸지만, 입법의회에서 심사조차 못 하고 폐기된다는 거죠. 장로교단으로 치자면, 헌의안을 올렸는데 총회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헌의부 심사에서 기각된 꼴입니다.

올 초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저출산 기획, 기억하시나요? 많은 교회와 기독교 방송이 앞다투어 출산이 하나님의 축복이고 자녀는 하나님의 상급이라며 아이 많이 낳으라고 강조해 왔다는 거, 다들 아실 텐데요. 한때는 성경을 인구 조절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써 왔던 한국교회가 이제는 창세기 몇몇 구절을 들고 와서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 아이를 낳는 목회자들의 삶, 특히 여성 목회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곳은 없다시피한 게 현실입니다. 앞서 말한 제천시만 해도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출산 가구를 지원하고(이것도 완전하지 않지만) 있고, 몇몇 기업은 아이를 낳으면 1억을 줘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교회는 사역자 한 명 줄어든다며 눈칫밥을 먹이기 일쑤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하고, '내가 자녀를 많이 출산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문제를 나에게 돌리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지성경 목사의 인터뷰가 가슴 아픕니다.

슬픈 사실 하나 더. 그나마 감리회가 다른 교단에 비해 잘하고 있는 곳이라는 겁니다. 감리회는 2년 전 규정을 개정해 사역자에게 출산휴가 3개월을 보장하고, 출산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감리회보다 교세가 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 직원에게만 출산 휴가 규정이 있고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여성 사역자에게… 생략하겠습니다.

＜뉴스앤조이＞는 지난 한 달간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 논의한 각종 여성 차별 정책과 결의를 중점적으로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개악을 감행한 예장합동.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더 많이 말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총대 할당제를 부결한 예장통합. 그리고 때마침 근본과 유서를 자랑하는 영국성공회가 교단 역사 491년 만에 최초로 여성 캔터베리 대주교를 선출했다는 소식까지… 꼴랑(?) 110년 역사 원조를 자랑하며, 그리고 '장자 교단'을 자처하며 당당히 여성을 차별하는 교단들이 창피스럽기만 합니다.

이제라도 하나하나 빠르게, 최소한 상식에서는 뒤떨어지지 않게 미흡한 제도들을 보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10월 28~30일 진행되는 감리회 입법의회에 여성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휴직 제도 개선 현장 발의가 이뤄진다고 하네요. 잘 취재해서 기사로 후속 결과도 전달하겠습니다.

편집국 승현

• 젊은 목회자 부부의 탄식 "아이 많이 낳으면 목사 자격 박탈될 수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