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N년 차 '혼명절러'예요. 가족과 친척을 만나는 대신, 혼자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곤 해요. 주변에 저와 같이 혼명절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집으로 초대해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요.🥗🍰☕️

'교통 체증'➕'노동'➕'유희'➕'고생'이 공존하는 '우리 집 추석 문화'의 장점만 발췌한 버전이랄까요.

처음에는 가족들이 서운해해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기도 했지만, 한 해 두 해 거듭되니 이젠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됐어요(어쩌면 '포기'일 수도 있겠지요).😏 친척 집을 돌며 수집한 용돈을 얄밉게 자랑하는 초등학생 막냇동생만 빼고요. 올해엔 군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생이 있어 100만 년 만에 가족들을 만나러 갈 계획인데요. 두근거리기도 하면서 혼명절의 여유는 그른 것 같아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수진

어려서부터 교과서에서든 미디어에서든 자고로 '추석'이라면 가족들과 함께 '송편'을 빚어 먹는 날이라고 보고 듣고 배워 왔는데요. 저는 정작 추석에 송편을 만들거나 먹어 본 기억이 한 번도 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시쳇말도 제 경험과는 거리가 멉니다. 평소에 교류가 전혀 없던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어색하기 그지없었고요. 아버지와 형제들 사이에는 어린 나이에도 직감할 수 있을 만큼 늘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추석 당일 아침 의무감에 모인 가족들은 점심도 되기 전에 자리를 파하고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마저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10년 전 이래로는 아예 만나지를 않고 있고요.

추석에 대한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쩌면, 세상이 마냥 교과서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 미디어가 재생산하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언제나 내게도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최초의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처치독 주제가 '우리 집 추석 문화'인데, 소개할 만한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화라면 문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런 걸로 낙심하거나 부러워할 나이는 이미 오래전에 지난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연휴에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평화롭고 안온한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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