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님. 최승현입니다. 올해부터 편집국장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연말,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 기도를 받았습니다. 목사님은 ＜뉴스앤조이＞를 잘 알지는 못하십니다. 편집국장으로 일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자, 승진(?)했다고 이해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렇게 기도해 주셨습니다. "저로 인하여 회사가 불같이 일어나게 하시고, 많은 사람이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하옵소서."

순간 회사를 진짜 잘 모르시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뉴스앤조이＞가 불같이 일어나게 해 달라는 말처럼 소중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요. 올해 2월부터 시작하는 ＜뉴스앤조이＞ 기도 모임 '불기둥'을 예견하신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기억에 정말 오래 남은 말은 ＜뉴스앤조이＞ 기사로 많은 사람이 회개하고 옳은 길로 들어서게 해 달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그 강고한 틈에 작은 균열 하나 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저희에게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편집국장 인사 글에도 썼지만, 올 한 해 성역 없이 최선을 다해 취재하는 기자들과 함께 가치 있는 보도, 한국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보도들을 위해 달려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옳은 데로 돌아오는" 역사를 기대해 봅니다.

편집국 승현

• 지난해 10월 25일, 총신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던 A가 신학대학원생인 남편 B에게 폭행과 협박, 스토킹 등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어요.
• A는 ＜뉴스앤조이＞와 여러 차례 만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들려줬는데요.
• 2021년 신혼여행 때부터 난폭 운전과 폭언을 했고, 점차 폭력의 수위와 빈도는 높아져 물리적인 폭력까지 저질렀다고 해요.
• A는 총신대학교에 10년 넘게 학생·직원으로 몸담아 왔고,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 왔기에 그동안 참고 살아왔다는데요.
• 폭력을 참다못해 경찰에 세 차례나 신고했지만, 그때마다 모두 처벌 불원서를 써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남편의 폭력성은 멈추지 않았다고 해요.
• B는 피해자와 함께 사역하는 교회, 피해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크고 작은 폭행과 스토킹을 계속했고, 주변 학생·교수들에게 피해자를 "사치가 심한 여자다", "음란한 여자다"라는 식으로 험담했다고도 해요.
• 결국 A는 남편과 이혼소송을 하고, 학교도 떠나게 됐어요.
• 남편 B는 2022년 법원에서 '접근 금지명령'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폭행, 협박, 특수 협박, 명예훼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됐어요. 이 중 스토킹 범죄는 12월 28일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이 내려졌어요.

• A의 피해를 총신대 교수들도 알았어요. A의 직장 상사였던 정 아무개 교수 등이었죠.
• 정 교수는 2022년 3월, B에게 "아내가 이혼한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삼자대면'을 했어요. 이 자리에서 A는 남편에게 당한 폭력 등을 털어놨죠.
• 하지만 피해 사실을 듣고도, 정 교수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황당한 말을 했죠. A에게 "(B를) 계속 피하면 오히려 B를 화나게 하는 것 같다. 집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 것이죠.
• 가정에서 폭력을 당한 아내에게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라니, 이보다 더 무책임하고 여성 혐오적인 말이 있을까요.
• 외부에 피신해 있던 A는 정 교수의 말을 거스를 수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또다시 폭력에 노출됐다고 해요.
• 정 교수에게 당시 그런 말을 한 이유를 묻자, 그는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했고, 말에 신빙성이 없었다. 가정사나 부부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나는 손을 떼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 이후 A는 총신대 인권센터에 사건을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센터는 오히려 '인권침해'를 저질렀어요.
• 당초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A를 대리해 사건을 신고했는데, 센터는 대리인 신고가 불가능하다며 피해자가 다시 신고하도록 요구했어요.
• 극심한 트라우마에도 하는 수 없이 학교에 신고하러 나온 피해자에게, 센터 담당자는 "접수를 할지 말지는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조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 봐야 한다"고 말했어요.
• 피해자는 담당자에게 "신고를 하면 책임져야 한다", "인권 싸움은 승자가 없다", "다투기 전에 시비를 그치라"는 등 부적절한 발언도 들었다고 했어요.
• 반면 피해자가 응당 받을 수 있는 상담·보호 조치나 사건 처리에 관한 세부 절차·일정 등은 안내하지 않았어요. 피해자가 직접 일일이 규정을 찾아보며 질의했지만 대부분 무시당했고요.
• 학교에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규정이 존재했지만, 센터는 이 규정을 지키지도 않았어요. 대신 미비한 '인권센터 운영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했어요.
• 센터는 사건을 접수한 이후 규정에서 조사위원회의 '징계 요청 권한'이나 '사건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절차와 조치 제공'이라는 조문을 모두 삭제하기도 했어요. 사법기관에서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은 조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은 추가했고요.
• 시간을 2개월씩이나 끌던 인권센터는 결국 이 사건을 조사할 수 없다고 통보했어요. 당사자들이 법률상 부부이고, 사법기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징계는 신대원의 권한이라는 이유로요.

• 징계 책임은 신대원으로 넘어갔어요. 피해자도 인권센터에 사건을 신고하는 동시에 신대원 학생지도위원회에도 징계를 요청한 바 있었죠.
• 하지만 신대원은 인권센터에서 사건을 진행할 동안 손을 완전히 놓고 있었어요. 법리적 검토를 한다는 이유로요.
• 신대원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도 인권센터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학생지도위원회 팀장은 "(이런 일은) 기본적으로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어요.
• 신대원은 1월 중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위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에요. 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자가 되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있기 때문에, 징계가 필요하다면 졸업 이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요.
• 하지만 B는 학교를 졸업하고 해외로 나가 선교사로 활동하겠다는 입장이에요. 충분히 조사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늑장을 부리는 총신대를 보면,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 가해자가 신대원생이라는 이유로 감싸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 결국 총신대는 신학대학원생인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 온 A가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방관하고 있어요. 직장 상사였던 교수와 신대원, 인권센터 어느 곳 하나 도와주지 않았죠.
• 오히려 신학교라면 일반 사회보다 더 높은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인권침해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무엇보다 총신대가 성폭력, 그중에서도 친밀한 부부 관계에서 발생하는 '아내 폭력'을 가부장적인 언어와 논리로 뭉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
• 성소수자 인권 동아리에 가입했던 학생들에게는 일사천리로 중징계를 내리면서, 폭력 사건은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이 황당하기도 하고요.
• 피해자와 조력 기관은 총신대 인권센터에 이의신청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부 등에 진정을 넣는 등 학교가 이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 A는 "학교에 징계를 요청한 건 가해자를 벌하려는 게 아니라, 치료를 받고 더 이상 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폭력성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진정으로 회개하면 추후에 징계를 풀어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B도, 학교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결국 비슷한 가해자와 피해자만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 총신대, '아내 폭력·스토킹' 신대원생 징계 요청 묵살…"가정에서 해결하는 게 원칙"
• 학내 성폭력 전담 기구 역할·권한 축소한 총신대
• '아내 폭력·스토킹' 피해자, 인권위·교육부에 진정 "총신대 인권센터가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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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네네:  요즘 기독교 단체들이 힘든 사정일 텐데,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꼭 필요한 곳들이 힘든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올해 다들 힘내시길 기원합니다.

• 천앞: 나만 생각하며 현실에 빠져 지내다가, 이웃을 생각할 시간을 억지로 갖게 되네요 ^^ 덕분에 '이태원 분향소 지킴이 신청' 고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