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 접촉자로 살아 본 일주일

2022. 2. 25.

🐕밀접 접촉자로 살아 본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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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5│2022.2.25.

밀접 접촉자로 살아 본 일주일

독자 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멋쩍을 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습니다. 한 달 전 1만 명대였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한 달 새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어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강력하긴 한 모양입니다. 주변에 확진자가 없으면 친구가 없는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얼마 전부터 제 주변에도 감염이 확진된 분들이 여럿 나오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저희 가족 모두 밀접 접촉자가 되어 능동 감시형 '집콕' 모드로 지냈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들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밀접 접촉자로 지내는 것도 만만치가 않더군요.

겨울이면 으레 찾아오는 비염 증상과 피곤할 때 나타나는 가벼운 인후통 증상에도 혹시나 감염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자가 검사 키트에 분명 음성 표시가 떴는데도 자꾸만 불신하게 되더라고요. 거부하는 아이를 붙잡고 면봉으로 콧구멍 속을 훑어 내는 일은 또 어찌나 곤욕스럽던지요.

무엇보다 학교 돌봄 교실에도 태권도장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와 집안에서 종일 붙어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 힘들었습니다. 재택근무 중인 제게 수시로 심심함을 호소하며 놀아 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자니, 5~6년 전 혼자 육아를 담당할 때 암울했던 감정들이 불쑥불쑥 올라오더군요. 마음껏 놀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미안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얼마나 힘들까 싶어 안쓰럽기도 했지요. 정신줄 붙잡느라 애먹었습니다.

다행히 가족 모두 별다른 증상 없이 일주일간의 셀프 격리를 마치고 일상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고 다시 이런 상황을 마주할지 모릅니다. 학교가 개학하면 예방접종을 못한 아이들을 통해 바이러스 전파가 더욱 거세져 부모들도 코로나19의 매운맛을 피해 가기 어려울 거라고들 합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지키며 생활하되, 혹여나 확진으로 격리될 경우 어떻게 잘 지내야 할지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 나가야지 싶습니다.

처치독 독자 여러분의 안녕을 기도합니다.🐕

사역기획국 은석

처치독 리포트

양쪽에서 욕먹는' 기사, 왜 썼냐고요? ✍️

2월 한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감신대·장신대·한신대 학보사 기자들과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한국언론진흥재단)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기자 생활은 오래 했어도 이런 모임을 진행한 건 처음이라 나름 긴장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어제(24일)까지 총 4번의 모임을 마쳤는데요.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 솔직히 그냥 시원합니다. ㅎㅎㅎ🙂🍃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언론사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 봐야 할 교과서 같은 책이에요. 저널리즘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저널리즘과 그냥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저널리즘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 총망라돼 있거든요. 근데 아시죠? 교과서는 읽기 힘들다는 거 ㅎㅎ 550쪽(!)에 달하는 교과서를 읽으며 끝까지 잘 따라와 준 학보사 기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저도 이번에 독서 모임을 준비하면서 책을 다시 한번 읽었어요. 다시 읽으니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특히 제가 지난주에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들을 많이 고민하며 썼던 기사가 있어요. 오늘은 그 기사 이야기를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무속·주술 정치? 흠…

1월 중순부터였을까요. 교계에서 '무속·주술 정치를 비판한다'는 내용의 성명서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그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죠.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설 연휴가 지나고 나서도 계속 성명서가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기사를 쓰면서 찾아보니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가 총 24개나 나왔더군요.

자연스럽게 ＜뉴스앤조이＞에도 성명서를 다뤄 달라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선거에 있어 후보자의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무속 논란까지 자세하게 따라가며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대선 기간 쏟아지다 못해 퍼부어지는 것 같은 언론 보도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기사만 쓰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 성명서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편집국에서 이례적으로 긴 논의를 거쳤습니다. 교계에서 이렇게 성명서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대해 ＜뉴스앤조이＞가 계속 침묵하면 안 되겠다는 결과가 나왔죠.

"기자는 객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객관적일 수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154쪽)

취재란, 기자 개인의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사실을 검증해 가는 일입니다. 이에 따라 먼저 성명서를 발표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한 인상비평을 지우고 최대한 그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려 했습니다. 다음은 지금까지 드러난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씨의 무속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일이었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사실(fact)로 확인된 부분과 아직까지 의견·주장·의혹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나눴죠.🤔🔍👤

그렇게 정리해 보니, 윤 후보와 김 씨에 대한 무성한 의혹에 비해 '비선 실세'나 '무속·주술 정치'라고 확인된 부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또 한 가지 이례적이었던 부분은, 그간 무속을 미신이나 하등 종교 취급하던 보수 교계가 아니라 무속도 존중해야 한다던 진보 교계에서 성명서 대부분이 나왔다는 거였어요. 물론 의혹이 무성하니 우려를 표명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대선은 무속과 기독교의 싸움이다", "한국교회여 주술로부터 이 나라를 구하라" 같은 성명 내용은 아무래도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권과 금권, 그리고 정파로부터의 독립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희에게 곤욕스러웠던 부분은 성명서를 발표한 사람·단체 중 평소 ＜뉴스앤조이＞를 응원해 주시고 교회 개혁에 뜻을 함께하던 분이 많았다는 거였어요. 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들도 계셨죠. 그분들의 정치 성향과 지금 대선 국면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기는 하지만, 저널리즘적으로 접근했을 때 이런 성명서는 교계와 사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사를 쓴다면 성명서를 낸 분들을 어느 정도 비판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ㄷㄷㄷ

사실 저희같이 20여 년간 금권과 교권에 휘둘리지 않았던 언론은 차라리 '어디 대형 교회 목사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쓰기가 더 쉬워요(?). 이제 교계에서 저희를 돈과 권력으로 어찌 해 보려는 생각을 하는 데는 별로 없으니까요. 하지만 교권·금권과 함께 '정파성'은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장애물입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이 정파성이 다른 어떤 것들보다 언론과 시민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한 '확증 편향'이 이를 잘 설명해 주죠.📱🌀😵‍💫

마침 무속 정치 비판 성명 기사를 쓸 때 읽었던 부분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5장 '정파로부터의 독립' 챕터였어요.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우쳐 준 문구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자들이다. 그런데 또한 불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보수주의자이기도 하다. 불교 신자가 먼저고 기자가 다음이면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면 인종, 민족, 종교, 계급 그리고 이념적 배경은 그들의 작업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작업을 지배하지는 않는다." (268쪽)

"기득권이나 정파의 이익에 갇힌 논평에서는 이러한 지적 독립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를테면 독립성은 보수적인 논평가가 공화당원을 비판하는 것 혹은 진보주의자가 민주당원을 비판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가 가장 충성해야 할 대상이 시민의 필요라는 점은 기자가 중립적일 필요는 없지만 충성 대상이 여럿이면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485~486쪽)

저널리즘의 위기는 곧 교계의 위기 🚨

이런 기사를 내놓는 일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소위 말하는 '양쪽에서 욕먹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항상 그 시점에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저널리즘을 해 왔다고 생각해요. 이번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상대로 부정적인 댓글도 많이 달렸는데, 합리적인 비판은 언제나 겸허하게 수용하겠습니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불러온 요인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기자로서 보자면 '변질된 저널리즘'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교계 언론들 대다수가 여전히 교단의, 대형 교회의 눈치를 보는 것은, 마치 구약시대 거짓 예언자들이 가짜 평화를 설파했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곧 민주 사회의 위기인데요. 그렇다면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교계 언론들의 폐해는 고스란히 모든 그리스도인이 짊어지게 되겠죠.

＜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의 위기 중 그 한 부분이라도 잘해 보려고 노력하는 언론입니다. 반대로 좋은 저널리즘의 혜택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돌아간다고 믿으면서요. 저희가 조금 부족해 보이더라도, '얘네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건설적 비판과 지지를 부탁드려요. 그 모든 관심을 좋은 저널리즘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편집국 권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