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주 - 환대하지 않는 교회

2024. 9. 1.

'불법 세습' 후 성장 중이라는 여수은파교회

"교회 성장은 오직 은혜입니다. 주의 은혜에 빚진 마음입니다."
'불법 세습' 후 야반 도주하듯 교단을 탈퇴한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원로목사가 ＜뉴스파워＞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고 원로목사는 자신의 아들 고요셉 목사가 2대 목사로 부임한 이후 교회가 성장하면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수은파교회는 올해 250여 명의 새신자가 등록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이던 여수은파교회는 고만호·고요셉 부자 목사의 불법 세습으로 논란이 일자 교단을 탈퇴했다.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법을 피하기 위해 아들 교회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세습을 강행했고 교계 안팎에서 질타를 받았다.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고만호 원로목사는 세습금지법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 법이 성경에서 나왔다면 '아멘' 하고 굴복했겠지만,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면 뜯어서 고쳐야 한다."
고 원로목사는 자신이 하지 못한 교재 집필과 사역 등을 아들 목사가 잘하고 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불법 세습과 예장통합 교단 탈퇴를 의식한 듯 "교단과 노회에는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빚진 마음이다"라고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송구하다" 한들 달라질 게 있을까. 그리고 정말 '빚진 마음'이라면, "우리 교회 성장하고 있어요", "우리 아들 잘합니다"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정복주의적 세계관 버리고 새겨들을 때

"정말 기독교적 가치와 신념을 확고히 가지면서, 비범한 품성과 품격을 갖고 세상을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무례한 기독교＞의 저자 미국 조직신학자 리처드 마우가,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평화를 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분열을 증폭시키는 현실을 보고 한 말이다. 다원적 세계에서 교회가 순기능을 못한다고 꼬집는다. 한국교회 상황은 어떨까. 이상학 목사(새문안교회)는 ＜국민일보＞ 칼럼에서 미국 교회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한국교회 안에도 세상과 사회를 적대시하고 세상을 그저 십자가 복음으로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세계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세상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정복과 교화(敎化)의 대상으로만 본다. 이런 세계관을 '정복주의적 세계관'이라고 일컫는다."
이 목사는 중세 시대에 적용됐던 세계관을 바꾸고,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서 살면서 타자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타자를 미몽에 빠진 무지한 자처럼 인식하면 안 된다. 인간과 사건을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보면 안 된다. 또한 교회는 세상이 교회에 하는 말을 가볍게 들으면 안 된다. (중략) 하나님나라를 이 세상에 이뤄 나가려면 교회가 반드시 새겨야 할 것들 또한 많다. 이것이 선교 지향적 태도요,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이뤄 가라는 주님의 명령에 신실한 자세가 아닐까."

환대하지 않는 교회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 (출 22:21)
성경은 이주민을 환대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이주민에게 무관심한 편이다. 한국에는 250만 명의 이주 노동자가 사는데, 이들은 임금 차별 등을 당하거나 체류 기한을 연장하지 못할 경우 미등록 신분 상태가 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데 일부 극우 개신교의 경우 이주민에게 무관심을 넘어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포스트아모르연구단 연구책임자)는 성서가 분명히 말하고 있는데도, 많은 개신교인이 이주 노동자와 이슬람 난민 등을 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8월 26일 '이주민 환대 세미나'에서, 개신교인들이 이들을 환대하지 않는 이유를 △서방 언론의 영향 △선입견 등에서 찾았다.
"문제적 이주민들의 상당수가 동남아와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출신의 무슬림이라는 사실 혹은 오해에 근거한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기독교 이슬람교의 대립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서방 언론은 극도로 과장되게 표현된 괴기스럽고 악인다운 얼굴 이미지를 아랍 지도자들에게 덧씌우며 이슬람 전체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 집단이자 악의 축으로 지목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특히 개신교인들은 유대교와 친밀성이 높은 미국 보수 개신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며 현대 이스라엘 국가와 팔레스타인 아랍 국가들 사이의 무력 충돌 상황에서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에 너무 쉽게 동화됐다."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로의 친밀성이 매우 높은 한국 개신교인들은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이바지하는 공로 앞으로 기대되는 기여를 인정하기보다는 노동의 질에 비해 과한 임금과 복지 특수를 노리는 탈취자들로 여긴다. 여성 차별과 성폭력을 일삼는 범죄자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경향도 강하다."
김혜령 교수는 이주민을 환대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행위를 방치할 경우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적대의 정치화는 단순히 무슬림만이 아니라 한국의 오래된 종교인 불교나 유교 민간신앙에 대한 차별로 번질 수 있다. 또한 에큐메니컬 관점에서 볼 때 서로 다른 신앙의 전통과 내용을 지닌 종파들 사이의 배척이나 이단 정죄의 위험도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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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의견 게시판

별초롱자영: 지구촌교회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길: 지구촌교회와 몇 개 교회의 리더십 교체 이야기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뚠: '거룩한 잡놈' 너무 좋다. 목사들은 이래야 한다. 나는 목사는 아니지만, 나 역시 그 본질을 잊지 않고 싶다.

lighti: 늘 잘 읽고 있어요. 요즘은 저도 종군위안부 역사 관련한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 왜 '위안부'와 '소녀'가 한 단어처럼 사용되어야 할까요? 전시 성노예, 소위 '위안부'로 끌려간/속아서 간 여성들은 소녀만이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여성들이 피해를 겪었는데, 여전히 우리나라 시각은 순결한 피해자 '소녀'만을 위안부의 대명사로 지칭하고 있죠. 그래서 여전히 피해자 배보상 요구도 어렵다고 들었어요. 전쟁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의 순결한 소녀로서 피해자의 위치에 순결하게 머물러야만 할 때, '위안부'를 둘러싼 모든 논쟁은 피해자를 고립시킨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선별적으로만 역사화되는 현실도 씁쓸하죠. 숱한 예산이 정말 피해자 분들께 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통탄스럽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피해자 배보상을 '돈'을 요구하는 악마로 만드는 안 좋은 문화가 있는데, 순결한 위안부 상에 어울리지 않는 분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묻혔을까요. (얼마 전 ＜경향신문＞에 실린 정희진 선생님 칼럼 인상 깊었어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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