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갈 수 있는 교회는?

2024. 8. 30.

🐕내 친구가 갈 수 있는 교회는?

웹에서 보기 ㅣ 205호 ㅣ 처치독 페이지

올 여름은 유독 더웠던 것 같습니다. 작년과 비교해 봐도 더위가 지속되는 기간과 온도와 습도를 비롯해 여름 나기가 매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내년 여름엔 얼마나 더울까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데요.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등장하는 호머 심슨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번 여름이 너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거란다."

저는 평소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집에서 에어컨을 잘 켜지 않았는데, 이번 여름에는 에어컨 없이는 버틸 수가 없더라고요. 카페나 식당은 너무 추워서 겉옷을 필수로 가지고 다녔죠. 살인적인 햇빛에 머리가 뜨겁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다가 실내로 들어와 에어컨을 쐬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기침이 자주 나왔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니 에어컨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에어컨 사용이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텐데…. 매일 에어컨을 켜면서 점점 더워지는 여름을 걱정하는 제 자신이 모순적이라고 느끼면서도, 이 기후 재난을 대응하는 데 개인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들로 점점 지구에서 생명이 살아가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았죠.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8월 29일, 정부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워 두지 않은 것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것인데요. "한국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청구 취지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은 물론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해야 합니다.

이번 기후 소송 청구인 중 한 명인 한채아 씨는 "어린이들이 기후 소송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이번 판결이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우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우리 행동에 달려 있고 그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밤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여름이 끝나 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이 우리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찾아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편집국 태빈

다큐멘터리 '교회의 문턱'

3부작 공개

＜뉴스앤조이＞가 올해 상반기에 선보인 ‘교회의 문턱’ 기획 시리즈를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8월 19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사회를 열어 첫 공개를 한 바 있는데요. 교회의 배리어 프리를 주제로 여러 독자님과 대화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배리어 프리 자막 작업을 거쳐서, 드디어 오늘 ＜뉴스앤조이＞ 유튜브 채널에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자막을 활성화하면 배리어 프리 자막이 나옵니다.)

영상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 내 친구가 갈 수 있는 교회는 어디일까?'에서는 서울 종로구 교회 배리어 프리 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봅니다. 항목별 통계를 보고, 장애인의 교회 접근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면밀히 조사, 분석했습니다.
'교회의 문턱'을 함께 진행한 무지개신학교 기획단원들의 이야기도 들어 볼 수 있습니다. 교회 배리어 프리 실태 조사를 하며 현장에서 깨달은 점을 솔직하게 나누었는데요. 생생한 증언을 통해, 교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부 - 오래된 교회들의 노력'에서는 실제 교회들이 어떤 식으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많은 목회자가 배리어 프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지를 담았는데요.
사실 이번 조사 대상인 서울 종로구에는 50년 이상 된 교회가 많았습니다. 옛날에 지은 예배당은 워낙 낙후되어 있어서 편의 시설 설치가 어려운 교회도 많거든요. 그러나 배리어 프리는 결국 인식 문제라는 것! 2부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없을 때 수어 통역을 시작한 서대문교회, 사고로 장애인이 된 한 교인을 배려한 숭인교회, 고령자 교인을 위해 리프트를 설치한 남부교회, 본당이 있는 4층까지 경사로를 만든 새문안교회 등 문턱을 없애기 위한 여러 교회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3부 - 시설과 인식의 문턱을 넘다'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배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예배당에 휠체어가 죽 늘어선 풍경, 상상이 가십니까? 서울 마포구에 있는 너와나의교회, 대구 둥지교회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없습니다. 두 교회 목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이 교회에 다니는 데 편의 시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죠.

이번 '교회의 문턱' 영상을 제작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좀 부끄러웠습니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하는데, 실은 배리어 프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거든요.
교회를 수십 년간 다녔지만, 교회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화들짝 놀라기도 했죠. 그동안 교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경각심을 가진다면,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영상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드렸지만, 영상 시청 후 독자님들 각각의 소감은 다양할 것 같아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많이 시청해 주시고 의견도 남겨 주세요.
‘교회의 문턱’ 기획은 다큐멘터리 영상 공개로 막을 내리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이 기획을 시작으로, 많은 교회가 배리어 프리에 발 벗고 나서기를 제안합니다.
더불어, ‘배리어 프리’에 관심 있는 교회나 모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도 진행할 예정이니 언제든지 ＜뉴스앤조이＞에 연락 주십시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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