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주 -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총회

2024. 9. 29.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총회

"보통 사회에서는 이러한 총회가 열리면 소위 이야기하는 컨벤션 효과라는 것이 있다. 특히 정당이 전당대회를 하면 지지율이 상승하고, 대표하는 이들의 인기도 역시 올라간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총회는 역효과만 나온다."
주요 장로교단의 정기총회가 마무리됐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새로운 건 없고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하는 교단들의 총회가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9월 27일 '조롱거리 아닌 성총회 되길'이란 제목의 ＜국민일보＞ 칼럼에서 "총회 결의에 교인들이 박수 치고 환호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실망과 탄식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불륜 의혹으로 교단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킨 김의식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109회 총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교수는 "총회 개회 당일 총회장은 사람들이 아직 모이지 않은 새벽에 교회로 잠입해 숨어 있다가 개회식에 등단해 개회만 선언하고 사라졌다. 전광석화 같은 그의 행보로 총회는 모두 바보가 돼 버렸다. 총회만 그렇겠는가. 이 일을 눈여겨 지켜보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교단들이 반동성애 결의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문제 삼았다. 조 교수는 "총회 자리는 반동성애 결의 대회장 같다. 매년 비슷한 의견과 결의들이 쏟아지는데 차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성 안수를 허락하지 않은 예장합신 총회를 향해서는 "시대착오적인 여성 폄하"라고 비판했다.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은 1년 만에 교인 수가 20만 명이나 줄었다. 조성돈 교수는 "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책이 논의됐다는 소식도 못 들었다. 문제에 대한 명확한 분석도 없이 부흥, 총동원, 배가와 같은 구시대적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교단에 실망에 다른 길을 찾고 있는 젊은 목회자와 교인이 많다면서 총회가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 줄 수는 없느냐고 했다. "예수 믿겠다고 하는 이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이때에 교단의 총회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희망을 보여 줄 수는 없을까."

제명 압박에도 목사가 버티는 이유

올해 7월 6일 대전에서 처음 열린 퀴어 문화 축제에는 13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종일관 밝고 환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축제에는 개신교 목사들도 무지개 스톨을 두르고 함께했다. 목사들은 성소수자와 축제 참가자들을 위해 꽃잎을 뿌리며 축복 기도를 올렸다.
"이 시간 간절히 비오니, 교회에서 상처받고 쫓겨난 모든 이들과 성소수자 길벗들이 그 모습 그대로 우리들의 새로운 식구가 되게 하시고, 하나님의 입맞춤이 주는 힘으로 사랑의 관계를 되찾게 하소서. 우리가 모여 함께 울고 웃고 떠들썩하게 춤추며 즐거움을 나누는 이 자리를 참사랑이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하오니,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삶에 사랑과 우정이 넘쳐나게 하소서."
대전에서 목회 중인 전남식 목사(꿈이있는교회)도 퀴어 문화 축제에 참가하고, 성소수자들을 위해 축복 기도를 했다. 전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에도 퀴어 문화 축제에 나가겠다면서 이 땅의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차별·혐오·배제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전 목사와 같은 교단에 속한 몇몇 목사는, 전 목사가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 지침을 따르고 있지 않다며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 목사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아예 교단을 떠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식 목사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단법을 만들어 동성애 지지자를 면직, 제명 등으로 징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순순히 안 물러날 것이다. 목사직에 연연해서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쉽게 교단을 탈퇴하거나 아니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을 철회한다면, 앞으로 침례교단 내 양심적인 목회자 및 교인들, 성소수자들과 앨라이 분들은 더욱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방회 회장이나 총무들에게 '전남식 목사를 제명하라'는 청원서가 올라오고, 대형 교회 목사들까지 나서서 그렇게 (제명 요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연연해하지 않는다"면서 "대전에서 함께하시는 목사님, 교인들과 '성소수자 예배'를 준비하기로 했다. (압박이 있더라도)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대유행 때 대면 예배 금지, 유효·적절한 수단"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당시 대면 예배를 금지한 서울시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이들이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서울시의 조치가 "종교의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한 몇몇 교회의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등법원은 9월 13일 대면 예배 금지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 선고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대면 예배 금지는 목적 달성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었다"고 했다. 또 "생명과 신체의 안전은 매우 중요한 법익이고 코로나19는 이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심각한 위협이다. 이 사건 처분이 제한하는 종교의자유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더 본질적이라거나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올해 7월, 코로나19 확산 당시 지자체가 종교시설에 내린 집합 금지처분은 종교의자유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링크)한 바 있다. 대법원은 밀폐된 상황에서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의 특성상 집합 금지 조치는 공공을 위한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봤다.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민 전체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부터의 보호이다. 이로 인한 종교의자유 제한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점과 팬데믹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제한되는 원고들의 종교의자유가 공익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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