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을 총회가 끝나고

2024. 9. 27.

🐕2024 가을 총회도 끝나고

웹에서 보기 ㅣ 209호 ㅣ 처치독 페이지

안녕하세요. 나수진 기자입니다. 저는 이번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울산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 다녀왔어요. 제가 햇수로는 4년 차이지만, 이전까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단 총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거나 단축되어서 이렇게 '풀참'한 적은 많지 않았는데요. 게다가 3박 4일 일정을 오롯이 혼자 취재해야 하는 상황이라 다소 긴장한 채로 현장에 도착했어요.

이번 합동 총회는 뭐랄까… 과거의 명성에 비하면 다소 심심(?)했달까요. 예전에는 가스총도 등장하고 용역도 동원했다고 하는데, 이젠 그런 막장까지는 안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라고요. 같이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끼리 "저쪽 동네(예장통합)가 워낙 시끄러워서, 상대적으로 합동이 멀쩡해 보이는 느낌"이라고 웃어 넘기기도 했는데요. '저쪽 동네' 총회를 취재한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기자들 출입을 봉쇄하고, 총회장과 다른 건물에 위치한 기자실은 중계 화면 하나 마련해 주지 않은 곳이었다고 해요(취재를 어떻게 하란 말이죠?). 그러는 사이 불륜 의혹을 받는 김의식 전 총회장이 반대를 무릅쓰고 단상에 올라 소동을 피웠다네요.

그런 광경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하기에는, 합동 총회에도 제 딴에는 '재미있는' 풍경이 꽤나 있었는데요. ① 환경 보호를 위해 PDF 보고서를 도입하고 에코백을 사용했지만 플라스틱 생수병은 무한대로 비치 ② 공정한 표결을 위해 휴대폰을 이용한 전자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총대들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해 거수로 변경 ③ 군목단과 남성 총대 1600명이 단체로 거수경례(여기가 군대인가 교회인가 총회인가) ④ 총회장 입구에서 총대들을 맞이하고, 간식을 배부하고, 신임 임원들의 가슴에 휘장을 달아 준 사람들은 모두 '여성'

총대들의 성별·나이·형편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구석도 있지만, 올해 총회가 과거보다, 타 교단보다 질서 정연하고 점잖은 총회였다고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회 흐름에 반하는 여러 결의가 나온 점도 그렇고요. 총회가 느리게라도 변화하고 있다지만, 그 속도가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편집국 수진

교단 총회 정리

1. 작지만 큰 변화
'여성 강도권' 결의한 예장합동

예장합동에 드디어 '여성 강도사'가 생길 전망입니다. 예장합동은 이번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을 비롯해 여성 강도권 도입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오랫동안 여성의 지위를 제한해 온 예장합동 내부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라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헌법 개정 및 노회 동의(수의) 과정을 거쳐야 해, 여성 강도사 제도 도입은 최소 3년이 소요됩니다. 또한 여성 강도사가 도입되더라도 '여성 안수'까지 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우세합니다. 남성 강도사와 여성 강도사를 의도적으로 구분해, 결과적으로 유리 천장을 신설했다는 비판도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여성 안수 얘기만 나오면 학을 떼던 예장합동 목사·장로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여성 인재들이 타 교단으로 유출된다는 전력 손실(?) 논리도 큰 공감을 얻었고,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같은 얘기도 총회 석상에서 듣기 힘들어졌습니다.
목사의 정년 연장안도 부결됐습니다. 김종혁 총회장은 보는 사람 모두 어안이 벙벙하게 기습 통과를 선언하고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지만, 총대들이 정말 폭동이라도 날 것처럼 격렬하게 항의했습니다. 보통 아무리 말이 안 되더라도 의사봉 세 번 두드리면 잠잠(?)해지는 게 관례인데, 총대들 분위기가 정말 험악했습니다. 격론 끝에 현행 70세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2. 김의식 목사로 시작해

김의식 목사로 끝난 예장통합

예장통합 총회는 개회 여부부터 초미의 관심사였죠. '불륜 논란'을 일으킨 총회장 김의식 목사가 총회에 나타날지 많은 사람이 눈여겨봤는데요. 결국 김의식 목사는 현장에 등장했습니다. 초췌하고 힘없는 얼굴로 "불찰과 부덕"을 사과하고 갔습니다. 끝까지 '불륜'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도덕적 문제 때문에 총대들이 김 목사를 거부한 건데, 김의식 목사는 끝까지 '건강' 핑계를 대고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말하고 나갔죠.
총대들은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회의가 진행되는 2박 3일 내내, 몇몇 총대는 김의식 목사 문제를 꼭 거론하고 매듭짓겠다며 벼르기도 했다는데요. 목요일 오전 총회 폐회 직전, 실제 몇몇 목사·장로가 김의식 목사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고, 전 총회장으로도 예우하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김영걸 총회장이 몇 차례나 사과를 했습니다. 김영걸 총회장은 개회 예배 때, 취임 기자회견을 할 때, 폐회 직전에 거듭 사과하며 울먹이기도 했죠…. 정작 김의식 목사가 울먹거린 건 지난해 명성교회에서 열린 108회 총회 때였는데, 이제 명성교회를 그만 살려 주고 '치유'하자는 말을 하면서였습니다.
결국 김의식 목사의 거취에 대한 조치는, 본인이 알아서 전 총회장 예우를 그만둘 수 있도록 '강력 권면하기로 하다'에 그쳤습니다. 예장통합 총대들은 김의식 목사에게 더 기대할 양심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한편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던 '세습금지법'은 삭제되지 않고 유지됐습니다. 이 법 삭제 청원에 대해 투표했더니 35% 찬성, 65% 반대로 반대가 더 많았던 거죠.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독자는 "세습을 지지하는 사람이 35%나 되느냐"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지나갔지만 눈길을 끈 결의도 있었습니다. 사회봉사부 재난 구호 기금을 '잠깐 빌려' 총회 회관 건축 빚을 갚자는 결의가 통과된 것인데요. 이 기금은 튀르키예나 시리아 등에서 지진·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전국 교회 교인들이 낸 헌금입니다. 콘크리트 건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제 헌금에 손을 대는 모습이 한국교회 위기를 압축해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3. 목회자 성범죄 이력

없는지 확인하는 기장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올해 의미 있는 입법을 했습니다. 목회자를 대상으로 성범죄 및 아동 학대 전력이 없다는 '서약서'를 의무적으로 받기로 한 건데요.
＜뉴스앤조이＞는 2022년부터 '거룩한 범죄자들' 기획을 통해, 목회자들이 성범죄 전력 조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기장은 이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2년간 연구했습니다. 지난해 총회에 보고했으나 현행법(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 경력 회보서를 요구하는 게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습니다) 문제로 1년 더 연구하기로 했고, 당사자에게 범죄 전력이 없음을 확인받고 사실과 다르면 즉시 직위를 해제하는 데 동의하기로 한 것입니다.
기장은 목회자들의 출산 및 육아 휴가 제도도 도입합니다. 비록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이라 구속력은 없지만, 의미 있는 진전임에는 분명합니다. 두 제도는 모두 노회 수의 절차를 거쳐, 내년 총회에서 공포될 예정입니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매년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고 서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성 윤리 강령 서약서' 제도가 단 3표 차이로 부결된 건데요. 남성 목사들은 이 교육을 받는 게 자신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 같다고 불쾌해했습니다(…) 목회자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아쉬운 지점입니다.

편집국 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