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가 살아생전 한 제자 목사에게 "앞으로 목사의 권위는 떨어질 것이고 목회 양태가 다양해져서 목회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제자 목사는 당시만 해도 그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수십 년이 지나고서야 이해했다고 합니다. 목회자가 성적으로 타락하고 교회를 세습하고 세상 권력에 기대어 아부나 하고 있으니 옥한흠 목사의 말대로 권위가 실추될 수밖에 없다고 제자 목사는 말했습니다. 이를 반성하고 회개라도 하면 좋으련만 요상한 '10·27 집회'를 열어 힘없는 성소수자들을 정죄하고 억압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더라는 겁니다. 제자 목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사람들을 정죄하면 누가 교회에 나올까 싶다. 예의가 없다"며 한탄했습니다. 참으로 공감되더군요.

이분 말씀을 듣고 올 한 해 ＜뉴스앤조이＞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돌아봤습니다. 2024년에도 곳곳에서 목회자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고 대표적 교단의 총회장 불륜 의혹 등으로 교계가 시끄러웠습니다. ＜뉴스앤조이＞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끈질기고 집요하게 보도했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보도한 사안이 '목회자 성폭력'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교계가 합심해 기도하고 대책을 강구하면 좋을 텐데 역시나 별생각 없어 보입니다.

옥한흠 목사의 말대로 목회 양태가 달라졌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의 의식과 삶이 다양해지고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존재들이 가시화하니 목회 양태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데 다양성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비본질을 본질인 것 양 앞세우며 '정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동성애와 발의도 안 된 차별금지법 때문에 나라와 교회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떠들거나 이를 빌미로 교권을 휘두르며 징계하는 이들이 대표적이지요. 대개 이런 극단적·극우적 언행을 일삼는 이들이 '종북 주사파 부정선거' 음모론을 입에 달고 살더군요. 교회가 우리 사회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해악을 끼쳐서는 안 되는데 역으로 해악을 주려 '발악'하는 모양새입니다.

주요 대형 교회 목사들은 예나 지금이나 불의 앞에서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수렁으로 빠뜨리려 했는데 침묵을 지키며 기도하자고만 할 뿐이었습니다. 평소 극우 행태를 보여 온 목사들은 아예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비상계엄이 정당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수준이 이러한데 어느 누가 교회에 나가고 싶어 할까요. 잘 다니던 사람마저 교회를 등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일부 목사는 설교에 시대상을 담기는커녕 이념에 치우쳐 허위·왜곡·과장된 정보를 차곡차곡 담아 재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인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가 '이념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공개 기도문을 올렸을까요.

옥한흠 목사는 수십 년전 목회자들이 목회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다른 의미에서 교인들도 교회에 다니기 힘들어진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 대신 정죄를, 비판 대신 침묵을, 권면 대신 불의에 동조하며 붕괴되어 가는 한국교회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언젠가, 바뀌고 변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게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당장은 문을 걸어 잠근 채 선택적 포용과 나눔을 하는 교회가 언젠가는 성폭력과 이념 우상숭배 등에서 벗어나 문을 활짝 열고 환대하는 공동체가 되리라 믿습니다. 그날을 위해 ＜뉴스앤조이＞는 지금처럼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