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님. 구권효 기자입니다.

지난 12년 11개월간 ＜뉴스앤조이＞ 기자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저 스스로도 '구권효 기자'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입에 붙어 버렸는데요. 아마 이번이 저를 기자로 소개하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2024년을 끝으로 ＜뉴스앤조이＞에서 퇴사합니다. '나도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별 탈 없이(?) 이렇게 독자님들께 인사드리는 날이 오네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듭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쏟았던 곳에서 떠나기로 하는 결정은 여러 가지 이유가 겹치고 겹쳐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어떤 하나의 큰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지난 몇 년간 여러 고민을 해 왔고 때마침 새로운 기회가 찾아와 이제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제 퇴사 소식을 접한 한 후배 기자가 걱정스러운 듯 묻더군요. 동력이 다 떨어진 것 아니냐고. 열심히 해도 바뀌지 않는 것 같은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뉴스앤조이＞에서 오래 일해 봤자 결국 선배처럼 지쳐 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아직 한국교회에서 ＜뉴스앤조이＞가 할 일은 많다고 말했습니다. 후배를 위로하려고 지어 낸 말이 아니라, 제 자신이 정말로 그렇게 확신합니다. 올해도 우리는 10·27 집회와 비상계엄 상황에서의 교회의 모습을 봤습니다. ＜뉴스앤조이＞의 역할과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가 이제는 다른 일을 하려는 것뿐입니다. 하지 못한 일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사회선교사'에 대한 기획 기사를 써 보려고 했는데, 끝내 해내지 못했네요. 관련 취재원들께 이 지면을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간 ＜뉴스앤조이＞를 믿고 제 취재에 응해 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유 모를 재난을 당하고 눈물을 흘리던 그 모습들 속에서 저는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부디 제가 쓴 글들이 고난당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권력자들에게는 가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용납해 주고 믿어 주고 함께해 주었던 ＜뉴스앤조이＞ 동료들을 기억합니다. 젊은 날의 미성숙함으로 상처도 많이 주고받았지만, 그래도 여러분과 함께 불태웠던 제 젊음의 시간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간 저에게 보여 준 신뢰와 존중,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편집국 권효

• 성대하고 화려한 예배당 대신 거리 위에서 성탄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불의와 폭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농성장과 길바닥은 차가웠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서로의 온기로 추위도 이겨 냈습니다.

  교회가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불의를 외면하고 소수자를 핍박하는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는 2024년 말의 한국교회에서,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연대하는 예배들은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으로 향하는, 이웃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으려는 그리스도인들의 발걸음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의 불빛들보다 더욱 아름답고 빛났습니다.

4·16가족과 함께한 성탄 예배

• 12월 20일, 서울광장의 휘황찬란한 트리가 아닌, 길 건너 노란 리본이 걸린 작은 구상나무 앞에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은 그리스도인 200여 명이 모였습니다.
•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2학년 1반부터 9반 희생자, 교사·일반인·선원·선상 아르바이트생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그들을 대신해 기도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를 부르며 광화문 광장까지 성탄 순례 행진을 이어 갔죠.
• 몇몇 분이 눈물을 글썽이며 "혼자 두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껴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요. 광장에 도착한 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이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계속해서 싸워 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택배 노동 희생자를 기억한 음악회

•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고기교회(송기성 목사)에서는 12월 22일 택배 노동 희생자를 기억하는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쿠팡에서 로켓 배송을 하다 쓰러진 고 정슬기 씨 유가족을 초청한 것인데요. 왜 쿠팡 문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와 현재 노동자들이 얼마나 불합리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지 등을 유가족에게 직접 듣고, 시민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함께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 음악회를 기획한 이혜경 집사는 "정슬기 님 이전에도 쿠팡에서 청년이 죽었을 때 꼭 우리 아들 같았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이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 우리 교회에서 연대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 지역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여는데, 이번에는 쿠팡 택배 노동 희생자를 위한 음악회를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기획하게 됐다"고 했어요.
• 한 시민은 이번 음악회가 교회의 문턱을 낮췄다고도 했습니다. 밥챙알챙 합창단원 오리(닉네임)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좋은 일이고 당연히 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 몰랐다. (교회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교회는 오면 안 되는 곳'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교회의 문턱이 낮아진 느낌이다. 고기교회가 사회문제에 등 돌리지 않고 함께 해 온 것이 지역 주민으로서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이렇게 교회가 사회문제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

• 온 세상이 기쁨으로 들뜨는 크리스마스 이브, 13년째 차가운 길바닥과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난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 참가자들인데요. 이들은 매년 성탄 전날 사회적 참사·재난 피해자, 부당 해고 노동자, 강제집행 피해자 등이 있는 현장을 찾아 연대하고 선물을 전달하며 새벽송을 불러왔습니다.
• 올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를 비롯해 자신이 상담해 오던 여학생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부당 해임을 당한 지혜복 교사,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음에도 예방책을 실시하지 않아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10·29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 강제집행을 밀어붙여 하루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명동 재개발 2지구 세입자들을 찾아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 불의와 폭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평생 잊지 못할 성탄절이 될 것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교회가 있어야 할 곳, 바로 이들의 곁 아닐까요.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한 성탄 예배

• 화려한 샹들리에도, 고급스러운 가구와 붉은 카펫도 없었지만, 이곳이 '호텔'이었습니다. 성탄절 오후, 명동 세종호텔 맞은편에서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가 열렸습니다. 수십 년간 일하다 하루아침에 쫓겨난 노동자들은 거리의 호텔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빵과 잼을 나눴습니다.
• 2000년 전 빈방이 없어 말구유에서 나신 예수처럼, 세종호텔에도 노동자들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대신 말구유 같은 길바닥의 '블루 텐트 호텔'을, 함께 모인 이들이 채웠습니다. 네 번째 성탄절을 지나 맞는 새해에는 노동자들이 거리가 아닌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길,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노동자들 덕분에 빛났던 세종호텔에 다시 방문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면서요.

• 세월호 가족과 함께한 성탄 예배…"이웃 고통 외면하지 않는 당신이 세례 요한"
• 성탄에 쿠팡 희생자 가족 초청해 지역주민과 함께 위로한 교회
• 농성장·길바닥의 이웃과 성탄 보낸 그리스도인들
• 호텔에서 쫓겨난 이들이 만든 호텔 

• ＜뉴스앤조이＞ 독자 설문 조사 / ~1.6.
• [평화교회연구소] 교회력 성서일과 모임 / 2025.1. ~ 
• [한국샬렘영성훈련원] 8기 샬렘 영적 동반(Spiritual Companion) 과정 / 2025.1. ~ 

정재용: 내란죄가 아니라고, 윤석열을 옹호하는 교회는, 과연 건강한 교회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윤석열은, 12.3 내란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 각종 교회들은 뉴스앤조이에서도 취재한 것처럼 윤석열 옹호를 하거나, '정치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용한 모습을 보입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 교회는 윤석열을 옹호하는 짓을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불법 내란에 대해서 목회자가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청년부조차 기도 제목을 나누는데, '정치 정상화'라고만 표현하지,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충암고 라인 등에 대한 탄핵으로서 하나님의 정의가 살아 있도록 기도해 달라'라고는 안 했습니다. 저만 사회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거 같아 정말, 현타가 옵니다. 

민들레: 자칭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면서 불의한 국가 권력이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때 한국교회는 어디에 있었는가 묻고 싶다. 한국교회는 불빛이 새어 나갈까 두려워 창을 닫고 커텐을 치고 불을 꺼버렸다. 불의하고 극악 무도한 권력과 손잡고 그들을 축복하는 조찬기도회를 열었다. 회개할 대상은 세상이 아니라 교회다. 구원의 대상은 세상이 아니라 교회다. 정의구현사제단, 성공회, 기장, 복음 교단 등과 같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한 이들도 있다. 잘한 일이다. 그러나 절대 다수 한국교회는 침묵하거나 동조에 가까운 행위를 했다. 교회는 조국 대한민국이 이처럼 망가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