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민주적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서 걸핏하면 탄핵하고 또 탄핵을 해서 세 번째 탄핵이 됐다."
• "이 땅에 무속인이 사라져야 한다. 동성애가 사라져야 한다. 각종 이단이 사라져야 한다. 이런 영적인 혼란과 함께 정치적인 혼란이 오니까 나라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12월 16일 특별 새벽 기도회 설교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혼란하게 만들었는데, 이 목사는 그저 정치가 성숙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했다.

'공정과 상식'을 추구하던 대통령이 자신의 말과는 다르게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는데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다. 오히려 정치 문제와 아무 관련 없는 동성애를 탓하기도 했다. 이날 이 목사의 설교 제목은 '지금은 기도할 때'인데,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채 기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통령이 심복들과 내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행동하고 기도해야 할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이며 장로인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의 기도문처럼 철저한 회개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 "최근 우리 손으로 뽑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녹을 먹는 사람들이 못난 짓을 해서 그동안 숱한 고난과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주의에 큰 흠집이 생겼고 이 나라가 세계에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책임은 그들을 잘못 뽑은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가 사욕, 편견, 파벌, 이념, 숭배 때문에 정의롭고 정직하며 신실한 정치인들을 뽑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주님. 이 나라를 지켜 주옵소서. 이 어려움에서 교훈을 얻게 하시고 지금의 수치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게 하옵소서. 특히 주님의 백성들은 공의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뜻을 받들어 모든 사욕, 편견, 파벌에서 벗어나게 하시고 무엇보다도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이념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게 하옵소서."

• 우리 인생의 성취는 대부분 주어진 것이다. 태어난 국가와 부모에 의해 80% 이상의 성취가 결정된다
• 우리 사회에 숨겨진 혁신가들이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다. 국가가 이들을 발굴해 내면 사회 전체에 기여하게 된다
• 약자와의 동행이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만든다.

'사회를 치료'하고 싶어 진료실을 나와 경제학을 공부한 김현철 교수(홍콩과기대 경제학과/정책학과)가 사회적 약자와 동행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 발행하는 ＜KPI Issue Brief＞ 제52호 '우리가 사회적 약자와 동행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약자와의 동행은 시혜의 차원을 넘어서 이들이 국가에 이바지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더 아프고 일찍 죽는 이유는 대부분 불우한 환경에서 사회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것이다.

"명백한 말기 유방암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인하던 촌부. 하나원에서 만나던 생명을 걸고 이 땅에 온 북한 이탈 주민들. 산재를 입고 서러워 울던 외국인 노동자. 말라리아로 아이를 잃고 밤새 구슬프게 울던 아프리카 말라위의 엄마. 단돈 천 원에 성매매를 제안하던 아프리카의 어린 소녀들. 나는 이분들을 통해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회의 약자들이 더 아프고, 더 일찍 죽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이것이 경제학 연구를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김현철 교수는 최근 20년간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임신 기간을 포함한 5살 미만 어린 시절 환경의 지대한 중요성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환경의 장기 효과'는 최근 경제학의 주요 연구 주제였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은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무언가를 잘못한 게 아니고 단지 불운한 것일 뿐이라면서 국가가 개입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승자 독식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부모를 잘못 만난 불운, 살아가며 만난 이런저런 불운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골고루 나누어지지 못한 운을 좀 더 골고루 나누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올해 12월 20일은 한겨울 난방시설도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살다가 동사한 '누온 속헹'의 사망 4주기였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 노동자인 속헹은 4년 9개월간 농장에서 일을 해 오다 변을 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권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 5명 중 1명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에서 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일보＞는 "2020년 정부 설문 조사를 보면, 제조업이 아닌 농어촌 사업장의 경우 10명 중 7명(69.6%)꼴로 '집 아닌 집'에 산다"고 보도했다.

안타깝게도 속헹의 죽음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속헹 사망 사건 이후 고용부가 전례 없이 빠르게 주거시설 기준 강화 방침을 밝히기는 했으나 지난 4년 동안 아주 부실하게 집행하는 틈을 타 여전히 사업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시설물에서 머물게 하는 사례가 즐비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오히려 사업주가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 허가 신청 시 '숙소 제공'이 의무 사항도 아니라서 '미제공'으로 서류에 적어 두고 일단 허가를 받은 뒤 결국 불법 시설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편법이 최근 새로 나타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