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나 교회 회의 때마다 '법이오!'라고 외치던 장로가 도리어 잘못을 범한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등 세상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당하게 '법이오'를 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본 성도들이 그렇게 비겁한 교회 지도자 밑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속상해 가나안 교인이 되기도 한다."
교회 지도자들만큼 '법'을 중요히 여기는 이들이 있을까. 매년 교단 정기총회가 열리는 회무 장소에는 '법'을 부르짖는 소리가 난무하고, 법을 토대로 심판하거나 상을 주기도 한다. 그 어느 조직보다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세상(사회) 문제 앞에서는 입을 꾹 닫고 있다.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강조해 온, 정작 자신이 불리하자 법을 무시하고 초월하려 하는 대통령이 있는데 교회 지도자들은 침묵하고 있다. 김주용 목사(연동교회)가 이중적인 한국교회의 현실을 꼬집었다.
김 목사는 <국민일보>에 "'내로남불'의 한국교회, 잠시 멈춰 보자"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정치인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이들에게 사용되어 온 '내로남불'이 어느 순간부터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교회의 신뢰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는 비본질적인 것으로 인해 갈라지고 나뉘고 있다. 정치 이념만 같으면 몇십 년 함께했던 교회의 동료보다도 우상숭배자나 무당과 한편이 되겠다고 한다. 성경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기보다 자기들의 성향에 맞는 말씀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려는 것이다."
대형 교회 목사들이 표절 시비와 허위 학력 기재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히 목회하거나, 교단의 영적 지도자가 교회법을 어겨 가며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 문제 등으로 더는 교인들이 목회자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목사는 내로남불의 전형이 되어 가고 있는 한국교회가 남 탓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남 탓할 때가 아니고 세상을 향해 손가락질할 상황이 아니다. 이웃과 세상의 잘못을 끄집어내기 전 교회가 먼저 진실함을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계를 향한 비판은 부메랑처럼 교회의 갈라치기로 되돌아오고 있고 세상 문화를 향한 문제 제기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영화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중략) 2025년 한국교회에 제안한다. 세상을 비판하고자 한마디라도 참견하려고 하는 모습을 잠시 내려놓자. 우리를 돌아보고 다시 예수로,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자
참사로 두 누이 잃은 목사
한겨울 냉기가 도는 목양실에서 아버지가 타 주신 코코아를 나누어 먹고,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같이 듣던 누이들. 임의진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무)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누나와 여동생을 떠나보냈다. 현재 임 목사는 무안공항 2층 대합실에 있는 임시 쉼터 '44번 텐트방'에 머물고 있다. '4' 자가 겹쳐서 꺼려 하는 텐트방을 자진해서 쓰겠다고 했다. 임 목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려는 공항의 44번 쉼터. 며칠간 내 암굴, 기도와 명상의 집. 내가 들어간다니 곁에서들 이상하게 쳐다봤다. 일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임의진 목사는 사회적 참사로 유족이 된 이들을 위로하며 살아왔다. 광주 대안공간 메이홀 관장을 맡아 5·18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그림 전시회와 음악회를 자주 열었다. 그런 임 목사가 '유족'이 되자,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찾아와 임 목사를 위로했다. 임 목사는 "세월호 유족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누이들에게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띄웠다. "제법 온전한 우리 가족 시신을 일찍 거두었으나, 아직도 찾지 못한 이들 있다 하여 이 찬 바닥에 여태 같이하는 중이에요.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 두고 발을 떼기 주저되네요."
이방인 환대, 우리 모두 위한 일
농촌 등지에서 고된 일을 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이동 비용이 들다 보니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잦다. 이 때문에 질환을 키우거나 심지어 사망하기도 한다. 돈이 없어서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에 사는 이주민도 있다. 착한목자수녀회 '그린도어'는 2017년부터 이동권과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농촌 이주 노동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오고 있다. 그린도어는 '초록빛 희망의 문을 열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그린도어가 돕고 있는 이주민 가정은 400여 가구에 이른다. 권영주 수녀는 <가톨릭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주민 가족이 고된 생활 문제로 '생이별'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한국에서 낳은 자녀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자녀들 연령대는 신생아부터 10대에 이른다고 했다. "우리 차를 타고 생이별을 한 가족이 지난해에만 다섯 가구에 달했습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말 아프고 눈물만 납니다."
권영주 수녀는 이방인을 환대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면서 우리 삶에 다양성과 환대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주민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죠. 이들이 그래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략) 오늘날 이주민들은 이 땅에서 많은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들도 열악한 환경 탓에 농촌을 기피한다고 합니다. 그들마저 농촌을 외면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우리 삶에 다양성과 환대의 문화가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