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보라가 들이치는 와중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며 밤샘 시위를 하는 시민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성당이 있다. 바로 '난방 성당'으로 불리는 '꼰벤뚜알프란치스코수도회(Ordo Fratrum Minorum Conventualium)'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꼰벤뚜알프란티스코수도회는 시민들에게 화장실은 물론 몸을 녹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 시민들은 감사의 의미로 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성당으로 오르는 길의 눈을 치우기도 했다. 수도원 김욱 원장신부는 "밤새 집회 참석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수도원 언덕길 통행에 불편하지 않도록 함께 제설 작업해 주셔서 고맙다. 모쪼록 쉬시는 데에 불편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게 찾아보겠다"라고 화답했다.
- 소셜미디어에는 이 수도회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올라오고 있다. 한 시민은 집회를 마치고 잠깐 성당에 쉬다 가기 위해 신부에게 언제까지 공간을 개방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부는 "장사가 안 돼서 계속 연다"는 재치와 배려가 담겨 있는 농담을 건넸다.
- 꼰벤뚜알은 수도원 공동체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쇄신과 적응을 통해 세상과 함께 산다'는 뜻을 담고 있다. 1992년 꼰벤뚜알프란치스코수도회는 멕시코 특별총회에서 "우리 회원들은 가난한 사람의 편에 서서 끝까지 있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우리가 그들 편임을 고백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 가톨릭 서영섭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말(선언)은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이 없다'고 하신 말씀의 맥락과 같다"면서 "교황께서는 '교회는 야전병원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말하자면 상처투성이의 모습이 교회의 참모습이라고 말씀하신 거다. 이는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참모습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 서 신부는 "살을 에는 이 추운 겨울날 고생하는 우리 모두가 어쩌면 민주주의라는 삶의 터전인 고향을 잃은 이방인과 같은 난민이 아닌가 싶다. 모쪼록 이런 우리의 헌신이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이루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밤도 다치는 일이 없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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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중개사, 집주인, 모든 게 '거짓'이었다. 집주인은 바지사장이었고, 이 모든 판을 짠 주범은 전과자였다. 주범은 대전에서 3000억 원대 전세 사기를 일으켰으며, LH를 상대로 159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였다. 전세 사기는 고단한 현실 속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던 청년들에게 깊은 상처와 절망감을 안겨 줬다.
- 전세 사기 피해자 박혜빈 씨는 <복음과상황>과의 인터뷰에서 "나름 안정감 있게 직장을 다니며 돈도 모으고 있었다. 그 노력이 한순간 날아가고 빚까지 됐을 때 '내가 없어진 거' 같았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를 잘 모르는 이들은 '좀 더 알아보지' 그랬냐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주의해 발생한 일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엄연히 제도가 미비해서 발생한 일이고, 공기업마저 사기를 당하는 현실이다.
- "누군가는 계속 이익을 보고 있겠죠? 공기업도 사기 치기 쉬운 전세 제도인데 누군가는 분명 이익을 보니까 그렇게 허술한 상태로 계속 운영 중이었을 거예요. 제도는 불완전한 거니까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고 누군가 피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제대로 고치려고 안 하는 태도에는 화가 많이 나요. (중략) 사기꾼 잘못으로 생긴 빚을 나보고, 피해자보고 갚으래요. 아니면 개인 회생 하라고 하고. 그런데 남의 돈으로 돌려막듯이 집을 수백 채 사서 사기 치고 튄 놈은 몇 년 살고 나오면 끝이더라고요. 사기로 몇십억 몇백억 벌 수 있는 나라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사느냐고 피해자끼리 우스갯소리를 해요. 실은 전혀 웃기지 않죠."
-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박혜빈 씨는 피해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원래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지만 피해 당사자가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계속 구경만 하면 이대로 또 조용해질 거 같아"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집회는 다 나가고 있고 언론과도 실명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 "우리를 향한 시선이 곱기만 한 건 아니지만 지지해 주고 보듬어 주는 분들도 있거든요. 혹시 지금도 혼자 힘들어하는 피해자분이 있다면 꼭 말해 주고 싶어요. 돈보다 그분 자신이 더 소중한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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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와 드라마 등 미디어에 나오는 가톨릭교회는 사회정의를 추구한다. 실제로도 가톨릭교회는 사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올곧은 목소리들을 내오고 있다. 반면 개신교회는 사회정의에 둔감하거나, 미디어 속에서 사건 사고의 주체로 등장하기도 한다. '가톨릭교회와 달리 개신교회는 왜 사회정의에 둔감할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이사장은 이 같은 질문에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생각을 글로 정리해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 ①일제시대에 신사참배 등 친일의 과정에서 온전히 교회의 수치와 잘못을 청산하지 못한 것. 정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한 역사적 경험과 자산이 축적되어 있지 못함.
- ②기독교 세계관의 문제 : '기복적-내세적'(서로 상충함. 내세 추구는 기복을 구하지 않고, 기복을 구하면 내세를 사모하지 않음. 그러나 1세기 영지주의 중 이를 통합한 경향도 있었으니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닐 것. 한국 개신교는 이를 추구함) 가치를 안고 살면서, 이를 뛰어넘는 관점을 경험한 적이 없음.
- ③위의 '세계관의 문제'와 유사하지만, 기독교와 우상, 기독교와 샤머니즘과의 차이가 흐릿함. 성경의 진리 아래 자신의 이해관계를 상대화시키느냐, 아니면 자기 이해관계를 위해 진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기독교 신앙과 샤머니즘이 갈림. 샤머니즘과 주술, 무당 등의 핵심 가치는 의뢰인의 욕망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그것을 성취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임. 이에 비해 기독교의 가치는 진리 아래 그 욕망을 상대화하는 것. 그러나 한국교회는 본질적으로 욕망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성경의 가르침을 활용하는 경향이 짙음. 기독교인이면서 점 보러 가거나 운세 확인하거나,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이 그 증거 중 하나임.
- ④위의 것과 연결되어 있는 바, 기독교가 사실상 우상에 무릎을 꿇었음. 지금의 우상이란 출신 학교, 자본주의임. 부모는 돈을 추구하고 학벌을 위한 입시 공부를 통해 자녀는 미래의 돈을 추구하는 셈임. 시험공부와 신앙이 부딪히면 공부를 선택함. 공부가 우상임. 학벌을 갖추기 위한 입시 경쟁 교육에 자녀들이 청춘을 바치고 소중한 삶의 자세와 가치를 다 훼손해 정신적으로 금수(禽獸)가 되어 가고, 교회 생활과 가치를 헌신짝같이 내던지는 데도, 부모들이 이를 애통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음.
- ⑤높은 데 올라가는 것이 신앙적으로도 장려되는 문화도 한 요인. 높은 데 올라가는 것이 왜 기독교적으로 장려되는가 봤더니, 그런 자리에 올라가면 다른 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그래서 복음을 전하고 전도하기가 쉽다는 것. 그런데 그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세상에 대한 공부 없이 시험공부, 학벌 따는 공부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임. 그런 상태로 그 지위를 얻게 되면 그 자리에서 권력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약자를 지켜주는 정의로운 권력이 아니라 강자를 비호하는 권력이 될 때가 그 전형적 예임)에 큰 문제가 생겨, 오히려 복음과 반대되는 영향을 끼쳐 기독교와 전도에 해악을 주게 됨. 그런데도 본인은 모름.
- ⑥교회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성경의 가치를 따라 현실에서 일정한 정도 기반을 구축한 물적, 정신적 자산(기독교/미션 스쿨, 교회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는 의식 등, 그로 인한 세습 욕구)이 공격받음으로 인한 반발과 반작용으로, 자연스럽게 보수 정치와 긴밀한 연대 의식 형성.
- ⑦교회 특히 목회자가 정치·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성경의 보수적이고 '개인적인 윤리적 가르침'에서조차 이탈, 성경은 따라야 할 지침이 아니라(나의 주장과 이익을 위해) 활용할 자료 정도로 보면서, 성경 앞에 자신을 상대화하지 못한 것.
- ⑧신자들이 제각각 성령의 빛을 따라 말씀 해석의 주체로 서서 제 자신이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주체적으로 풀지 못한 채, 목회자에게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의존적인 상태. 그러면서 목회자가 그 의존 욕구를 채워 주지 못하면 화를 내고 매우 비판적으로 되면서 목회자를 쫓아내는 이상한 구조. 주의종으로 떠받들면서도 막상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치는 이중적이고 혼란스러운 권력 구조.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신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태.
- 송인수 이사장은 이러한 요소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든 상태이고, 문화적 구조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하나하나 매우 풀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문제를 푸는 첫 열쇠는 자기 자신 속에도 '괴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바깥의 괴물도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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