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굿판을 벌이는 극우 개신교

처치독 주간 브리핑 56호

2025. 3. 16.

김양재 목사 설교가 엉터리인 이유

'식민사관'과 '무지성 신앙'이 융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가 3월 2일 주일예배에서 '하나님이 일제의 압제를 일정 기간 허락해 이 나라가 예수 믿는 나라가 되었다'는 취지로 설교해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김 목사는 '몽둥이'(?) 역할을 한 일본에게 '수고했다'고 해야 한다고도 했는데, 일제의 탄압을 겨우 몽둥이 정도로만 여기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옥성득 교수(UCLA)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은 몽둥이 역할이 아니라 칼과 총으로 수많은 한국인을 학살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몽둥이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칼과 총을 들어 한국인을 죽이고(삼일운동 때 국내에서 약 9000명, 이듬해 만주에서 수천 명을 학살했다), 한국 문화를 뭉개고, 기독교인들을 감옥에 넣고, 고문하고, 수원 제암리에서 학살하고, 신사참배 반대 운동 때는 수십 명을 감옥에서 죽였다. 1920년대 한국인 농민 상당수는 토지를 잃고 소작인이 되었으며, 1930년대까지 약 200만 명이 생존을 위해 만주와 시베리아로 이주했고, 오늘날의 조선족과 고려인이 되어 유리방황하면서 고생했다. 1930년대, 40년대에 일제는 전쟁을 위해 수백만 명을 강제 노동, 정신대, 위안부로 동원하여 죽였다.
(중략) 일제가 회초리 한두 대를 때렸다면 혹시 일제 시기를 다르게 볼 수 있겠지만, 삼일운동 때 잡은 학생들과 교인들을 회초리 30대, 40대를 때려 반쯤 죽였다. 만일 김양재 목사의 조상 중에 그런 태형을 맞고 십자가 틀을 매고 거리를 행진한 평양신학교 신학생이 있었다면, 과연 그런 설교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일 조상 중에 농지를 잃고 만주 북간도에서 살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면 그런 설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김 목사 할아버지가 삼일운동 때 불탄 50개 교회 중 한 교회의 교인이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회 서울교구의 첫 '여성 총사제'

대한성공회 광명교회 민숙희 사제가 서울교구의 서부교무구 총사제에 임명됐다. 3월 2일 임기를 시작한 민 사제는 3년간 총사제직을 감당한다. 서울교구에서 배출한 첫 여성 총사제이기도 하다. 총사제는 서울교구 주교가 임명한다. 주로 주교의 사목을 보좌하고, 주교를 대신해 사제들을 보살피는 일을 한다.
민숙희 총사제는 자신이 담당하는 서부교무구가 녹색 교회를 지향하고, 좀 더 성평등한 교회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첫 여성 총사제인 만큼 저항과 거부도 예상된다면서도 이 경험을 통해 여성도 총사제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앞서 민 총사제는 ＜성공회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생태계'와 '소수자'를 담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도태할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선교 방식을 좀 넘어서야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성, 비인간 동물, 조금 더 넓게는 생태계, 그리고 소수자를 교회에서 담아내지 않으면 교회는 그냥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일 애찬이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교회들이 꽤 많아요. 그런데 여성들도 교회에 애찬 준비하러 오는 게 아니잖아요. 같이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하느님 안에서 친교를 나누기 위해 오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역할을 공동의 몫으로 두지 않고 여성에게만 한정 짓는다면 그 교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온 세상이, 특히나 한국교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자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성공회는 아직 선언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교회 안에서 이런 선언을 실천으로 바꿔 내지 않으면 교회가 세상에 누를 끼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단 말이죠. 그래서 성명만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구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노'의 감정 바이러스가 모두를 파괴하기 전에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정권이 2차례 연속 집권하자 보수, 권위주의 세력은 구심력을 잃었다. 보수로 포장되는 정치 세력이 흔들리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중심으로 한 극우 개신교가 들고일어났다. 한기총은 노골적으로 보수 정치인을 지지하고, 그들을 위한 집회·행사를 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극우주의의 촉매제로서 한기총은 절망 계층을 불러 모아 증오의 한판 굿을 사회 곳곳에서 벌여 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가 무너졌던 자존감을 되살릴 수 있었다. 이른바 극우적 대중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이사는 가톨릭 뉴스 ＜지금여기＞에 게재한 '21세기 개신교와 극우, 그 불온한 쌍생아 사용법'이란 제목의 글에서, 한기총 시대는 얼마 안 가 저물었지만 극우주의는 사그라들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극우 기독교 정당과 극우 선교 단체 등이 활동을 이어 갔는데, 이 중 대표적 인물이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라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도 등장했는데, 전광훈 달리 개신교의 전형적 엘리트라고 했다.
"그는 미국발 온라인 극우 개신교의 정치 종교적 상품을 수입해서 공론장에 마구 뿌려 댔다. 미국발 온라인 극우 개신교 분파는 자신을 신사도 운동이라고 명명했다. 21세기 버전의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는 서사가 그들의 핵심 논지다. 이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바로 사도다."
김진호 이사는 전광훈과 손현보로 표상되는 극우주의는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다만 권력 장악에는 실패해도 사회 전체가 증오 감정에 휘둘리게 할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절망 계층을 분노 감정으로 주체화하고, 그들이 사방으로 뿌려 대는 증오의 오물 덩어리에 사회 전반이 오염되면, 조만간에 위험스러운 극우 파시즘의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해서 당장 우리는 극우주의적 파시즘 체제를 도모하려다 탄핵의 심판대에 오른 윤석열이 처벌받게 하는 일에 매달려야 하지만, 동시에 극우화된 대중의 '분노'라는 감정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분노의 감정 바이러스가 모두를 파괴하는 팬데믹(범유행) 상황에 이르지 않고, 서로 갈등 관계에서도 공존하는 법을 배워 가는 엔데믹(일상적 유행) 상황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또 하나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