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요셉입니다.

1월에 인사드렸는데 벌써 3월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좀 분주했습니다. 지난달에 ＜뉴스앤조이＞ 이사회, 정기총회 그리고 편집국장 근속 10주년 축하 이벤트에 이어 교회 새봄 수련회까지 겹쳐서, 행사 준비하느라 바빴거든요.

그 와중에 IVP와 공동 주최한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북 클럽 실무도 봤습니다. 3주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에 시간을 내기가 부담스럽고 귀찮기도 했지만, 다양한 사연을 안고 참석하신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자세를 고쳐 앉고 참석하신 분들의 말씀을 경청해야 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았던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생각을 짧게 나누려고 합니다.

C는 어느 날 동료의 형제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고 했습니다. 조문을 다녀왔고 조의금을 남겼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조금 큰 금액을요. 며칠 후 동료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금액을 잘못 계산한 거 아니냐고. 다른 조문객과 달리 액수가 너무 커서 확인 차 연락을 했던 겁니다. 돌려주겠다는 걸 거부하고, 식사나 하자고 C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C는 동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자신도 젊을 때 형제를 하늘나라에 보냈다고요.

그는 동료가 품었을 마음을 헤아리며, 어떤 경우에든 남겨진 가족들은 대부분 비슷한 감정을 갖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내가 어떤 잘못을 했던 건 아닐까', '왜 하나님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런 크나큰 고통을 허락하신 걸까'와 같은,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죄책감과 답답한 마음들이라고요. C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은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북 클럽에서 함께 읽은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알츠하이머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 신학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자신의 경험을 신학·사회과학·철학·심리학 등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매주 모임에서 인도자가 준비한 질문들 중 원하는 항목을 선택해 답했습니다. '선하신 하나님과 고통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C가 선택한 질문입니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C는 십수 년 전,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의 의미가 달라지는 걸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비록 그 고통의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자신과 가족들을 힘들게 하기만 했던 그 고통이, 지금은 비슷한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모임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고통을 겪은 이의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여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고통이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다' 라는 무지와 폭력의 언사를 몇 번 봐 왔던 터라, 저는 고통 앞에서 침묵을 택할 때가 많았습니다.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고통을 겪은 사람만의 권리이리라 생각했고요.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 문득 2018년에 읽은 어떤 책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니까. (중략)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기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위선적이기도 싫지만, 자주 둘 다가 되고 마는 심장의 비참. 이 비참에 진저리 치면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슬픔을 공부한다. 그래서 슬픔에 대한 공부는, 슬픈 공부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저는 그날 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독자님,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주말 동안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 그리고 회복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