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님, 뉴스앤조이 요셉입니다. 지난달에 이어 또 인사를 드립니다. 순서가 생각보다 빨리 오는 것 같은데 저만 그런 걸까요…

이번 주 서울은 유독 무더웠습니다. 수요일에는 29도까지 오르더라고요. 독자 님이 사는 지역은 어땠나요? 이제 정말 여름이 온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여름이 되면 어머님은 형과 저를 당신의 고향인 순천에 데려갔습니다. 한 달 넘게 할머니댁에 맡기셨거든요. 별량이라는 지역인데 주변에 야산과 논밭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마을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없고 스마트폰도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오전과 저녁에만 방송을 하고, 낮에는 회색 화면만 나왔고요. 케이블TV는 초등학교 6학년 때나 생겼으니까요.

매일이 지루했습니다. 영원 같은 하루를, 형과 저는 들개마냥 온 동네를 떠돌며 보냈습니다. 할머니가 새벽마다 나물을 캐러 가시는 야산에 올랐다가 동네 개들에게 쫓겨 도망오거나, 마을 끝에 가면 순천만과 바다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도로 끝까지 걷다가 무서워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유일한 놀이터라고는 몇 백 년 된 보호수 나뭇가지에 매단 나무 그네가 전부였고요.

동네 교회도 몇 번 갔습니다. 일요일 아침, 교회에서 종을 치면 어린 어머니가 남동생들을 데리고 다녔다는 그곳입니다. 사람이 없는 예배당은 어둡고 적막했습니다. 무섭기까지 했던 것 같아요. 신을 벗고 나무 바닥에 오르면 차가운 공기와 '끼이익' 하는 소리가 저희를 반겼는데, 매번 오래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교회를 빠져나왔습니다.

＜뉴스앤조이＞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창간 25주년 기획 '교회도 마을도 저문다'를 보며 어머니 고향 교회가 생각났습니다. 이 기획은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서 교회가 어떻게 마을과 호흡하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있는지 다룹니다. 기획팀이 각자 3~4개 지역을 맡았는데, 저도 예산·정선·안동을 다녀왔습니다.

목회자와 교인들을 만나면 감동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처음 이 기획에 임할 때 교회의 생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생존에만 집중하면 교회가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어느 목회자의 말을 듣고, 제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생존 보다 중요한 건, 요즘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잃어버린 교회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서 살아 가는 교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교회도 마을도 저문다' 특별 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예산·홍천·고성·안동·남원·완도·무안·장흥·해남 등에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다양한 교회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 '교회도 마을도 저문다' 특별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