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불의를,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게 하는

처치독 주간 브리핑 70호

2025. 5. 18.

이번 주 뉴스 브리핑은 이호훈 목사(예수길벗교회)의 '기독교 근본주의에 매몰된 한국교회, 가짜 뉴스에 경도된 복음을 회복하라'는 강의안으로 대체합니다. 이 목사의 허락을 받아 강의안을 요약해 독자들께 전달합니다. 전문은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에서,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정의와 불의를,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게 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에 매몰된 한국교회, 가짜 뉴스에 경도된 복음을 회복하라'

작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발표되었지요. '오늘날 대한민국에(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정말인가?' 국민들은 비현실적인 상황을 보며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자칫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우린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지요. 놀랍도록 다행스러웠던 것은 독재에 맞서 비폭력으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이룬 세계 유일의 국가답게, 시민들과 국회의원 그리고 계엄군으로 투입된 군인들까지도 한 사람의 희생자 없이 이 파국의 상황을 해제시켰다는 것입니다. 이어진 극심한 혼란과 극단으로 치달았던 위기는 지난 4월 4일, 4개월 만에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다시금 제 궤도로 돌아갈 '모먼트'(어떠한 일을 일으키는 근거가 되는 것)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헌법의 정신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권력자라 하더라도 국민주권을 파괴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엄중한 심판이었습니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은 아주 깊고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처럼 계엄과 탄핵이란 격동의 시간을 헤쳐 나오며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안타깝게 했던 것은 교회와 성도들이, 무엇보다 목회자들이 불법적이고 혼란스런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행위와 결과에 대한 비난과 책임에 대해서도 반드시 정치적 판단을 감내해야만 할 겁니다. 그동안 한국 개신교가 불문율처럼 말해 온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정교분리'입니다.

지난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한국교회는 정교분리를 외치면서 사회의 문제, 구조의 문제, 정치적인 문제에 눈을 감고 침묵해 왔습니다. 그뿐 아니라,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수많은 폭력과 불의에도 눈을 감았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오히려 권력의 편에 서서 그들을 축복하고 그들이 찬탈한 권력을 정당화해 주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교회가 말해 온 '정교분리의 원칙'은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대해 정치적 선택을 해 온 것이지요.

대체 무엇이 한국 기독교를 사로잡고 있기에 극단의 정치 한복판에, 교회가 서 있게 된 것일까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다수 학자들은 그 뿌리를 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기독교 근본주의에 있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며 미국에서는 과학의 발전과 근대주의, 다원적 문화와 자유주의신학의 급속한 발전과 유행에 강한 반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신앙과 신학에 대한 근본적인 변증과 체계를 세우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성경 문자주의를 수용하고 시대와 동떨어진 '교조화'(역사적 환경이나 구체적 현실과 관계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인 듯 믿고 따르게 됨)된 신념을 기독교 신앙의 근간으로 삼았습니다. 세상과 교회 사이의 장벽을 높게 쌓아서 기독교 신앙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한국교회 또한 이런 기독교 근본주의의 옷을 입었던 겁니다.

오늘날 기독교 근본주의는 몇 가지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첫째는, 전근대적인 종교 전통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성속을 구분하며 엄격한 정교분리를 주장합니다. 세속화된 세상과 문화로부터 신앙을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진영 논리를 더욱 공고하게 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악으로 규정한 상대를 향해 취하는 목숨을 건 대결과 싸움 그리고 분열은 근본주의자들에겐 믿음을 지키는 사명인 것이지요.

둘째는 권위에 대한 왜곡된 인식입니다. 그들은 종교의 권위를 세상이 가진 힘과 권력으로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세속 권력이 행하는 방식의 통치와 폭력적인 방법까지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거리낌 없이 선포했던 것입니다.

셋째는 확고한 신념을 토대로 극단적인 배타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는 겁니다. 선과 악에 대한 분명한 구분은 응징과 심판이란 신앙적인 행위로 가능할 수 있다고 믿기에 전쟁까지도 불사하게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내전과 테러가 종교 근본주의와 결합할 때 얼마나 끔찍한 참상이 일어날 수 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린 너무나 잘 압니다.

처음엔 근본주의 신앙도 신학적 근본주의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1·2차세계대전과 미·소의 냉전시대를 지나면서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이념)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자유민주주의, 여기에 자본주의가 더해져 돈과 권력의 헤게모니 속에서 종교 또한 자기 자리를 위협받게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 이처럼 근본주의에 뿌리를 둔 기독교 신앙의 가장 큰 패악(悖惡)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선과 악을, 정의와 불의를,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근본주의 자체가 왜곡된 신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거기로부터 선한 것을 기대하긴 만무한 일입니다.

근본주의 신앙이 이렇게 종교의 옷을 입게 되면 기술 발달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선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한 선전 선동이 쉽고 유용해져서 너무나 쉽게 거짓된 정보와 왜곡된 사실이 신도들에게 빠르게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교회가 가짜 뉴스의 온상이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기독교인들이 쉽게 현혹되는 것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뒤틀린 신앙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에겐 제아무리 하나님의 말씀과 성경의 가르침과 반한다고 할지라도 거짓 뉴스가 그들에겐 복음이고 진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가짜 뉴스로 인해 아주 큰 홍역을 치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이지요. 2024년 7월 29일 리버풀 인근의 한 댄스 교실에서 흉기 난동으로 어린이 3명이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사건 직후, 흉기 난동범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란 근거 없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퍼지게 된 것입니다. 소셜미디어 X에서 팔로워 90만 명 이상을 거느린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본명 스티븐 약슬리레넌·41)이 허위 조작 정보를 끊임없이 SNS상에 공유했던 것입니다. 용의자는 사실 기독교도가 다수인 르완다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영국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허위 정보 게시물은 삽시간에 공유되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가 어린이 흉기 사망 사건 이후 8일간 로빈슨의 X 계정을 분석한 결과, 그의 게시물은 평균 543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이 살인 사건을 무슬림과 연결해 쓴 게시물의 조회수만 1300만 건에 달했습니다.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하며, 거짓된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선동해서 사회를 혼란하게 하고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을 다치고 죽게 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 준 사건입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잘 들여다보면 거짓말과 가짜 뉴스가 지극히 종교적인 행위와 닮았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일상철학자'로 잘 알려진,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 책에서는, 뉴스가 마치 과거 위세를 떨쳤던 종교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철학자 헤겔이 주장했듯이, 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된다. 선진 경제에서 이제 뉴스는 최소한 예전에 신앙이 누리던 것과 동등한 권력의 지위를 차지한다. 뉴스 타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교회의 시간 규범을 늘 따른다. 아침 기도는 간략한 아침 뉴스로, 저녁 기도는 저녁 종합 뉴스로 바뀌어 왔다." (12쪽)

2000년 전, 초대교회 성도들과 사도들이 극심한 핍박과 수난을 당해야 했던 것도 가짜 뉴스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고, 예수님이 살아내신 삶과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들을 가리켜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2000년 전 고대 시대의 사람들에겐 너무나 이상했던 것입니다.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부정적 의미에서의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과 종, 귀족과 평민의 철저한 계급사회에 평등과 사랑을 말하고 실천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었던 것입니다.
일부다처제가 사회적 통념이던 세상에서 한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고, 여성의 존재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율법에서 부정하다고 규정한 죄인들과 병자들을 돌봐 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웃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그들의 행동은 선행이라기 보다 반사회적 집단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 이러한 모습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선량한 그리스도인들을 가장 잔혹하게 핍박하고 죽였던 일이 A.D. 64년, 로마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로마의 한 기름 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로마시 전체로 번진 것입니다. 이 대화재로 로마 전역의 2/3가 피해를 입고 사망자만 수만 명, 이재민이 십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네로 황제는 이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에게 전가했습니다. (이때 가짜 뉴스가 동원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행하던 성찬식을 교묘하게 인육을 먹는 식인종들이라고 거짓 소문을 냈던 것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을 근친상간자(성적 문란자)로 매도하기까지 했습니다. 네로 황제는 이렇게 예수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몰아넣어 방화 혐의를 뒤집어씌웠습니다. 가짜 뉴스가 이처럼 가장 힘이 센 권력으로부터 나올 때 얼마나 잔혹하고,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합니까? 최근 한국교회가 보여 준 모습이 2000년 전 로마가 지배하던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은 아닙니까?

저는 요즘 우리 교우들을 위해 매일 아침 이렇게 기도를 합니다. 우리 사랑하는 교우들이 늑대가 삼킬 것을 찾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세상에서 참과 거짓을, 하나님과 우상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믿음 가운데 있게 하옵소서. 혹 가짜 뉴스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또한 하나님 보시기에 불쌍한 영혼임을 알아서 나와 다른 입장이라 하여 증오하고 분노하지 않도록 그 마음을 주장해 주옵소서. 우리의 눈과 귀가 언제나 진리 되신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갈등과 분열이 아니라 화해하고 통합하며 하나 될 수 있길 이 아침에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지나오며, 영국의 역사가인 존 액턴 경의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역설적인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크고자 하는 사람은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면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마 20:25-28)

정작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면서 하나님을 이용하려 했던 목회자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뼈아픈 교훈입니다. 정작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 자기 유익과 헤게모니를 차지하려 했던 중세의 왕과 교회 같았던 목회자들, 정치인들을 향해 단호했던 예수님의 선언입니다. 물론 성도님들 또한,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간곡히 바라기는 한국교회가 분열과 증오와 혐오와 배제와 폭력의 아이콘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보여 주신 사랑과 희생과 자비와 용서와 포용과 섬김의 정치를 보여 주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랍니다.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죽이는 종교가 아니라 다시 살게 하는 부활의 신앙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예수님이 다시 오심을 믿는 종교입니다. 우리가 믿는 십자가의 예수님은 죽음을 부르는 세상에 다시 사는 부활의 은혜를 몸소 증거하신 주님이십니다. 주님께서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용서하심으로 걸어가신 십자가 구원과 참 생명의 그 길을 따라가는 믿음과 신앙 위에,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서 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둔 세상에 그리스도의 은총과 사랑으로 흘러가길 두 손 모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