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앤조이＞ 영상 담당 경소영 PD입니다. 대선 후 편안한 일상 보내고 계신가요. 투표 때 어떤 후보를 지지했든지 관계 없이 적어도 내란 세력 척결이 빠르게 진행될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건 사실입니다. 물론 대한민국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 저는 선거가 끝나고 개인적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라 걱정에 밤잠 이루지 못한 날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제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재미난 콘텐츠를 보며 늘어져 있기도 하죠. 지금 떠오른 여러 영상이 있는데, 그 중에서 최근에 저를 가장 많이 웃게 만든 드라마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 넷플릭스 10부작 일본 드라마 '핫스팟'입니다. 주인공이 무려 외계인인데요. 평범한 중년 남성의 얼굴을 한 외계인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다가 우연히 직장 동료에게 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 외계인과 지구인 혼혈로 태어난 다카하시는 비범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는 후지산 근처 작은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동료 키요미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에 구해 내면서 본인의 정체를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 50 평생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저 사람이 내 얘기를 믿어 줄까? 날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건 아닐까?' 불안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키요미는 있는 그대로의 다카하시를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키요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들에게도 다카하시를 소개하고 함께 어울리며 이웃으로 잘 지내게 됩니다.
• 이렇게 간단히 쓰고 보니 단편적, 교훈적인 내용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스펙터클하고 다음 회가 궁금해서 플레이를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입니다. 한동안 드라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정도이니까요.
•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좋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등장 인물들이 평범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내 주변 사람들 같았어요. 제게는 유독 특이한 친구들이 많아요.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런 친구들의 특이함을 저는 사랑하거든요.
• 외계인 다카하시는 타고난 능력으로 지인들이 곤경해 처했을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정작 이 드라마에서 가장 행복한 수혜자 역시 다카하시입니다. 키요미를 비롯한 여러 이웃들이 다카하시를 대하는 태도, 따뜻한 말들에 그의 삶이 변화했기 때문이죠.
• '핫스팟'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과거, 현재의 직장 동료들이에요. 다카하시와 키요미처럼 매일 만나고 이야기하는 동료들이요. 어쩌면 우리에게도 특별한 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로에게 향하는 말 한 마디가 상대방의 하루를 결정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엄청난 능력일까요.
•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버린다.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 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환희에 젖는다.

편집국 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