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문에서 응답자 370명 중 절반 이상이 교회를 성희롱·성폭력의 위험이 심각한 장소라고 답했어요(61.6%). "성희롱이 가장 자주 발생한 장소가 교회"라는 응답은 71.1%에 달했어요. 특히 대형 교회일수록 성차별 문화가 더 심하게 작동했고, 여성 사역자 다수는 "남성과 동등하게 존중받지 못했다"고 했어요.

설문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는 전도사, 간사 등 비정규직이나 저연차 여성 사역자일수록 많았고, 가해자는 평신도 교인과 담임목사 순으로 높았어요. 피해 경험이 있어도 이를 말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는데, 전도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참고 넘겼다"고 했고, 외부 신고율은 0%에 가까웠어요. 피해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공동체의 반응이 두려워서" 등이었어요.

문제는 피해를 겪은 당사자뿐 아니라 간접 경험자들도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에요. "교회나 교단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 경우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7.8%였어요. 이들은 대부분 직접 피해자가 아니라 지인이나 언론을 통해 사례를 접한 사람들이었지만, 이미 교회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했어요.

설문 문항 중 하나에서는 이런 간접 경험에 대한 질적 분석도 이뤄졌어요. "구조화된 체념"이라는 상위 주제가 도출됐고, 응답자들은 "그동안 공정하게 처리된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답했어요. 성희롱이 은폐되거나 축소된 과거의 경험들이 구성원 사이에서 체념으로 굳어졌다는 거예요.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여성 사역자들의 피해 경험이 특히 두드러졌어요. 이들은 대부분 읍면 지역의 50명 미만 소형 교회에서 단독 목회를 하고 있었고, 교회 안팎에 외부 감시나 대응 체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고 있었어요. 음담패설, 신체 접촉, 사적 만남 요구 등 거의 모든 피해 유형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어요. 담임목사라는 직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젠더 권력 구조 하단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결과예요.

60대 여성 담임목사들은 자발적으로 단독 목회를 선택한 경우보다, 청빙 자체가 어려워져 외곽 지역으로 밀려난 사례가 많았어요. 이러한 구조는 지역 사회의 보수적인 성 역할 규범과 맞물려 여성 리더를 불편하게 여기고, 공동체의 질서를 흔드는 존재로 보는 시선 속에서 여성 사역자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었어요.

조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공정한 사건 처리 없이 신뢰는 없다", "교회가 신뢰받으려면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내부 회복이 먼저다".

이번 발표회는 교회·교단에 던지는 매우 구체적인 질문이었어요.

• "지금 이 구조를 바꿀 생각이 있나요?"

• "피해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나요?"

• "공동체 전체가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나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공동체 회복을 위한 매뉴얼은 시급해요. 교단 차원의 제도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 특히 여성 사역자들이 주변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성평등한 성서 해석과 젠더 정의 관점의 신학 작업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이번 조사는 교회 안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조건"을 고민하려는 노력의 일부예요. "평등한 교회, 안전한 일터"는 단지 캠페인 문구가 아니라, 오늘 한국교회가 회심해야 할 지점이에요. 이 회심이 있어야만 여성 사역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고, 모두의 존엄이 보장되는 공동체로 교회가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 함께 발표된 가이드북에는 교회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피해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이 담겨 있어요. 사례를 중심으로 피해 발생 단계별 대응 요령, 교회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프로세스, 교단 차원의 대응 체계 구축 방안까지 상세하게 소개돼 있어요. 단순히 가해자 처벌에만 머물지 않고 피해자 보호와 공동체 회복을 함께 고려하려는 의도가 잘 드러나요. 가이드북은 특히 "우리 교회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넘기기 쉬운 사안들을 짚어 주면서, 예방 중심의 감수성과 공동체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요. (안내서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