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자기 안에 매몰되면 안 되는 이유

처치독 주간 브리핑 79호

2025. 7. 13.

종교가 자기 안에

매몰되면 안 되는 이유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종교가 존재합니다. 어떤 구름 위의 세계를 위해 종교 기관들이 있는 게 아니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돕기 위해 종교가 존재하는 거고, 사람의 마음과 영혼이 건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제주교구장과 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강우일 주교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평소 잘못된 권력자를 비판하고 인권·평화 운동에 앞장서 온 강 주교는, 종교가 세상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종교는 절대로 자기가 속한 종파나 교리적인 추상적인 가르침에만 국한할 게 아니고 세상 전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기 종교에 속하지 않는 다른 분들도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들로서 존중하고, 그분들과 함께 똑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종교든지 자기 안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 주교는 한국·베트남평화재단 이사장과 프란치스코교종방한준비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당시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약자를 위하고, 권력자를 향해 쓴소리를 하다 보니 가톨릭교회 안에서조차 강 주교를 향해 '정치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강 주교는 그럴 때마다 "정치적인 게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강우일 주교는 윤석열 정부 당시 외교·국방·교육·의료·에너지 문제가 하나같이 안 좋았는데, 이를 바로잡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12·3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철학도 없고, 역사의식도 없고. 그래서 현실 진단을 너무 잘못해 그런 오판이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시 시민들의 대처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냈다.
"12월 3일 밤, 불과 한두 시간 만에 몇천 명이 여의도에 모여들었습니다. 많은 시민이 지금의 민주주의가 아픔과 희생, 피를 흘린 끝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고 그만큼 소중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모여든 것이죠. 시민들이 장갑차를 멈추게 하고 총부리를 내려놓게 했는데, 그만큼 우리 역사가 앞으로 나아 왔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적으로는 민생 해결도 중요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 문제 또한 시급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모든 게 다 잘 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북 간 대화 물꼬가 터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아주 대결 구도로 뒤바꿔 놓았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남북의 대화를 진전시키고 (전쟁) 위기를 한반도에서 몰아내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 우리에게 돌아올 거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저는 시급한 일은 남북 간 대화 재개와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여성에게 전가된

'간병' 문제, 국가가 나서야

"간병 지옥은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지옥과 같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간병 부담이 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면서 경제적 파탄, 간병 제공자의 삶의 붕괴를 초래하는 현실이 됐다."
만성질환과 치매 등을 앓는 환자의 경우 누군가의 지속적인 돌봄 없이 삶을 이어 나가기 어렵다. 일차적으로 환자의 가족이 간병에 나서지만, 정해진 기한이 없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들다 보니 가족 구성원 자체가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건강돌봄시민행동 강주성 대표는 간병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주요 원인으로 '국가의 정책적 준비 및 공적 지원 체계 부족'을 들었다.
"2023년 기준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은 21%에 이르고, 올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돌봄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공적 돌봄 체계 미비로 인한 가족 돌봄의 한계, 지역 간 건강 돌봄 인프라 및 서비스 격차 심화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어쩌다 뉴스로 접하는 '간병 살인'은 구조적 돌봄 부재에서 오는 비극적 결과라고 했다. 강 대표는 "가족 구성의 변화로 가족과 여성에게 의존하는 간병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는데도 이에 대응하는 국가의 정책적 준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돌봄의 시장화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사회적 경제,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통해 '가족과 여성에게 전가된 돌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무노조 신화' 극동방송

노조 설립되나

"그동안 극동방송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헌신해 오신 김장환 이사장의 그늘을 벗어나, 지상파를 통한 복음 방송으로서 본연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창사 70주년을 맞이한 극동방송(김장환 이사장)에서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극동방송노동조합설립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이사장 김장환 목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설립준비위원회는 7월 7일 입장문을 통해 "극동방송은 지상파 방송으로서 품격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사내 노동 정의는 실종되고, 저열한 충성과 양심을 몰각한 기회주의적 문화가 장악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7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우리 근로자들은 노동조합이라는 깃발을 들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회사의 허락이 아닌,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단결과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더욱 공의롭고, 투명하며, 활력 넘치는 일터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무노조 신화'를 써(?) 오고 있는 극동방송에서 노조가 설립되는 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사장 김장환 목사가 노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극동방송 몇몇 직원이 노조 설립을 시도했지만, 사측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하면서 실패로 돌아간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