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님 안녕하세요. 뉴스앤조이 요셉입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수요일부터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 키우는 집은 공감하실 텐데, 휴가가 휴가가 아닙니다. 제 의지와 무관하게 일정이 잡히니까요. 올해도 연초 유치원에서 연간 일정을 받자마자 제 여름·겨울 휴가는 결정됐습니다. 이번 주에는 서울랜드에 가고, 워터파크도 갈 계획이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면서 종일 집에만 있었습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낮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저녁에는 거의 교회에서 살았습니다. 다가오는 토요일 중등부·고등부 연합 수련회를 앞두고 있거든요. 청년 선생님들과 프로그램을 짜고, 각종 준비물을 구입하고, 명찰과 가이드북도 제작하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수련회 때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뉴스레터 발송을 끝내고, 최종 점검을 하러 교회에 가야 합니다.

수련회 디렉터는 이번이 여섯 번째입니다. 아이스브레이킹, 레크리에이션, 조별 미션, 코스 게임 등 주요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는데, 지금까지 짰던 게임이 30여 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게임은 주로 혼자 짰습니다. 청년 선생님들을 시키려고 하면, 제 안에 있는 여러 목소리가 막아섰거든요. 누구는 취업 준비로 바쁘고, 누구는 알바를 많이 해서 시간을 못 내고, 누구는 사회 초년생이라 회사에 적응할 시기이고. 그분들은 매주 교사로 섬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있으니, 부담을 주지 말자고요.

유능한 리더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해 일을 잘 진행하게 만든다고 하죠. 저는 그런 면에서 무능합니다. 가급적 모든 일을 혼자 떠안는 편이니까요. 그래도 아주 혼자는 아닙니다. 이제 막 고등부를 졸업하거나, "교회 일이 좋아서 종일 교회에서 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20대 초반의 어린 선생님(저희는 푸른 교사라고 부르는데요) 한두 명이 옆에서 즐겁게 준비를 돕고 있습니다. 어차피 사람이 많다고 기획의 질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그래도 대다수 선생님이 수련회가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계획에 따라 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따금 준비하는 선생님들에게 괜찮은지 묻습니다. 처음에는 힘들다고, 그다음에는 그래도 재밌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힘들지만 재밌다." 교회 일이든 회사 일이든 취미나 봉사 활동이든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을 한다면, 대부분 느끼는 마음이 이럴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준비한 수련회가 학생들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면, 중등부와 고등부 각 부서가 한마음 한뜻으로 묶이는 자리가 된다면, 지친 마음은 싹 사라지고 기쁨과 보람이 가득해지겠죠. 그 감각을 잊지 못해 저도 해마다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청년 선생님들을 배려한다는 핑계로 좋은 경험의 자리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역시 무능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독자 님은 어떤 여름을 보내고 계신가요. 바쁘고 분주하더라도 그 시간이 의미와 보람으로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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