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요즘 기사를 거의 쓰지 않다 보니 '나수진 기자가 어디 갔느냐'라고 물어보는 독자분들도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기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한 달 전부터 기획 기사를 준비하고 취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 미리 스포하자면… '교육 현장에 침투하는 극우 개신교'가 주제입니다.

올해 6월 '뉴스타파' 보도로 세상에 드러난 극우 역사 교육 단체 '리박스쿨'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반동성애·극우 개신교 단체들은 리박스쿨 이전부터 공교육 현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움직여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학교 성교육을 공략해 왔습니다. 성교육은 한국교회가 열을 올리며 반대하는 동성애, 페미니즘 같은 주제가 직접 다뤄지는 영역이기도 하고, 공인된 자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성교육 현장 침투가 본격화된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이었습니다. 교육부 차원에서 '성교육 표준안'을 만들었는데, 이 안에 금욕주의적인 내용이 포함돼 여성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표준안에서 해당 내용은 빠지게 됐지만 이 사건을 전후해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성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관련 단체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페미니즘이나 네오 마르크시즘 같은 '성 혁명' 물결에 맞서, 성경적 성 가치관에 입각한 성교육을 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요.

2018년에는 반동성애 강사인 김지연 약사가 대표로 있는 '에이랩아카데미'에서 성경적 성교육 강사 양성 과정이 시작됐고, 대전에서는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단체도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보수 지방자치단체장의 당선 흐름을 타고 청소년 기관도 속속 수탁했습니다. 넥스트클럽은 2022년 11월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와 세종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에이랩아카데미와 깊이 연관된 글로벌바른가치연구소는 2023년 7월 구리시청소년성문화센터를 '접수'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에 들어가 왜곡된 성 인식을 주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겁니다.

＜뉴스앤조이＞는 이후 학교 성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주장이 흘러 들어가는지, 성교육을 진행하는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어디까지 뻗어나갔는지, 성교육 현장의 강사·전문가들은 어떤 어려움에 처하게 됐는지 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 전국 초·중·고에서 이뤄지고 있는 폭력 예방 교육 실태에 대한 자료가 여성가족부나 교육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폭력 예방 교육은 법정 의무 교육인데, 학교에서 어떤 단체·강사를 불러서 진행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최초로 주요 지역의 초·중·고 폭력 예방 교육 현황 데이터를 만들어 냈고, 현재 분석 단계에 있습니다.

지난 3일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장이 근무 시간에 리박스쿨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에 참여해 강의했고, 2023년 대전 지역에서 넥스트클럽·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한 학교가 전체 학교 중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을 보도했지만, 이는 서곡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교육 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이제는 청소년 관련 기관, 인권·민주시민 교육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수준이라 걱정입니다.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 대로, 이제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교회 내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하거나, 거리로 나와 혐오 논리를 외치는 것을 넘어서 공적인 영역에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요. 이번 기획을 통해 그 실체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공개될 기획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