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을 지낸 신경하 목사가 지난 9월 22일 소천했습니다. 향년 85세로 세상을 떠난 신 목사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교계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는데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사람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사람들이 신 목사를 높이 평가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그가 교회를 대형화했다거나 생전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거나 하는 류의 이유가 아니라, 감독회장을 지냈음에도 꾸준히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 오며 에큐메니컬 원로로 활동해 왔다는 데 있습니다. 총회장·감독회장 등 교단장을 지낸 목사들이 퇴임 후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펼치는 예는 매우 드문데(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면서 영향력을 계속 발휘하는 이들은 빼고요…) 그런 점에서 신 목사는 좀 독특하고, 특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느 교단장들처럼 어느 기관이나 언론사 대표로 가면 거액의 급여를 받으면서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신 목사는 강화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습니다. 공개된 신 목사의 유언 첫 마디는 "계절의 순환은 정말 자연의 신비"라는 감탄이었으며, "강화에서 11년을 농부로 살아온 것은 농부 하나님과 함께하는 보람과 기쁨으로 가치 있는 세월이었다"고 뒤돌아봤습니다.

그는 감독회장 퇴임 직후인 2008년부터 곧바로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고난함께) 이사장으로 다시 취임합니다. 고난함께가 약점으로 삼아 온 사업 중 하나는 비전향 장기수 문제였는데요. 빨간 딱지가 붙기 딱 좋은 활동이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밖에도 세월호, 박근혜 탄핵,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문제가 있을 때 교계 원로로서 앞장서 목소리를 냈고, 2018년 이후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 개신교가 준동할 때도, 이것이 왜 잘못됐는지를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올 3월에는 탄핵 선고가 지연되며 많은 사람이 불안해할때 두려워하지 말고 헌법재판소를 믿고 기다리자고, 그러면서 이 국면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민낯을 반성하고 처절히 회개하자고도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2024년 2월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출교 판결을 받은 이동환 목사를 위해 성명을 발표한 일이었습니다. 신 목사는 "이동환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한 경기연회 재판 과정은 크게 우려할 만하다"며, "두 번의 재판을 통해 반복된 교리적 시험을 강요하였고, 정회원 목사의 자격을 파리 목숨처럼 다루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 용기 내 말할 수 있는 에큐메니컬 선배 목회자들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만큼 적을 때, 신 목사는 "한때 감독회장을 지낸 이로서 어려운 때에 진심 어린 한 말씀 드리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신 목사의 감독회장 재임 중 오점으로 평가받는 것은 '은급 사태'인데요. 감리회 목회자들의 노후를 책임질 은급이 부실한 운용과 관리로 엄청난 손실을 입자, 당시 은급재단 이사장이었던 감독회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신 목사는 운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에 교단 재판에 휘말렸습니다. 교단에서 '목사직 면직'이라는 판결까지 받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손실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 없다며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교단 재판 판결도 달라지면서 목사직 면직은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때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동환 목사가 받는 재판이 왜 문제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신경하 목사는 빈소를 절대 차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생전 시무했던 아현감리교회에서 장례 예배만 딱 한 번 드리고, 교회 식당에서 참석자들에게 점심 식사를 정성껏 대접하라고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례 예배를 담당할 순서자까지 미리 지정해 두기도 했습니다. 장례 예배 때는 '험한 시험 물속에서(400장), '세월이 흘러가는데(485장),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570장) 세 곡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생전 그가 즐겨 부르던 찬송이었습니다.

9월 25일 아현교회에서 열린 장례 예배에 잠시 다녀왔는데요. 고인과 생전 인연이 있던 수많은 목회자와 에큐메니컬 활동가들이 모여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사람들은 신 목사를 늘 밥 사기를 좋아하고, 소탈하고 온유하게 후배들을 챙겼던 어른으로, 에큐메니컬 활동가 한 명 한 명의 근황에 관심을 가졌던 분으로, 나라에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고 추락하는 교회 모습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분으로 기억했습니다. 아현교회 예배당에는 "참어른을 잃었다"며 탄식하고 슬퍼하는 목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특별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탈퇴 등 에큐메니컬 운동을 부정하는 극우 성향 목사들의 공격에 직면한 위기의 상황 앞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의 우산이자 큰 어른을 잃은 구성원들의 상심은 더욱 커 보였습니다.

정부는 신 목사가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과 교회의 사회적 연대 활동을 위해 노력했다'며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고, 특별히 고난함께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장기수 인권 상황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 공로를 인정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습니다.

신 목사의 유언 마지막 말은 에큐메니컬 운동의 핵심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는 성경 구절로 끝이 납니다.

나는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죽음은 임박한 종말로 생각하며 준비해 오고 있었다. 2019년 4월 12일에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등록하였으며 세브란스 의과대학에 2022년에 시신을 기증하였다. 죽음과 가까이 지낸 나의 삶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오늘을 충실히 살고 매순간 순간을 값지게 사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게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오늘의 삶을 더 충실히 보람 있게 살기 위한 다짐이자 매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오늘까지 살아온 나의 85년의 세월은 하나님이 함께하신 은총의 세월이었다. (중략)

이렇듯 두서없이 남기고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나니 14일 밤 12시 5분이 되었다. 

신 목사가 좋아하는 성경 말씀.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다.' (마태 5 :9)

편집국 승현

꿈에 그리던, 이게 과연 될까 싶었던, 사무실 이전을 완료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후원회원님을 비롯해 ＜뉴스앤조이＞를 아끼시는 분들의 '지원사격'으로 빅 이벤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무실 이전 펀딩 결과 보고와 드릴 말씀이 있어 편지를 띄웁니다. 

어제는 회사 모든 식구가 총출동해 직접 짐을 옮겼습니다. 책과 책상, 책장 등을 1층에서 2층으로 올리고 정리했습니다. 책상이나 책장의 부피가 있다 보니 체력 소모도 컸지만, 함께 땀 흘리면서 이사하는 맛은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스몰 토킹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지지고 볶고 소리 치고 웃고 떠들 걸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후원회원들께서 마련해 주신 소중한 공간에서, ＜뉴스앤조이＞의 주축을 이루는 20~30대 직원들이 보다 생동감 넘치고 역동적인 일들을 해 나가리라 기대합니다. '필동 2기 시대'를 열어젖혀 나갈 동지이자 식구들에게 기회를 주신 후원회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사무실 공사는 약 3주간 진행됐지만, 시작 전부터 최종 마무리까지 물밑에서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제 와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사무실 이전을 뒤집을 뻔한 적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역시 세상 쉬운 일 없습니다…) 논의와 설득 과정을 거쳐 공사도 이전도 잘 끝이 났습니다. 편집장 말대로 '일'만 더 잘하면 됩니다. 제대로 '잘'해 보겠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되, 겸손함을 잃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