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두꺼운 옷을 입어도 스며드는 한기를 막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이번 주, 저를 정말 춥게 만든 건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 들려오는 소식이었습니다. 필립 얀시의 불륜 고백이 그것이지요.
- 서재에 앉아 한참 동안 책장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필립 얀시의 책뿐 아니라 각종 신앙 서적들이 꽂혀 있는 칸에서 눈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실제로 남편은 그 뉴스를 접한 전날, 필립 얀시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읽겠다며 중고 서점에서 그 책을 사기도 했습니다.
- 마음이 참 복잡했습니다. 필립 얀시의 섬세한 문장들에 위로받으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한국교회의 수많은 성도들이 그의 책을 나침반 삼아 신앙의 여정을 걸어왔을 테니까요.
- 그래서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배신감보다는 깊은 상실감이었습니다. 아픈 질문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저 책을 통해 받은 은혜는 무엇이었나. 그가 말한 하나님나라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 이 질문 앞에서 저는 최근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라는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필립 얀시의 불륜 소식을 접한 직후, 거의 반사적으로 주문한 책이었습니다. 아직은 앞부분만 읽고 있는 중이라 이 책의 전체 논지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책은 한 가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윤리적으로 무너진 작가의 작품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작품을 통해 이미 받은 감동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 메신저가 타락했다고 해서 그가 남긴 말의 의미까지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하나님은 깨지기 쉬운 질그릇에도 보화를 담으시는 분이라는 신학적 위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의 책을 사랑했던 이유는, 단지 문장이 아름다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 문장 뒤에 존재하리라 믿었던 저자의 진정성 있는 삶 때문 아니었을까요.
- 아직 저는 책장에서 그의 책을 빼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과 같은 눈으로 그 책을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통찰의 언어를 말했던 인간 내면에도, 욕망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존경했던 이름이 남긴 생채기를 안고, 우리는 또 묵묵히 걸어가야겠죠.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사람이나 책이 아니라, 그리스도뿐임을 새삼스레 되새기며 말입니다.
M스토리랩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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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웃을 수 있었던 이동환 목사
"출교 무효" 판결, 그리고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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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환대했다는 이유로 출교 판결을 받은 이동환 목사. 법원이 그 판결을 '무효'라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1월 15일, 수원고등법원이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의 항소를 기각한 것인데요.
그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어 판결 효력이 정지된 적은 있었지만, 본안 소송에서 '성소수자 환대 목회자'가 승소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1심은 경기연회가 소송에 무대응하여 변론 없이 끝났기 때문에, 실질적인 첫 승소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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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에게는 분명 중요한 승리이지만, 판결문을 뜯어보면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경기연회가 저지른 숱한 절차적 하자들이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무엇보다 '성소수자 환대 목회' 자체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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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주요 내용은 기사를 참고해 주시고,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몇 가지 지점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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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문제, 법원이 판단해도 될까
- 종교 관련 소송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사법 심사 대상성'이라는 개념인데요. 쉽게 말해, 종교의 교리와 관련된 영역은 세속 법원이 간섭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대상인지를 따지는 겁니다.
- 이 사건을 예로 들면, "성소수자 재판은 동성애에 관한 교리 해석 문제이니 법원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죠.
- 이 개념은 교회 관련 판결문에 어지간하면 다 등장합니다. 목사가 횡령을 해도 '종교 문제', 성폭력을 저질러도 '종교 문제'라며 빠져나가려는 방패로 쓰이곤 합니다. 예전에는 이 벽에 막혀 법원이 판단조차 하지 않고(본안 전 항변이라 부르는 단계에서) 사건을 끝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기각도 아닌 '각하' 사유가 되는 것이죠.
- 실제로 이동환 목사도 2024년 8월 '정직 2년' 징계 무효 소송에서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당한 바 있습니다(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심리 중입니다).
- 하지만 최근 법원의 기류가 바뀌는 듯하네요. 교회 사건에 관해 '사법 심사 대상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 이유는 다양합니다. 징계로 인해 목사 '자격'이 박탈되는 등 개인의 권리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하고, 재산권 다툼을 교리 문제로 포장하는 것을 타박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뼈아프고 창피한 이유는 "내부적으로 자율적인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는 것입니다. (명성교회와 사랑의교회 사건에서도 이런 이유들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판단이 나온 바 있습니다.)
- 법원은 이번 이동환 목사 사건 역시 판단 대상이 된다고 봤습니다. 앞으로도 법원이 적극 개입하는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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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고발할 수 없다
- 이번 판결에서 또 하나 인정된 중요한 개념은 '고발한정주의'입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바꿔 말하면,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본 사람만이 고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그간 반동성애 진영 목사들은 "이동환 목사 때문에 감리회 명예가 실추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논리를 펼쳐 왔습니다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피해를 보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죠. 만일 문제를 삼고 싶다면 행정 책임자인 연회 감독 등이 고소에 나서는 게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 이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반동성애 진영이 그동안 남발해 온 '묻지 마 고소'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단 재판에 회부되기만 해도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되는 등 엄청난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묻지 마 고소는 목회자들을 위축시켜 왔습니다.
- 다만, 향후 이들이 법을 개정하거나 감독을 압박해 기소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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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있고",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지점입니다. 과연 성소수자 환대 목회는 무엇이고, 교회가 이것을 배척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일까요?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직접 인용해 봅니다.
- "원고 주장과 같이 기독교적 이념에 기초하여서도 성소수자에 대해 관용과 포용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피고가 속한 교단 내 교회의 다양성과 건전성을 강화할 여지가 있을 수 있고, (...) 교인 전체에 의미 있는 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교단 외부의 관점에서 일정 부분 전혀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 "여지가 있을 수 있고", "전혀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라는 아주, 매우, 굉장히 조심스러운 표현, 보이시나요? 법원도 이동환 목사가 펼쳐 온 환대 목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입니다.
- 그럼에도 징계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은 이유는 "교단 내부의 정서"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교단 내부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 "점진적 형성" 등의 표현을 쓰며 내부의 대화와 합의를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 한국교회에서 이는 매우 요원한 일입니다. 동성애의 '동' 자만 꺼내도 매장당하는 분위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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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반영?
- 판결문을 읽으며 재판부가 기독교인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대목 때문입니다.
-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탄압 철폐에 관한 논쟁은 종교적 신념, 문화적 보수주의, 정치적 이념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시민사회에서의 여론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해당하는데, 피고와 같은 개신교 사회가 성소수자들의 수면 위 진출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집단 중 하나라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 사건 범과 규정은 이러한 긴장 상황 속에서 (...) 피고 교단의 각계 교인들로 구성되어 그들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조직된 입법의회에서 교리와장정이 정한 다수결에 기초한 발의 및 의결 절차를 거쳐 제정된 것인바..."
- 재판부는 교계가 "성소수자의 수면 위 진출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집단"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단 총회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각계 교인들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했다니요. 교단 총회가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때로는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쓰기 어려운 표현입니다. (물론 형식적 절차는 밟았으니 법적으로는 '민주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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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결국 다시 '대화'
- "이러한 가치와 방향성에 대한 문제는 교단 내부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사회적 관용과 합의의 분위기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어야 하며…"
- 법원은 아직 성소수자 이슈에 관한 문제 판단이 시기상조라며 공을 교회로 넘겼습니다. 우리에게 '교회 내 공론장 형성'이라는 숙제를 다시 던진 셈이죠. 이동환 목사를 비롯한 대책위 관계자들도 "교단 내 교리와장정 폐지 운동 등 내부에서의 공론화 작업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 얼마 전 [주간 뉴스 브리핑]에서 청소년 언론 <토끼풀>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은평구의 중3 학생 기자들이 '극우' 유튜브에 빠진 중2 동생들과 몇 시간을 대화하며 "계엄은 내란"이라는 공감을 이끌어 냈다는 이야기였죠.
- 대화를 멈추지 말고,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려는 시도가 더 작게, 더 많이, 더 자주 일어나야 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환대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져서 한국교회 내 비율이 6:4, 아니 7:3 정도만 되더라도 법원은 훨씬 더 전향적인 판단을 내릴 겁니다.
- 아무튼, 이번 판결이 이런저런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동환 목사는 처음으로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매번 패소 버전 입장문만 읽다가, 처음으로 승소 버전 입장문을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계속 교회를 바꿔 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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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처치독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어떻게 읽으셨나요?
- 사역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남포교회 기사를 보니 하나님과 돈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항상 물질에 대한 유혹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세상의 소금으로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 어짜피 몇 년 전부터 큰 기대는 없었지만 이제는 그나마 남아 있는 것조차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리는 느낌입니다. 왜 내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앞으로 어떻게 예수 믿으라고 교회 나오라고 할지 막막합니다.
- 저도 목회자로서 박영선 목사님 모습이 이해가 갑니다. 아들이 목회자라면 ...
- 한 순간에 무너진 존경 - 육신의 욕망과 안목의 정욕과 세상의 자랑거리
- 박영선 목사 소식은 그 자체가 그냥 너무 말도 안됩니다. 성경 팔아서 자기 잇속 채우는 목사들의 노후는 참 추하네요. 예수님은 그들을 보고 뭐라고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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