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주,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2024. 3. 5.

최근 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소식을 간추려 독자님들께 전달해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국가 폭력에 아빠 잃은 딸의 당부

충남 아산시에 있는 송악교회는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교회였다. 1994년 이종명 목사가 부임한 이후 마을 안팎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회로 변했다. 이 목사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유기 농법을 도입하고, 마을 아이들을 위해 생태 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무의탁 노인들을 위해 매주 한 차례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오병이어 운동을 펼쳤다. 농사법 연구와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농민선교특별위원회도 만들었다. 마을 주민과 상생하며 30년간 목회해 온 이 목사는 지난해 12월 6일 우울증으로 숨을 거뒀다.

이종명 목사는 전두환 군부 시절 국가 폭력을 당했고, 이 일로 트라우마를 겪어 왔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따르면, 이 목사는 1981년부터 1988년까지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등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녹화 공작'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이 목사의 딸 이봄 씨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빠가 생전에 프락치 활동에 대한 트라우마로 괴로워했어요"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대학 시절 갑자기 보안대에 끌려가 고문과 구타를 당했고 수시로 학내 동향을 보고해야만 했다. 이 씨는 "수시로 학내 동향을 전화로 보고하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대요. 주변 사람들에게 신분을 속여야 하잖아요. 고문받고 강요당해서 한 거였지만 그 일을 한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컸어요"라고 말했다.

이종명 목사는 자신처럼 녹화 공작 피해자인 박만규 목사와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냈다. 지난해 11월 22일 법원은 "국가는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9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약 3주 뒤 당시 한동훈 법무장관은 보도 자료를 통해 두 목사에게 사과하고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목사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고, 여전히 사과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봄 씨는 아직 법무부에서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면서 대체 어디에 사과를 한 것이냐고 말했다. 국가 폭력 피해자들을 향해서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빠 같은 피해를 보신 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프락치 한 게 본인의 잘못은 아니에요. 이제 그걸 강요했던 국가가 피해자분들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죠."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어그로 한번 제대로 끌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 대표총회장 장종현 목사가 만든 '신학은학문이아니다연구소'가 2월 27일 개소했다. 백석대 산하에 있는 이 연구소는 △설립 정신 구현을 위한 정체성 강화 방안 연구 △교직원 역량 강화 방안 연구 △학부 및 대학원 학생 자치 단체 임원들의 학교 비전 및 정체성 교육 등을 담당한다고 예장백석 교단지 ＜아이굿뉴스＞가 보도했다.

장종현 목사가 연구소 이름을 이렇게 짓게 된 이유는 신학 교육과 관련 있었다. 그는 개소식에서 "신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개척하고 목회하는 사명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통과 역사가 있는 신학교, 신학을 더 많이 배우고도 개척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의 원인이 신학 교육의 잘못에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연구소를 통해 기도 성령 운동이 한국교회에 뜨겁게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를 개척하지 못하는 게 신학 때문일까? 교세 확장을 빌미로 무분별하게 목회자를 배출해 온 행태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말에 황당해한 일부 목사들은 과거 장종현 목사가 공금 60억을 횡령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면서 신학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제는 'No.2' 예장백석

국내 자생 교단이자, 장종현 목사가 세운 예장백석 교단의 교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교단에 가입한 교회 수로만 따지면, 2022년 말 기준 예장합동(1만 1920개)에 이어 예장백석(9536개)이 두 번째다. 소위 메이저 교단으로 불리는 예장통합(9476개)과 기독교대한감리회(6446개)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장종현 목사는 2015년 전광훈 목사가 총회장으로 있는 예장대신과 통합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두 교단은 3년 만에 갈라섰고, 이 과정에서 교단이 세 개로 갈라지기까지 했다. 장 목사는 예장백석이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갈등 과정에서 이탈한 교회들을 받아 주는 한편, 군소 교단 소속 교회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장백석은 2월 28일 수원명성교회(유만석 목사)를 포함한 214개 교회가 다시 교단으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장백석에 가입한 교회 수는 9750개가 됐다. ＜데일리굿뉴스＞ 보도에 따르면, 다시 복귀한 이들은 "우리를 지켜 주던 백석의 울타리가 얼마나 든든하고 안락했는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넉넉한 가슴으로 품어 준 설립자 장종현 대표총회장에게 감사드린다. 교단을 떠나 새로운 총회를 만들겠다고 고군분투하는 사이, 백석 총회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한국교회가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총회가 됐다"고 했다.

정신 질환은 죄가 아니다

여전히 교회 안에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남아 있다. 정신 질환은 '죄'이고, 기도하면 낫는다는 인식 때문에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조성돈 대표)가 정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정신 질환 이해＞(루디아153)라는 소책자를 펴냈다. △성서가 말하는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 △정신 질환의 종류와 돌봄 방법 △정신 질환 환우들에 대한 목회적인 돌봄 방법 △도움받을 기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어떻게 예수 믿는 사람이 정신병에 걸릴 수가 있지?'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정신 질환은 병이지 죄가 아닙니다. 정신 질환은 불신앙의 증거가 아닙니다. 정죄하지 말아야 합니다. (전인성장연구소 대표 / 예향교회 강하룡 목사)

환우에게 약을 끊고 기도만 하자는 목회자들과 성경을 잘 보고 기도하면 낫는다는 잘못된 신념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종교적인 세계와 비종교적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보아 기도하고 말씀 보는 건 선한 것이고, 의사를 찾고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은 믿음이 없는 행위로 보는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7쪽)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정신 질환 이해＞ PDF 파일은 라이프호프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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