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주 부모님이 계신 러시아 연해주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2년 전 처치독에서, 연해주 시골에 계신 부모님 이야기를 나눈 걸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올해는 특별히 교회에서 팀을 구성해 방문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 중이라 교회에서 갈지 말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교인들 요구가 커서 팀이 꾸려졌습니다. 팀원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수십 년 신앙생활을 함께한 동료 교인들이었고요.

평균 연령 61세. 40~50대는 없고 저와 담당 목사님이 유일한 30대였어요. 처음에는 가는 일정이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그건 제 편견이었다는 걸 금방 깨달았습니다. 다들 열정이 넘치고 아주 정정하셨으니까요(어떤 분은 혹여나 못 갈까 봐 링거까지 맞았답니다).

부모님이 계신 지역은 식당 하나 없는 시골입니다. '마가진'이라 불리는 슈퍼마켓이 거의 유일한 상점인데요. (덕분에 저희 팀은 모든 끼니를 직접 해 먹었어요. '-') 그런 동네에서 교회는 어른들의 사랑방이자,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 쉬운 것 같아요. 부모님이 계신 교회의 모습이 딱 그랬거든요.

저희 팀의 임무는 마을 잔치와 여름 성경 학교 준비였어요. 행사 진행을 도시에서 온 현지 교회 청년들이 맡은 터라, 저희는 장소를 꾸미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을 담당했는데요. 그 작은 시골에서 주민 100여 명이 참석했더라고요. 누가 교인인지, 누가 주민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어쩌면 그런 구분이 어리석은 일이겠죠. 음식을 나르면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어설픈 러시아어로 인사하기 바빴습니다.

여름 성경 학교 때도 아이들이 40여 명 왔는데, 제가 놀랐던 건 참석한 아이들 숫자보다 이들이 교회를 대하는 태도였어요. 저희가 일주일 동안 교회에 머물렀는데, 이 친구들이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교회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더라고요.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갑자기 들어와서 물과 간식을 찾거나, 오전에 교회 마당에서 보수 작업을 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몇 마디 말을 걸고 갑니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신기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늘상 있는 일이라고 해요.

교회에서 밥을 먹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평일이나 주말 오후 식사 때가 되면 교회 마당에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데, 그건 일종의 신호래요. 어머니가 밥을 먹겠느냐고 물어보면 수줍게 예배당에 들어오는 친구들. 저희가 먹던 비빔밥이나 삼계탕, 김치, 잡채 같은 한식을 건네니 아주 잘 먹습니다. 익숙해 보였어요.

매번 아무렇지 않게 왔다가 웃으며 헤어지는 아이들. 정작 주일예배에는 안 온다고 아버지는 멋쩍은 듯 웃었지만, 저는 그 이야기가 듣기 좋았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이제 막 중학생이 됐거나 될 아이들이 교회에 편견이 없다는 게 반가웠고, 그 친구들을 억지로 예배에 나오게 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으니까요. 무엇보다 교회가 마을의 일부로 녹아든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교회와 아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싶어졌습니다. 나중에 부모님이 은퇴한 이후에도 상황이 허락된다면 계속 방문하고 싶어졌고요.

독자 님, 이번 한 주는 어떠셨나요? 주말 동안 하나님의 은혜와 회복이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사역기획국 요셉

• 대부분 예배를 드린다고 하면,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예배당을 떠올릴 겁니다.
• 큰 차가 지나다니는 시끄러운 도로 위 파란 천막의 농성장에서, 경찰의 삼엄한 경비와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이겨 내고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쫓겨나는 이들의 곁에 십자가를 세우고, 쫓겨남이 없는 하나님나라를 만드는' 옥바라지선교센터(옥선)입니다.
• 옥선은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이들 곁에서, 예배를 통해 그 공간을 새로운 연대의 장으로 만들어 왔는데요.
• 이들에게 예배란 어떤 의미인지, 올해로 8주년을 맞은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이은해 사무국장을 만나 봤습니다.

• '이성애 중심 사회'에 균열 낸 법원 판단, 성소수자 인식 바뀌고 있다
  

• 8월은 ＜뉴스앤조이＞가 창간 24주년을 맞는 달입니다. 8월도 얼마 안 남았는데 또 광고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꾸준히 메시지를 남겨 주신 분들이 계셔서 정말 마지막으로 광고 글 올립니다.😊  
• ＜뉴스앤조이＞가 아무래도 비판과 고발 기사를 많이 쓰다 보니, 기자들이 힘들 때가 많습니다. 취재 과정이나 보도 이후에 겪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인 어려움 모두 적지 않은데요. 그럴 때마다 독자님들이 남긴 메시지에 힘과 용기를 얻고, 다시 취재 현장으로 달려나가고는 합니다.
• 그런 의미에서 한 살 더 먹는 ＜뉴스앤조이＞를 위해 축하와 격려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원하시는 분은 배너를 제작해 사이트에 게시할 수 있습니다.

• 1. 축하 메시지 남기기
• 2. 축하 기념 배너 신청하기

• [향린교회&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청년 독서 모임 '혐오 읽기' / ~ 8.27.
• [기독교윤리실천운동·포스트아모르연구단] 이주민 환대 세미나 - "이주민 환대의 어려운 가능성" / 8.26.
• [10.29이태원참사그리스도인예배전국순회] 광주·호남 지역 10.29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예배 '진실을 향한 연대의 다짐' / 8.29.
•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2024년 기후 정의 주일 연합 예배 / 9.7.
• [새길기독사회문화원·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2024 가을학기 공동강좌 - 여성 민중의 역사와 문화 실천 / 9.3. ~ 10. 1. 
• [희년함께·뉴스앤조이·기윤실·성서한국 등] 희년 실천 주일 연합 예배 - 정의로운 주거권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예배' / 9.10.
• [한국샬렘영성훈련원] 2024 가을 침묵 기도 학교 / 9.2. ~ 10.28.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지속 가능한 사회 선교 활동을 위한 '요가 교실' / 8~11월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24년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아카데미 / 9~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