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주 - 노동자들 죽음이 반복되는 이유

2024. 10. 28.

노동자들 죽음이 반복되는 이유

올해에만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 6명이 숨을 거뒀다. 쿠팡에서 일한 지 14개월 만에 숨진 택배 노동자 고 정슬기 씨도 이 중 한 명이다. 교계 및 시민단체들은 '택배 노동자 고 정슬기 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결성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 고문으로 활동 중인 박득훈 목사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슬기 님은 주 평균 63시간을 일했다. 과로사로 이어지는 건 필연임에도 쿠팡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정 씨가 주 평균 73시간(야간 할증 30% 적용) 일했으며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을 했다면서, 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박 목사는 쿠팡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이유가 구조적 문제와 관련 있다고 했다. 쿠팡이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 도급, 파견 업체에 일감을 떼어 주면서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은 이런 변화를 기가 막히게 활용한 회사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쿠팡 주식회사와 그 택배 전문 자회사인 쿠팡씨엘에스가 있다. 그 밑에 쿠팡씨엘에스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택배 대리점이 있다. 그 밑에 택배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들이 있다. 이 개인 사업자들이 정슬기 님과 같은 '퀵플렉서'다.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지만, 회사와 개인 사업자 계약을 맺은 소위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다. (중략) 노동자가 아니라며 회사는 이들에게 주 52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불만을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면서 쉽게 자를 수도 있다. 심지어는 죽어도 본사나 대리점이 아닌 본인 책임이 된다. 이러니 죽음이 반복된다. 참 슬픈 먹이사슬의 하단이다."
박 목사는 노동자들이 쿠팡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모르는 건 아니라고 했다. 먹고살기 위해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강도 높은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부조리한 문제 앞에 기독교인이 중립을 지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세상이 기업, 가진 자의 편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중립을 지킨다는 건 기울어진 쪽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철저히 약자 편에 서야 기울어진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이러면 사람들은 당파적이라느니 편파적이라느니 비난하지만 나는 그 말 다 거부한다. 그건 거짓이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기울어진 사회를 바로잡는 것이 공정이다. 힘없는 노동자들이 고통당하고 있을 때 그들 편에 서서 옹호하고, 지지하고, 힘을 보태고, 사랑하는 것이 공정이다."
대책위는 11월 1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역 7번 출구 쿠팡 본사 앞에서 정슬기 씨를 기억하는 거리 기도회를 한다. 대책위는 "책임자들이 책임을 지고 생명을 지키는 사회가 되도록 기도하는 자리다. 많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연대와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가 다가온다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넋이 스러졌지만 제대로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 최근 법원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0월 21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길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인파 관리 대책을 왜 수립하지 않았는지' 등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참사의 생생한 목격자로서 너무나 중요한 존재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들리지 않았다. 참사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2차, 3차 가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해 그날의 기억이 계속 얘기돼야 한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예배는 10월 28일 오후 7시 별들의집(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 39)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진실의 별이 저 멀리 빛나는 한 우리는 잊을 수 없다. 159명이 내어 주는 빛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반짝여 모두를 안전한 길로 인도할 그날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함께 모이자"고 했다.

한국교회, 언제까지 20세기 결혼·가정 담론 보수할 건가

1인 가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61만 가구(2017년 기준)에서 716만 가구(2021년 기준)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구 중 33.4%에 해당한다. 사회적으로 1인 가구의 증가와 저출생 이슈가 대두하는 가운데, 교계는 결혼과 출산 장려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이와 관련해 옥성득 교수(UCLA)는 "예수의 12제자는 독신으로 비정상적인 삶, 뭔가 모자라는 삶을 살았던가. 성장주의와 지나친 인구 급락 담론 앞에서 교회가 너무 20세기 결혼과 가정 담론을 보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옥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녀 생산이 없으면 비정상적 삶인가. 여성은 자녀를 낳아야만 사람이 되는 운명인가. 자녀 생산이 소명인가. 그렇다면 예수와 바울은 비정상인이었는가"라면서 "왜 예수와 바울은 비혼자, 방랑자, 무주택자, 전도자로 살았을까. 그러면서도 왜 자신처럼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왜 큰 교회는 기혼, 정규직, 유자녀, 유주택자로 이루어져 있을까. 왜 1가구, 1개인, 0소유 주택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을까. 왜 그런 청년들을 목회의 대상에서 배제할까"라고 반문했다.
옥 교수는 삶은 다양하다면서 교회가 포용성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삶은 다양하다. 기혼도 미혼도 비혼도 이혼도 독신도 사별도 상호 인정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하기 때문이다. 생활 양태는 다양하다. 1인, 2인, 3인, 4인, 5인, 6인 가족 중 무엇이 정상인가? (중략) 주님을 잘 섬기고, 교회를 세우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람에 대한 포용성, 상황에 따라 유연함, 현실적 실용성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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