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2년 전 생일 무렵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한 번에 몰아닥쳤거든요. 생일은 분명 축하를 받는 날인데, '내가 축하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수없이 물었습니다. 한 2주 정도 앞두고는 "욥이 자기 생일을 저주했다"는 구절이 끊임없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날'이 왔습니다. 마침 토요일이었습니다. 아내와 잘 먹고 잘 놀며 하루를 보냈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했어요. '삶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왜 살아가는가' 고민하다가 하루가 다 갔죠.

아직 자정이 되지 않은 시점. ＜연합뉴스＞ 앱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속보] 이태원서 심정지 추정 환자 50여 명 발생'. 그 이후부터는 잘 아는 대로 상황이 흘러갔죠. 소셜미디어에 여과 없이 올라오는 현장 상황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절규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응급처치를 하면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 생일을 저주하고 있는데, 화면 속 사람들은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상황이 참 모순적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생일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어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축하를 전하고, 오랜만에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서로의 삶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애석하게도 아이와 저녁 7시에 함께 잠들어 다음 날이 되어서야 답장을 돌렸지만….)

메시지들을 읽으면서 '삶이란 무엇인지', '왜 살아가는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당장 답이 떠오르지는 않았고, 어쩌면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질문이겠지만, 빠르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욱 겸손하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그리고 '아직도 슬픔 중에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 정도는 다시 한번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심은 늘 오래가지 못하고 불같이 타올랐다 꺼지기를 반복하지만요. 조금 무겁고 숙연한, 저의 달라진 생일 이야기였습니다.

편집국 승현

• ＜뉴스앤조이＞가 ‘한국교회 200만 연합 예배 및 큰 기도회’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일요일 오후, 서울 도심으로 교회 이름이 적힌 깃발을 들고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떼로 몰려드는 생경한 장면이 연출됐죠.
• 교인 200만 명을 모아 동성애를 막고 가정과 다음 세대를 지켜 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10·27 집회. 주최 측은 정치 집회가 아닌 예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예배 형식만 갖췄을 뿐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 ＜뉴스앤조이＞는 광화문 일대를 누비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나중에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짓을 한 건지 발뺌하지 못하도록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예배 대신 봤던 장면들을 최대한 빠짐없이 전달해 보려고 합니다.

• 광화문에서 주일예배를 하고 있던 전광훈 목사 측은 1시간가량 10·27 집회 영상을 시청하다가 이후 자체 집회로 전환했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비난과 샤우팅 + 10·27 집회 측에서 동성애를 막기 위해 절규하고 호통치는 소리가 뒤섞여 소음이 계속 울려 퍼졌죠. 제 애플워치는 청각이 손상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알림을 보내던데 다들 청각에 이상은 없으신지 걱정됩니다.
• 귀는 매우 피곤했지만 볼거리(?)는 아주 풍성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풍경을 또 볼 수 있을까 싶었어요. 스태프 조끼를 입은 사람과 신문을 나눠 주는 사람이 싸우는 장면, 서울광장으로 들어오려는 강성 교인들과 안전 요원들의 실랑이, 대형 교회 목회자들을 호위하는 경호원들과 그들이 머무는 VIP 대기실(접근을 못 하게 철저히 막더군요;;),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참가자들이 동성애 반대 피켓을 머리에 쓰는 모습까지….

• 집회 중 설교에 앞서 봉독한 성경 구절은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마태복음 22:38-40절 말씀이었는데요. 박한수 목사는 정작 이웃 사랑이 아닌 동성애 때문에 교회와 사회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만 늘어놓았습니다.
• 엄연히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웃을 정죄하고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기반 마련을 필사적으로(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방해하는 모습과, 이곳에 모인 자신들의 수를 자랑하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대형 교회 목사들, 정치 인사들이 무대로 나와 “한국교회가 동성애를 막아야 한다”고 쩌렁쩌렁 외쳤습니다.
• 주최 측은 성경에 나오는 많고 많은 죄 중(레위기에는 "돼지는 부정한 것이니 먹어서도 안 되고 몸에 닿아서도 안 된다"는 구절도 있는데 안 먹을 자신이 없으니 절대 언급하지 않죠), 자신들은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 죄를 하나 발견하고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들은 마치 죄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성소수자들을 악마화하며 혐오를 조장하기 바빴죠.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 고난의 길을 걸으며 낮은 곳으로 향하셨던 모습, 교회가 그리스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핍박받는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 그들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도와 선교가 안 되는 이유는, 개신교인들의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데 있을 겁니다. 이웃과 함께해야 한다며 이웃을 구분 짓는 모습, 사랑한다며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그들에게 온갖 상처를 입히는 폭력성, 연일 터져 나오는 목회자들의 성 비위, 세습, 재정 관련 문제들 때문일 겁니다.
•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숫자를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으로 시작해서 "이렇게 많은 규모가 모였는데 이렇게 신사적인 집회는 없었다", "은혜로웠는데 왜 정치 집회로 매도하느냐"로 끝나는 후기를 남겼는데요. 거기다 자신들은 전광훈 목사와 전혀 연관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죠. 하지만 과연 누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교회가 차별과 혐오, 비상식적인 집단의 대명사가 돼 가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 "짐승처럼 살려는 게 차별금지법 실체" 회개 대신 혐오·정죄 가득했던 10·27 집회

• 감리회가 10월 30~31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제36회 총회를 개최했어요. 사실 감리회 총회는 장로교단 총회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장로교단들은 매년 3박 4일 아니면 4박 5일 긴 시간 총회를 열고 상비 부서와 무슨무슨 위원회 등이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보고를 하는데요. 그에 반해 감리회는 총회를 격년으로 엽니다.

  첫 해는 총회('행정총회'라고도 부릅니다)를 열고, 그다음 해에는 입법의회('입법총회'라고도 부릅니다)를 여는데요. 교단 헌법인 교리와장정 개정만을 집중 심사하는 입법의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총회는 감독 이·취임식을 한다는 의미가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1박 2일간 짧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항상 논의하는 안건이 있으니, 바로 동성애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탈퇴 문제입니다. 이번 총회도 이 문제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 이번 총회에서는 퀴어신학이 이단으로 정죄됐습니다.
• 감리회 이단대책위원회가 '4년간' 연구 과정을 밟았다며 총회에 청원을 올린 건데, 주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범과로 규정하고 있는 교리와장정에 부합

  • 존 웨슬리의 설교 중 '마귀의 역사'로 명기돼 웨슬리 입장에도 반함

  • 동성애가 성경에 죄로 규정돼 있음

  • 기독교 진리를 사회윤리로 대치하고 사회 집단화를 시도하는 등 반기독교적 이단 사상임

  • 일부일처제나 가족제도 등을 붕괴시키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함

  •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미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음

• 이 안건은 최근 감리회 내 반동성애 세력을 규합, 분위기를 주도하는 동성애대책위원회와 몇몇 목사가 꾸준히 추진해 온 것으로, 총회에서는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 반대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박경양·이경덕 목사는 발언권을 얻어 "제대로 된 토론이나 한번 해 봤느냐", "이단 정죄는 감리회 신앙 지침에 반한다"고 반발했지만, 분위기는 정말 험악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거세게 소리를 지르며 들어가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 지금까지 '성소수자 환대 목회'를 해 온 목회자들은 교리와장정 제3조 8항(동성애 찬성 및 동조)으로 처벌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이단 심문'을 통해 더 빠르고 간결하게 처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 교회협 탈퇴 문제도 동성애와 연관돼 있습니다.
• 사실 교회협 탈퇴는 영·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보수 장로교단에서 더 많이 나오는 얘기입니다.
• 보수 교단들은 교회협이 속한 세계교회협의회(WCC)가 동성애와 종교다원주의를 옹호하고, 공산주의를 지지(?)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고 있습니다. 감리회 내 보수 성향 목사들은 이 지점에서 타 교단·교인들에게 많이 공격을 받아 왔다고 합니다.
• 2년 전 열린 35회 총회에서 이 안건이 대두됐을 때, 감독회장과 여러 감독이 돌아가며 교회협 탈퇴를 막으려 애썼고, 미봉책이나마 2년간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연구 후에 이번 총회에 보고하기로 했는데요.
• 총회에서 대책위원회는 △교회협이 동성애를 옹호하지 않고 △공산주의도 옹호하지 않으며 △교회협도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나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할 일인가 싶은데, 반동성애 목사들의 항의가 먹히는 게 신기했습니다. 성난 사람들은 대책위 보고를 무시하고 교회협을 탈퇴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 결국 탈퇴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교회협에 파송하는 감리회 인사들의 '색채'를 바꾸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습니다. 반동성애 목사들이 자체 분류한 '성향'에 비추어 봤을 때, 지금 감리회가 파송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라는 겁니다. 이걸 '복음적·중립적' 인사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 몇 년을 질질 끈 교회협 탈퇴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했지만, 다음 총회 때 또 탈퇴 요구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 감리회 총회에서는 의미 있는 시간도 있었는데요. 총회 둘째 날 아침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위한 기도회를 연 겁니다.
• 감리회는 물론이고 주요 교단 총회에서 이런 사례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 마치 '성폭력 예방 교육' 현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교회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쉬쉬하고 덮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설교한 정동준 목사(성폭력대책위원장)는 "교회가 성폭력 위험 지대"라고 명확히 경고했습니다. 한 번의 교육으로 많은 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총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목사·교인들에게 각인한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 다만 빛이 바랬던 건, 목회자 성폭력 사건으로 분규 중인 서울 충신교회 교인들이 시위 중 광림교회 마당에서 길거리로 쫓겨났고, 총회 차원의 '성폭력 사과문 발표' 건의안은 심사 단계에서 기각돼 버렸다는 겁니다. 이번 기도회를 준비한 사람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아직 갈 길이 먼 감리회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 "교회는 성폭력 위험 지역"…감리회, 총회서 '교회 성폭력' 주제 기도회
• 감리회, 퀴어신학 이단 지정…교회협은 격론 끝 가입 유지

• '200만' 모은다는 보수 교계 10·27 반동성애 집회 논란…비판·반대 목소리 이어져
• 10·27 집회 주도하는 손현보 목사, "기도회 반대하면 '마귀·사탄·바퀴벌레·이완용'" 
• 이만열 "10·27 집회, 십자군은 보이는데 십자가는 보이지 않는다" 
• '10·27 집회', 일부 신학대·목회자 이름 무단 사용…"연락하면 빼 주겠다"
• [10·27 집회 특별 기고] 동성애 율법주의는 거짓 복음이다
• [10·27 집회 특별 기고] '혐오의 신앙'에 맞설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
• [10·27 집회 특별 기고] 동성애 율법주의는 거짓 복음이다
• "10·27 집회, '다음 세대' 위해 기도한다지만…정작 '입시 경쟁' 문제는 못 건드려"
• [10·27 집회 특별 기고] "동성애가 기후 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 혐오·차별 가득한 100대 기도 대신 '평등 세상' 위해 기도문 쓴 사람들
• 10·27 집회 '100대 기도 제목' 무엇이 문제인가…여성 신학자들에게 물었더니
• [10·27 집회 특별 기고] 교회의 진정한 힘은 동원된 세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 손현보 목사, 전광훈에게 10·27 집회 동참 요청…전광훈 "세 동원 안 되니 우리한테 올라타"
• "10·27 집회, 오정현 목사의 공공도로 불법 점용 무마하려는 꼼수"
• '10·27 집회 비판 여파' 우리들교회·지구촌교회 "기윤실 후원 중단"
• 감리회 8개 위원회, '10·27 집회' 참가 철회 및 사과 촉구
• "대형 교회 동원해 짜낸 기도 제목 수준에 경악…10·27 집회는 대광란 집회"
• "짐승처럼 살려는 게 차별금지법 실체" 회개 대신 혐오·정죄 가득했던 10·27 집회
• 교회가 외면하고 차별해 온 이들을 기억하며 함께한 종교개혁 기념 예배

• [평화교회연구소] 2025년 교회력에 따른 목회 세미나 / 10.28, 11.4. ~ 11.11.
• [청어람ARMC] 북살롱 청어람 - 기후 교회로 가는 길, 기후 교회가 가는 길 / 11.6.
• 2024 그리스도인 평등 주간 '따뜻한 소란, 평등한 우리' / 11.14. ~ 11.17.
• [청어람ARMC] [지혜의 원] 겨울의 노래 - 죽음과 상실에 관하여 / 11.14.
•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개혁 아카데미: 교회답다 시즌2 - 교회다운 교회, 건강한 교회의 10가지 조건 / 11.5. ~ 12.3.
• [생명문화라이프호프] 유가족을 위한 '11월의 크리스마스' / 11.2. 
• [한국선교적교회네트워크] 2024 가을 정기 세미나 '현장의 부름에 응답하는 목회자들' / 11.4. 
• [기후위기기독인연대·기독연구원느헤미야] 교회를 위한 '기후 정의 학교' / 11.5. ~ 
• [교회재정건강성운동] 2024 교회 재정 세미나 '교회 재정 공개하고 공유하기 - 교회 재정 공개의 중요성과 의미 그리고 실천적 한계에 대하여' / 11.12.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지속 가능한 사회 선교 활동을 위한 '요가 교실' / 8~11월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24년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아카데미 / 9~10월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교회 신뢰 회복을 위한 6대 의제 실천 캠페인

• 현미: 몇 주에 걸쳐 10·27 집회에 대해 취재, 인터뷰, 특별 기고 등 여러 가지 모양의 기사를 준비해 주신 것 같아요. 하나하나 기사 내시는 것을 보면서, 진지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시고 애쓰시는 게 느껴져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정명수: 교회 차원에서 광화문 연합 예배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참담했어요. 평생 최선을 다해 참여했던 교회를, 없는 사정 만들어가며 빠진다는 것도 너무 슬프고, 제 의견을 교회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현실도 힘겨워요. 광장에서 돌을 던지는 교회라니.... 부디 주님께서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