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자 님. 요셉입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또 다시 인사를 드리네요. 순서를 맡은 기자가 이번주 처치독 리포트를 작성하게 됐어요. 머릿글도 부탁하기가 좀 그래서, 제가 대신 쓰게 됐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자주 가는 바버샵이 있어요. "짧은 머리만 자를 줄 아는" 동갑내기 이용사님이 운영하는 곳인데요. 친절하고 유머러스하고 대화도 잘 맞아서 금방 친해졌습니다. 그분과는 매번 취미나 일상, 종교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는 해요. 저는 제가 속한 세계와 동떨어진 곳에 있는 분들과 대화하는 일이 재밌고 좋더라고요. 기독교를 모르는 분이 생각하는 기독교 이야기나, 이용과 미용의 차이를 모르는 제게 들려주는 이·미용의 세계는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공유했습니다. ㅎㅎㅎ

엊그제 머리를 자르고 나오는데 이용사님이 뜻밖에 선물을 주셨어요. ＜100 DAYS OF RUNNER - 100일 러닝 일기 리추얼＞이라는 책인데요. 한 디자이너가 2022년 9월 22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남긴 일기에요. 제가 인스타그램에 가끔 달리기 기록을 올리는 걸 보고 생각이 났대요.

저자는 적게는 1~2km부터 많게는 15km까지 "밤을 새워도,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술을 마셔도, 야근을 해도, 그 주된 변명인 '짬이 나지 않아'를 뒤로 하고" 어떻게든 매일 자신만의 리추얼을 성실하게 수행합니다. 친구들이 어떻게 매일 달릴 수 있냐고 물으면, 자신도 잘 모르겠다며 "이제 멈출 수 없어, 멀리 와 버려서 하는 거야"라고 답하죠. 한 편의 글에 어떤 대단한 통찰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의 편린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100일 치 기록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독자 님은 자기만의 리추얼(의식)이 있나요?

이전에 '경건한 청음'을 연재한 김현지 선생님은 대학생 시절, 연습실에 가장 일찍 들어갔다가 마지막 문 닫을 시간에 모든 오르간의 뚜껑을 닫고 불을 끈 뒤 연습실을 나오는 일이 자기만의 리추얼이라고 하셨는데요. 이 책을 보면서 저도 나만의 리추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을 긍정하고 묵은 감정을 털어 버리는 그런 의식을요.

독자 님, 이제 2024년이 끝나기까지 46일 남았대요. 지난 월요일이 D-50일 되는 날이었더라고요. 이 정도 기간이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아요. 만약 2025년부터 시작하려고 했던 일이 있었다면, 당장 다음 주부터 해 보면 어떨까요. 저도 그런 의미에서 아침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 보려고요.🏃🏻🏃🏻🏃🏻 다음에 소식 전할 때 얼마나 달렸는지 말씀드릴게요. 그럼 좋은 주말 보내세요.

사역기획국 요셉

• 10월 마지막 주, 대만으로 4박 5일간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출국 직전까지 마음을 졸였습니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태풍이 대만 땅을 관통하고 있었거든요. 다행히 경로가 바뀌어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 출장에 설레기도 했지만 마냥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보수 교회들이 동성혼·차별금지법·페미니즘 등을 반대하는 10·27 집회를 도심 한복판에서 열겠다고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구나 광장에서 의사를 표현하는 건 자유라지만, 교세를 동원해 혐오의 메시지를 내뱉겠다는 한국교회의 모습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 사실 대만 취재를 계획한 건 여름 무렵이었습니다. 이전에 해외 퀴어 축제에서는 혐오 세력을 찾아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혐오 없는 축제의 풍경은 어떤지,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한국교회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퀴어 축제를 반대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퀴어 축제가 열리는 곳인 대만에서 그 모습을 살펴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보수 교회들이 기사의 '각'을 더 세워 줬습니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한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10·27 연합예배 기도 제목'처럼, 동성혼 법제화가 정말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 직접 본 대만의 풍경은 한국과 대동소이했습니다. 타이베이 시내의 고층 빌딩들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한국의 '명동' 같은 번화가 시먼딩에서 만난 시민들은 동성혼 법제화가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렸다고 하기는커녕, 하나같이 누구나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사회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유아차를 끈 이성 부부든, 고등학생이든 동성 부부의 결혼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프라이드를 앞두고 거리나 상점들이 무지개 깃발을 내걸며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모습 만큼이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생경했습니다.
• 당연하게도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는 거리에 드러눕거나 행렬에 난입하며 축제에 훼방을 놓는 보수 개신교인들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프라이드 전날 열린 트랜스 행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날 유일하게 들은 건 '큐앤에이' 깃발을 본 한국인 관광객들의 "쟤네 한국의 동성애잖아"라는 말소리였습니다.

• 물론 대만도 처음부터 동성 결혼 같은 문제를 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만 사회는 역사적·정치적 맥락으로 인해 다양성과 자유, 인권을 존중하는 편이지만,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 문화권이고, 한때는 동성혼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37.4%에 그쳤습니다(2023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의 찬성 의견은 40%입니다).
• 이들을 바꾼 것은 20여 년에 걸친 사회적 공론화, 대화, 설득, 협상의 과정이었고, 누구나 자유와 인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정된 법은 여전히 동성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는 '중간 지대' 사람들의 인식을 견인했습니다. 현재 동성혼을 긍정하는 의견은 60.9%(2022년 기준)까지 늘어났습니다.

• 중요한 건 동성 결혼을 극렬히 반대하던 교회들도 변화했다는 사실입니다. 개신교인들은 혐오와 차별로 사람들이 소리 없이 죽어 가는데 교회가 이야기하는 생명과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기 시작했습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는 '반대'하더라도, 개신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런 견해를 강요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 한국교회의 상황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대만을 찾은 한국의 퀴어·앨라이 크리스천들은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혐오 세력'이 없어서 "너무 심심하다"고 웃었고, 너무나도 복음적인 진광복음교회 예배에 참여해서는 성소수자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은혜 가득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울었습니다.
• 대만의 모습에서 한국교회가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더라도, 교회와 사회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 '아시아 최초' 동성혼 법제화 대만, 어떻게 기독교의 반대를 이겨 냈나
• 이렇게 '클린'할 수 있다니…혐오 없고 평화로운 퀴어 퍼레이드가 낯설었던 한국인들
• "우리는 모든 사람을 환영하며 복음 전하는 교회"…모두를 감동시킨 대만에서의 주일예배
• "혼인 평등 운동은 비기독교인에게 예수님의 공의·사랑 전하는 일" 
• 퀴어 크리스천들의 이야기가 교회를 바꾼다

• 2024 그리스도인 평등 주간 '따뜻한 소란, 평등한 우리' / 11.14. ~ 11.17.
• [청어람ARMC] [지혜의 원] 겨울의 노래 - 죽음과 상실에 관하여 / 11.14.
•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개혁 아카데미: 교회답다 시즌2 - 교회다운 교회, 건강한 교회의 10가지 조건 / 11.5. ~ 12.3.
• [기후위기기독인연대·기독연구원느헤미야] 교회를 위한 '기후 정의 학교' / 11.5. ~ 
• [성공회용산나눔의집·무지개신학교·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무지개별에서 살아가기 시즌1 / 11.21. ~ 1.6.
  
• [도시공동체연구소] 선교적 교회와 디너처치 세미나 '함께하는 식탁이 예배다' / 11.21. 
• [Ecclesia Incubating & Networking] 미소속 신자들의 시간 / 11.17, 11.19, 11.23.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교회 목회자 사례비 불평등 문제와 표준 사례비 제안 세미나 / 11.26.
• [한국샬렘영성훈련원] 2024 송년의 밤 / 11.29.
•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 여안추 대화마당 - 여성 안수 돌파를 위한 작당 모의 / 12.5.
• [한국샬렘영성훈련원] 8기 샬렘 영적 동반(Spiritual Companion) 과정 / 2025.1. ~ 
• 대한민국의 교회와 함께합니다 '교회로' 앱 출시

• 민들레: "아픔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임보라 목사님. 진정 이 시대에 참 예언자이셨습니다. 탐욕에 찌들어 불의한 이득에도 눈독을 들이는 거짓 예언자가 판치는 세상에 더욱 더 그립습니다.

• 서윤이랑: 요셉, 승현, 태빈님, 오늘은 세 꼭지 기사 모두 마음에 깊이 와 닿네요. 특히, "숙론." 미국 대선에서 제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은 후유증이 커서 그런지, 더욱 "차이"와 "대화"와 대해 고민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