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앤조이＞ 창간 25주년 기획 '교회도 마을도 저문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서 살아가는 교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인구 소멸'이 국가적 화두이기도 하고, 농어촌 교회들의 어려운 현실을 다뤄 달라는 요청이 있어 다루게 됐습니다.

• 작년 11월 전북 남원에 있는 세전교회(김수동 목사)를 취재했습니다. 올해 108주년이 되는 역사가 있는 교회인데요. 마을에서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 온 세전교회는 한때 부흥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인구 유출로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다음 세대'가 끊겼고, 출석 교인 40명의 평균 연령은 75세에 이릅니다.

• "교회가 사람이고 사람이 교회인데…"

  
  

• "노인들이 연세 들어서 돌아가시면 (그 자리가) 채워져야 하는데 채워질 인구가 없어요. 교회가 사람이고 사람이 교회인데 이제 사람이 없잖아요. 만일 내가 죽으면 뒤를 이을 장로가 나와야 하는데 없잖아요."

• 세전교회에서 6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는 김흥중 장로의 말입니다. '교회가 사람이고 사람이 교회인데 이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김 장로는 인근 마을에 있는 교회도 문을 닫았다면서 세전교회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 사람이 없으니 전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시골 마을이라는 특수성이 더해져서 더욱 어렵다고 하는데요. 가령 평소 관계가 안 좋은 사람이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신앙생활을 고사하는 주민도 있고, 교회가 예전처럼 복지 정책을 하지 못하다 보니 주민들이 더는 교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 김수동 목사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옆 마을로 가서 전도를 시도했다가, 그 마을 교회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왜 다른 마을까지 와서 전도하느냐'면서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해 온 것이죠.

• 요즘 귀농·귀촌이 유행이라고 하지요. 지자체가 앞다퉈 청년들을 위한 사업 아이템을 내놓고 인구 유입을 유도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데요. 사람이 절실한 교회들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김수동 목사는 귀농·귀촌 인구가 교회로 유입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10명이 온다고 치면 5년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6~7명은 됩니다."

• 물론 인구 감소 문제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지점들이 있긴 합니다. 애당초 무분별하게 목회자를 배출하지 않았다면, 교단이 교회 수 늘리기에 목매지 않았다면, 나아가 교단 간 교회 설립을 안배했더라면, 인구 감소에 따른 여파가 지금보다는 덜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교단에서는 교회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간간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김수동 목사도 "교회 간판만 걸어 놓는 것보다 통폐합해서 교회로서 제 기능을 해 나갈 수 있게, 총회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교회 간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교회가 교인들을 섬기는 데 집중할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죠.

• 하지만 교회 통폐합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만 합니다. 재정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만일 교회 두 곳이 하나로 통합할 경우 담임목사 자리 하나를 비워야 하고, 이 빈자리는 전별금 내지 퇴직금 명목으로 떠나는 목사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재정이 불 보듯 뻔한 농어촌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지점입니다.

• 극단적인 사례이긴 합니다만, 일부 목사는 교회 통폐합 대신 교인이 한두 명만 있어도 어떻게든 형식적인 교회의 틀을 유지하려 하는데요. 도시 교회나 규모가 큰 교회에서 보내 주는 후원금이 있고 때로는 노회와 총회에서 '동반 성장' 내지 '미자립 교회 지원'이란 취지로 금전적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디선가 '돈'이 들어오는 구조이다 보니 교회 통폐합 논의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지낸 한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 "교회 통폐합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목사들 '자리'가 걸려 있다 보니 통폐합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노회에서 공공의 적이 된다. 개인 의견이야 얼마든지 밝힐 수 있겠지만, 이것을 노회나 총회 의제로 올리는 순간 표적이 된다. 학생 수급 문제로 재정난을 겪는 지방 신학교들이 통폐합을 못 하는 이유와도 같다. (총장, 교수들의) 자리 욕심 때문이다. 농촌 교회 통폐합 문제도 같은 이치다. 물론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취해야 할 조치인 건 분명하다. 이마저도 안 하면 교회는 더 빠르게 자연 소멸할 것이다."

• 직접 가야만 보이는 게 있고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눠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서 살아가는 교회들의 이야기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었고, 어려움 속에서도 청사진을 그리는 곳도 있었습니다. 직접 가서 만나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독자들께 계속해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교회도 마을도 저문다' 기획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① 인구 소멸 위험 지역서 살아가는 교회들 
• ② 예배당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북 클럽 모집

• ＜뉴스앤조이＞와 IVP가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출간을 기념해 북 클럽을 엽니다.
• 2월 18일부터 3월 4일까지 3주간 참가자들과 함께 주어진 분량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 첫 번째, 두 번째 시간에는 이 책을 편집한 박예찬 편집자(IVP)가 모임을 이끌고, 마지막 시간에는 저자를 초청해 더 깊은 이야기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 장소는 서울 중구에 있는 카페바인필동입니다.

• [뉴스앤조이·IVP]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북 클럽 참가자 모집 / 2.18. ~ 3.4.
  
•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5차 시국 기도회
• [청어람ARMC·IVP]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북 토크 / 2.7. ~ 
• [평화교회연구소] 2025 겨울 평연아카데미 '이 시국에 로마서' / 2.3. ~ 
• [기독교인문학연구원] 기독교 사상과 철학의 만남: 한국교회 반지성주의에 대한 성찰을 위하여 / 2.4.
• [교회개혁실천연대] 2025 정기총회 및 여는 강좌 / 2.8.

•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기독교학 입문 과정 모집, 신학 연구 과정 모집
• 황푸하와 작은 불꽃의 '함께 부르기 대작전' 

민들레: Mariann Edgar Budde 주교의 설교문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많이 비뚤어지고 오염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정직과 겸손을 갖춘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