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가 정치적으로 행동해도 될 때

처치독 주간 브리핑 67호

2025. 4. 20.

🗞️목사의 추종자로 만들지 말라

교회 민낯이 드러난 순간들과 과오

사회적 참사와 정치적 이슈가 벌어질 때마다 한국교회는 상식과 시대 정신에 동떨어진 언행으로 뭇매를 맞았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코로나19,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고백뉴스＞ 논설위원단은 이를 두고 "고난받는 이웃들 앞에선 교회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들"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회의 크나큰 과오 중 하나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한 '극우 근본주의 개신교'를 방치해 온 것이다. 극우 개신교의 활약(?) 덕분에 그나마 애정을 가지고 다니던 이들마저 교회를 등지게 만들었다. ＜고백뉴스＞는 "교회가 비정상적인 복음을 전하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도들이 서 있을 공간이 없다. 극우 근본주의 개신교는 그 복음마저 왜곡하며 성도들을 교회 밖으로 쫓아냈다"고 했다.
교회는 약자들을 위해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전광훈·손현보 목사와 같이 극단적인 정치 선동을 하거나, 특정 세력을 지지하기 위한 단체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맡겨진 공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정치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극단화된 정치 선동과는 분명히 다르다. '정치적인 교회'는 어디까지나 예수 그리스도처럼 낮은 자리에서 연약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치적인 교회가 특정 정치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당위가 될 수는 없다. 극우 근본주의 개신교는 특정 정치 이념을 진리의 이름으로 팔아넘기는 일을 멈춰야 한다.“

"계몽된다는 건, 회의한다는 것…일단 의심하라"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지만, 극우는 혐오를 먹고 자란다. 혐오 중 가장 위험한 것은 '정치에 대한 혐오'다. 국회입법조사처 이관후 처장은 ＜한겨레＞에 기고한 "극단적 '정치 혐오'…적과도 대화한 링컨형 리더 절실"이란 글에서, 정치 혐오는 폭력을 정당화하며 일체의 토론을 중단한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혐오는 인간 사회를 원시 상태로 되돌린다. 그것은 과학적·경제적 발전과 관계가 없다. '유대인은 죽여도 돼', '조센징은 죽여도 돼'라는 말들은 발전된 국가들에서 구상되고 실현되었다. 나와 정치적 견해가, 종교가, 민족이, 국적이, 출신 지역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혐오는 극우가 자라는 토양이 된다."
극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혐오의 일상화·정치화·상업화·공식화를 막고, 혐오의 기반이 되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혐오는 전염되면서 증폭된다.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에 가해진 '관장사'라는 폭언과 '폭식 투쟁'을, 우리는 그저 해프닝으로 여겼다. 그로부터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불과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관후 처장은 알고리즘에 빠져 세상에는 옳은 하나의 의견만 있다고 맹신하는 것과 다른 생각을 배제하는 풍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누구의 의견도 완전할 수 없으며, 누구의 말이든 의심해 보며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알고리즘의 늪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진리라고 확신한다. 이런 곳에서는 민주적 정치가 존재하기 어렵다. 정치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극우 파시즘이란 결국 정치의 부재다. 거기에는 옳은 하나의 의견만이 존재한다. 여기서 모든 말은 힘을 잃는다. (중략)
우리가 자주 망각하는 민주주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오류 가능성'이다. 누구의 의견도 완전할 수 없고, 자신의 주장을 진리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이 발상이 근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다. 이것이 바로 탄핵 재판에서 잘못 이해되었던 '계몽'의 본래 뜻이다. 계몽된다는 것은 회의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든, 지휘관이든, 유명 유튜버든, 종교 지도자든,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도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며, 오류를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여러 생각들 속에서, 만사를 의심해 가면서, 근거 없는 주장들을 배제해 나가는 다소 지루한 과정을 통해 세상을 운영하자는 것이 민주주의다. 확신과 열정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내 말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민주적 지도자가 아니다."

'신분 세탁'하는 교회, 비판 없는 언론

공교단에 동성애 혐오 정서를 심고, 정치적으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신학 교육 정책을 관철시키고, 불법 부자 세습을 강행했다가 교단을 탈퇴한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 원로)가 간만에 언론에 등장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수은파교회는 지난해 12월 공동의회를 열고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장종현 대표총회장) 교단에 가입했다. 고 목사는 3월 18일 백석대 교직원 예배 설교자로 나서, 자신을 받아 준 백석 총회를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앞서 예장통합 소속이었던 여수은파교회는 불법 부자 세습 문제로 교계와 사회에서 지탄을 받게 되자, 2022년 3월 교단을 탈퇴하고 국제독립교회연합회로 적을 옮긴 바 있다. 이 당시 고만호 목사는 예장통합이 시행 중인 세습금지법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인간 머리에서 나온 것(세습금지법을)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에 이어 예장통합 교단을 시끄럽게 한 고만호 목사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소속을 옮겨 가며 사실상 '신분 세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힘을 들인다고 해서 지난날의 문제가 해결되거나 지워질리 만무하다. 어디 고만호 목사만 문제인가. 명색이 언론이라면 여수은파교회가 어떤 맥락에서 교단을 옮기고 있는지, 고 목사가 어떤 업적(?)들을 이뤘는지 '사실 적시'라도 해야 하는데, ＜국민일보＞는 설교 일부 내용과 백석대를 둘러봤다는 내용 위주로 짧게 다뤘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보도를 하지 않는 게 당사자나 ＜국민일보＞에 유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