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성도는 신앙을 포기할 의향 없다

처치독 주간 브리핑 70호

2025. 5. 11.

익숙한 광경, 진정한 권위

이례적인 신속 판결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대법원은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듯한 '의자' 문제로도 논란을 빚었다. 대법관들은 등받이가 머리 위까지 솟아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하필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인용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평범한 의자와 비교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는 ＜국민일보＞ 칼럼에서, 검은 법복과 높은 등받이 의자나 위압적인 법대(法臺)로 권위가 유지되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했다.
"법관들이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시대착오적이다. 국민이 얼마나 똑똑해졌고 권력 자체에 대해 얼마나 냉소적으로 변했는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탓이다. 현재 사법부의 곤경은 일부 법관의 편협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권위가 도전을 받는 시대 흐름에 적응 못 한 탓이기도 하다."
가운을 입는다거나 누군가의 권위를 세워 주기 위한 장치들은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광경이기도 하다. 매년 열리는 교단 총회나 위임(담임)목사 취임식만 봐도 알 수 있다. "교회 강단 또한 크고 권위적인 의자와 화려한 복장을 버리고 좀 더 간소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행정적 절차에 불과한 교단의 회의에서 사회자들이 여전히 가운을 입고 있는 관행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박영호 목사는 진정한 권위는 형식적인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낡은 장치들을 과감히 포기하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예수님은 그 모범을 이미 보여 주셨다. 천군만마와 휘황찬란한 복장으로 이 세상에 오지 않으셨다.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웃처럼 친근하게 오신 성육신에서 권위 회복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진정한 권위 없이는 건강한 사회가 불가능하며 사법 체계에 대한 신뢰 없이는 인권 보호와 경제성장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중략) 법관들 역시 높은 법대에서 내려온 뒤 배달 앱으로 점심을 시키고 커피 한 잔으로 고된 일을 달래며 살아간다. 평범한 동료 시민들의 정서와 판단을 존중하고 약한 이들의 눈물에 공감하며 주어진 권력을 겸손히 사용할 때 법관들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혐오 표현 처벌하는 기준·잣대 마련 시급하다

뉴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의 접근성이 용이해진 반면 부작용으로 차별과 혐오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호주 등은 차별과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대안을 마련해 시행 중인 반면 한국은 규제가 더딘 상황이다.
＜기독교사상＞ 797호 '뉴미디어 시대, 차별과 혐오는 어떻게 전파될까'라는 글을 게재한 태지원 교사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차별 혐오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중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태 교사는 "유럽연합은 차별과 혐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디지털서비스법을 제정했는데, 소셜미디어 기업이 자체적으로 불법 콘텐츠를 검열하고 삭제를 안 하면 전체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호주도 유해 콘텐츠를 24시간 이내 삭제하지 않으면 개인은 1억 원을, 기업은 최대 5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유튜브 경우 '증오심 표현 콘텐츠' 금지 가이드라인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태 교사는 "인력을 투입해야 할 문제인데, 혐오 표현 콘텐츠를 모니터링할 전담 부서나 인력은 갖추고 있지 않다"면서 "혐오 표현에 대한 적극적 규제뿐 아니라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에 혐오 표현을 처벌할 수 있는 기준과 잣대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아울러 혐오 콘텐츠에 광고가 붙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이용자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를 자극하는 콘텐츠와 가짜 뉴스를 선별해 내고, 지식과 정보를 수용하는 능력은 세대를 불문하고 필요한 자질이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법 마련과 플랫폼 기업의 노력, 미디어를 접하는 개인의 비판적 수용 능력이 두루 절실한 때다."

가나안 성도는 신앙을 포기할 의향 없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개신교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나안 성도'로 불리는 이들은 성경 말씀과 하나님을 믿지만, 기성 교회가 구축해 온 제도는 불편해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작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가 한국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1%였다. 2012년에 조사했을 당시(11%)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44%가 '출석 교회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데일리굿뉴스＞ 칼럼에서, 가나안 성도는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영적인 추구를 한다면서 무리하게 포섭하려 할 경우 반발하거나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가나안 성도는 제도적인 교회에서 떨어져 있을 뿐 기독교 신앙에서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라고 했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가나안 성도들의 절대다수는 기독교 신앙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 그리고 교회에 출석할 의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이들이 기독교 신앙과 교회 출석을 철저하게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중략) 따라서 교회 밖에서라도 영성에 대한 이들의 관심 자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이들의 영적인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이 가나안 성도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