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개신교와 세력이 사회에 뿌리 내리지 못하도록

처치독 주간 브리핑 75호

2025. 6. 15.

이번 주 뉴스 브리핑은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의 '한국 사회 속의 극우 정치와 기독교' 강의안으로 대체합니다. 이번 강의안은 6월 12일 생명평화포럼(손인수 운영위원장)에서 발표됐으며, 최 목사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공유합니다. - 편집자 주

극우 개신교와 세력이

사회에 뿌리 내리지 못하도록

1-1. 2024년 12월 3일 밤 한국의 비상계엄은 충격이었다. 이는, 극우화된 집권 세력에 의해 퇴행을 거듭하던 한국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릴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로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드러내 주는 사태였다. 그러나 2024년 겨울부터 2025년 봄까지 주권자인 시민이 직접 나서 극우화된 집권 세력의 친위 쿠데타를 저지하였으며, 놀라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였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 일부 개신교를 중심으로 하는 극우주의 정치 세력의 부상은 한국 사회에 무거운 과제를 안겨 주었다.
1-2. 2025년 6월 3일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일단 헌정을 정상화하였다. 3년 지체된 민주주의, 하마터면 45년 후퇴할 뻔했던 민주주의 전복의 위기를 넘어 정상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염려는 사라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정치가 여전히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내란 세력에 동조하고 갈라치기와 혐오로 대결을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지지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장악하는 사태도 불가능하지 않겠다는 염려를 떨치기 어렵게 되었다.
2-1. 오늘 우리가 염려하는 극우 정치 세력의 부상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보수 세력의 재구성은 크게 두 차례의 변곡점을 거친 것으로 평가된다(＜한겨레＞ 2025. 6. 5. 신진욱·이관후 대담). 처음은 2002년 대선 이후이며, 두 번째는 이번 국면이다. 처음 보수의 재구성은 '뉴라이트'로 상징되었지만, 이번에는 헌정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데 이를 정도로 극단화한 양상을 띠었다. 개신교 보수 또는 극우는 그 국면에서 모두 적극적 행위자 역할을 맡았다.
2-2. 어쩌다 극우 개신교는 그 우려스러운 사태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1987년 민주화 이후 1990년대 어간부터 보수 개신교가 정치적 목소리를 높여 온 것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었다. 사회적 민주화에 역행하는 그 현상만으로도 사회의 근심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급기야는 지난 1월 19일 서부지법 사태를 통해서 드러났듯이 헌법의 정신과 민주적 절차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 사태에까지 이르렀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더더욱 커졌다. 극우 개신교와 결합한 극우 세력이 극단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2-3. 극우 정치 세력의 부상과 개신교 극우의 결합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교회에서는 물론 사회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늘 강연에서는 개신교의 행태를 중심으로 그 현상에 접근하고자 한다.

3-1. 과연 극우 개신교는 어떻게 한국 사회의 극우 정치 세력을 결집하는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었을까? 교회가 지닌 조직력과 그에 따른 동원력 덕분일까? 그러나 그것이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다면 신앙이 요구하는 순종의 미덕이 지도자와 대중의 결속력을 높이는 조건이 되는 것일까? 이 역시 충분조건은 아니다. 교회가 지니는 어떤 특성만으로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면 정곡에서 벗어난다. 유사한 조건에 있는 다른 교회들의 행태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의 일부가 극우화되고 사회 전반의 극우 세력을 향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 사연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통찰을 필요로 한다.
3-2. 한국 극우 개신교는 기본적으로 보수 개신교를 태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이른바 한국적 근대화의 과정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가운데 성장해 왔다. 이는 보수 개신교가 분단 이후 한국 사회 지배 세력과 이해관계 및 세계관을 공유해 왔다는 것을 뜻한다. 냉전 하에서 강력한 친미·반공주의 체제를 형성하고 자본주의적 산업화로서 경제적 발전을 이룬 과정은 그 공통의 역사 인식 기반이다. 보수 개신교는 친미주의, 반공주의를 그대로 신앙의 차원에서 내면화하였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적 발전을 성장주의 또는 번영신학의 논리 안에서 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였다. 한국 사회 안에서 보수 지배 세력이 굳건히 자리하는 동안 그 인식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지 않았다. 1970-1980년대 민중운동의 성장, 그리고 이와 함께한 진보 개신교의 활동으로 그와 구별되는 역사적·신학적 인식이 대두하였지만, 보수 지배 세력이 집권하는 동안 그것은 체제 밖의 일로 여겨졌다. 보수 지배 세력의 헤게모니 위기를 초래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3-3.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그 양상이 달라졌다. 반공주의와 남북 간 적대 체제를 죄책 고백의 대상으로 삼은 진보 개신교의 역할이 두드러졌고, 정권 교체 가능성이 현실화하였다. 이윽고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보수 개신교는 위기감을 느끼고 직접적 정치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헤게모니 변동에 따른 위기감의 발로였다. 그 위기감은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등장과 1990년대 이후 이어진 활동으로 표출되었다. 뉴라이트의 등장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그 가운데 극우 개신교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극우 개신교는 친미·반공주의 국가로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해 온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다고 느꼈다. 정치적 민주화와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복지의 강화, 그리고 대북 화해 정책을 '공산주의화'하는 징후로 여겼고, 그 위기를 조장하는 안팎의 적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조장하였다.
3-4. 그 위기의식은 사실 교회의 내적 위기와도 관련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기존 정치적 보수 세력이 더는 이전과 같이 확고한 입지를 갖지 못했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 또한 분출되는 가운데 교세 확장은 정체되고 기존 보수 교회의 사회적 효능감 및 신뢰도는 점점 떨어졌다. 보수 개신교는 이를 내적 갱신의 계기로 삼기보다는 선명한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치달았다. 이는 과거 반공주의의 효과를 변형된 형태로 답습하는 방식으로 재현되었다. 곧 위기의 원인을 외부의 적에게 돌리고 내적 결속을 다지는 방식이다. 그것은 사회적 평등의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 주로 성소수자와 무슬림 등 이주민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공격적 태도,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 등으로 가시화하였다. 세속 문화에 대항해 신앙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이른바 '문화 전쟁'이라 할 만한 양상이었다. 그들 자신의 표현을 따르면 '영적 전쟁'이다. 보수 개신교가 보수 정권을 지지한 것은 그 정권이 자신들이 의도하는 그 영적 전쟁을 대신해 주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반대, 그리고 무속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맹목적 지지는 그 사연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실상 그 동맹관계 안에서 극우주의가 싹텄다.
3-5. 보수 개신교 가운데 일부 세력이 그렇게 극우로 치달으면서 보수와 극우가 갈렸다. 한기총은 극우를 대변하는 기관이 되었고, 더불어 지위를 둘러싼 내부 스캔들에 휩싸였다. 한기총을 대신하여 2017년 보수 개신교 연합 기구로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결성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극우 잔존 세력의 중심에 전광훈(사랑제일교회)이 우뚝 섰다. 최근에는 전광훈과는 구별되는 손현보(세계로교회)가 등장하였다. 보수 개신교와 극우 개신교가 가치를 상당 부분 공유하면서도 다른 점은 지난 2월 24일 한교총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서도 확인된다.
3-6. 교회적 기반의 확장성에 한계를 지닌 극우 개신교가 자리한 곳은 광장이었다. 그렇게 극우 개신교는 광장에서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극우 세력들을 결집하는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맡았다. 그것은 개신교의 내적 조건에 따라 돌출한 현상만은 아니며 극우 정치 세력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에 힘입어 나타난 현상이다.
4. 극우 개신교는 보수 개신교와 더불어 권위주의, 반공주의, 친미주의, 발전주의, 성공주의와 능력주의 등을 그 세계관의 요체로 하고 있다. 그 담론은 대개 "막연한 의심과 망상적 서사가 결합한 음모론"(장석준, ＜한겨레＞, 2025.4.17.)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실상 진리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는 '개소리'(bullshit, 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 저변에 깔린 세계관을 헤아려 보자면 몇 가지 요체로 분류될 수 있다. 그 세계관의 요체를 극우와 보수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4-1. 권위주의는 '강력한 지도력'에 의존하여 민주주의 규범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극우 세력이 박정희와 이승만을 소환할 때 그 초점은 언제나 '강력한 지도력'에 있다.
4-2. 반공주의는 남북 간 적대 체제를 고착시켰을 뿐 아니라 과거 청산을 가로막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국가 폭력마저 정당화하였다. 이념적 족쇄가 된 반공주의는 사상과 양심의자유마저 속박하고,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적대와 혐오의 논리를 양산하고 있다. 이로써 자유로운 공론장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한 포용적 사회 전망을 모색하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 사실상 반공주의의 외연은 매우 넓고,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매우 강력한 지배의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4-3. 친미주의는 자결권을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 진영 대결 구도 안에서 일방에 편승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평화에 저해가 되고 있다. 역사적 유산이라 하더라도 항구 불변의 가치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의 질곡이 되고 있다면 그것은 재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자체가 태생적으로 친미·반공주의 이념 지향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변화된 국제 질서와 역학관계 안에서 그 일방적 지향이 초래하는 폐해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한·미 동맹 의존 경향은 사실상 한·미·일 동맹으로 기울어짐으로써 진영 대결 구도를 강화하여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 해결도 그 구도 안에 묻히고 있다.
4-4. 발전주의는 흔히 경제성장 제일주의로 통용되기도 하거니와 교회에서는 성장주의 또는 번영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상응하고 있는 지향성을 뜻한다. 사실상 반공주의와 더불어 한국 사회를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이념 지향이다. 이 역시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서 절실하게 요청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일정한 경제적 발전이 이뤄지고 오히려 그 폐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지속되고 있다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이른바 돌진적 산업화라고 일컬어지는 한국적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경제성장 일변도는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였다.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여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있는 현실에서 반드시 비판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가치이다.
4-5. 발전주의와 직결된 가치 지향으로서 성공주의와 능력주의의 폐해 또한 주목하여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승열패의 신화를 강화하는 사회적 풍조를 형성하고, 이로써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 배제를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 극단적인 혐오의 정치도 그에 기생한다.
4-6. 한국 사회 보수 세력과 공유하는 이상의 가치 지향에 더하여, 특별히 극우 개신교만의 고유한 특성을 꼽는다면 이른바 '기독교 국가론'일 것이다. 극우 개신교는 일종의 '세계 지배적 종파 유형'(강원돈, "극우 기독교의 해부," ＜에큐메니안＞, 2025.3.19.)으로서 성격을 띠고 있으며, 그것은 기독교 국가론으로 구체화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이승만의 '기독교 입국론'(基督敎立國論) 및 한경직의 기독교 국가론과도 상통한다. 그 국가론은 해방 정국에 등장한 김재준의 기독교 국가론("기독교의 건국 이념 – 국가 구성의 최고 이성과 그 현실성", 1945.8)과는 판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5. 여전히 극우 정치 세력이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남아 있고, 특정한 조건을 갖춘 국면에서 그 극우 정치가 파시즘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우려하는 그 사태가 단순히 종교적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 공통의 대안이 절실하다. 그 극우 개신교의 현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다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를 몇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5-1-1. 우선 그 논리와 세계관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대안적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이는 역사적 통찰과 더불어 신학적 통찰을 동반하는 과제이다. 더욱이 극우 개신교의 논리가 보수 개신교의 세계관을 모체로 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철저한 신학적 비판은 꼭 필요한 일이다. 앞서 그 세계관의 요체를 구별해 본 것도 그 비판을 위한 필요성 때문이다. 물론 새삼스러운 과제는 아니며 이미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온 과제이기도 하다.
5-1-2.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고 심지어 극우화한 것으로 오도되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렇게 오도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과잉 대표'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교회 내 대의제도의 개선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에서 수년간 누적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인의 정치사회 인식은 그렇게 극단화되어 있지 않으며 대체로 시민사회의 평균적 인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와 달리 인식되는 현상은, 우선 교회의 대의제도가 특정 연령대의 성별과 직분(고령층 남성 목사와 장로)에 집중되어 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공적인 입장으로 대표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탈적 돌출 현상만을 조명하는 언론의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에 대한 대처는 별도로 하더라도, 교회로서는 반드시 그 왜곡 현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대의제도를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그 낙후되고 왜곡된 대의제도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퇴행적인 세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선의에 기대할 수 없다면 제도를 바꾸는 것이 그 대안이다.
5-2. 사회적 대처 방안으로, 역사 왜곡과 더불어 민주적 헌정의 부정, 그리고 적대와 혐오를 유발하는 정치적 선동에 대해서는 법적·제도적 규율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준석의 경우는 시금석과 같은 사례가 될 것이며, '리박스쿨' 또한 적절한 규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 그 파급효과가 심대한 미디어에 대한 적절한 규율 또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바 아니지만, 국제 규범으로 '반인륜적 범죄' 개념이 확립되어 있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역사부정죄'(crime of historical denialism)를 규율하는 법률을 갖고 있는 만큼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함으로써 현재 피해 관련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인간 존엄을 부정하며, 차별을 조장한다면 이는 충분히 법률로써 규율할 수 있는 범죄행위가 된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간 일제 식민지 지배 옹호, 반인륜적 범죄행위 및 민주화운동 부정, 제주 4·3사건 부정, 5·18민주화운동 부정에 관한 처벌을 의도하는 여러 법안이 제출되었으나, 지난 2020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의 일부 조항을 변경하여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를 형사 처벌하는 조항을 둔 것이 현재 역사 부정을 범죄로 다루는 유일한 경우이다. 특정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이나 왜곡이 현재적으로 특정한 대상에게 피해를 주고, 혐오 발언과 행위가 분명한 대상을 겨냥한 경우라면 엄격히 규제되어야 한다.
5-3-1.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극우 세력이 서식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자체를 제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파시즘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극우의 정치 세력화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에 힘입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 위기는 언제나 사회경제적 위기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경제적 격차로 인한 상실감과 사회적 차별로 인한 소외감이 그 자양분이다. 또한 그 누구도 곤궁에 처해 있는 나를 대변해 주지 못한다는 상실감이 깊어 갈 때 정치적 환상의 유혹이 휘몰아친다. 바로 그 점에서 사회경제적 평등에 기초한 사회적 연대의 강화, 그리고 그 누구든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정치적 대의제 구현, 나아가 주권자의 의지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의 확립 등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더불어 권력구조의 개편으로, 극우 정치세력이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는 것을 저지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요컨대 사회적 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확립과 평화 지향의 국제관계의 형성이 극우 정치 세력의 준동을 막아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5-3-2. 다행히 한국 사회는 극우화된 집권 세력의 친위 쿠데타를 막아 낼 수 있었다. 광장의 극우 세력이 장차 어떤 정치적 영향력을 끼칠 것인지, 기존의 정치 세력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는 주목거리이다.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을 보면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특히 2030 남성의 투표 성향은 심상치 않다. 만일 극우와 보수의 대연합이 실현된다면,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5-3-3. 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과연 한국의 극우 세력이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에 확고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을까? 극우 개신교 세력도 교회적 기반이 과연 탄탄한 것일까? 여전히 그 향방은 유동적이라 봐야 할 것이다. 2030 남성의 정치적 성향이 일관된 추세를 띠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극우 개신교인의 비율이 교회 안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극우 세력이 기왕의 보수 세력과 결합 여하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 결합이 필연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향후 사회경제적·정치적 개혁의 성패 여하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사회경제적·정치적 개혁이 성공한다면 극우 세력을 충분히 고립화하여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 개혁에 실패한다면 극우 세력의 확장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며, 정치적 양극화는 우리 사회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